'설 이후 한우 수급안정 방안' 온라인 간담회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연중 한우가격이 높은 시기인 설 대목이 끝났다. 이제 한우농가들은 설 이후 가격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지난 8일 서영석 전국한우협회 유통사업국장,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축산관측팀장, 차의수 농협경제지주 한우기획팀장(이상 가나다순) 등 전문가들과 함께 ‘설 명절 이후 한우 수급안정 방안은?’을 주제로 비대면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공급물량 증가 등에 따른 여파로 올해 한우가격을 1만8000원 내외에서 형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한우가격 안정을 위해 이형우·차의수 팀장은 미경산우·경산우 관련 지원사업을 동시에 시행할 것을 주문했고 서영석 국장은 비선호부위를 활용한 가정간편식 개발 등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일시 : 2021년 2월 8일 온라인(줌, zoom) 토론회
참석자 : 서영석 전국한우협회 유통사업국장,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축산관측팀장, 차의수 농협경제지주 한우기획팀장

 ▲이현우(한국농어민신문 축산팀장, 사회) =지난해 추석에 이어 농수산물 선물가액 20만원 상향 조치라는 여건 속에서 설 대목을 맞았다. 설 대목(축산물품질평가원 1월 11일~2월 6일 전국 도매시장 경락가격)의 한우고기 평균가격은 2만159원으로 2만원을 넘었지만 일시적으로 1만7000원대까지 하락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올해 설 대목을 맞아 한우 가격 흐름, 소비 패턴 등 전반적인 평가를 해달라.

▲이형우=지난해 추석처럼 선물 한도가 상향 조정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5인 이상 모임과 사적 모임이 금지되면서 설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선물 준비에 더 신경을 쓸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 하나로마트 등을 모니터링 해보니 지난해와 올해 설의 차이는 선물 쪽에 비중을 더 둔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인 가격 하락의 경우 지난해 12월까지 출하가 예정됐던 물량이 나오지 않았고 설에 포커스를 맞춰 일시적으로 많이 나온 영향도 있다. 여기에 암소 출하물량도 많다 보니 전체적으로 다운 시키는 역할을 했다.

▲차의수=선물가액 상향 조치가 한우고기 소비 증대에 크게 이바지했다. 실제 주요 농협 하나로마트의 한우 선물세트 판매액은 지난해 44억1700만원에서 64.2% 증가한 72억5100만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설 대목에 한우 가격이 하락한 것은 60개월령 이상 암소의 출하두수가 많은 영향으로 보인다. 한우가격이 1만7000원대에서 형성됐을 당시 암소출하월령은 56.7개월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체 암소 중 60개월령 이상 출하비중이 올해 33% 정도 나왔다. 전년도 출하비중은 29.1%였다. 노산우 출하물량이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또 2월 1일부터 6일까지 도매가격이 전주대비 7% 상승한 것은 전체 출하두수가 줄어든 부분도 있지만 60개월령 이상 암소출하두수가 2.9%(1215두) 감소한 영향이다. 즉, 이번 설에는 60개월령 이상 암소출하두수가 가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서영석=한우 선물세트 매출액은 전반적으로 신장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연장되면서 오히려 제수용 한우고기 매출이 줄어들었다. 작년 대비 한우 매출은 증가했지만 제수용 한우고기 소비는 줄어 전반적으로 작년 보다 조금 신장한 것으로 평가한다. 일시적인 가격 하락의 원인을 살펴보면 작년과 재작년 암소 도축비율 보면 44~45% 정도다. 그리고 명절 직후와 직전에 40% 초반까지 떨어지는데 특이하게도 1월 25일 이후 45%까지 올라갔다. 암소 도축비율 증가가 한우가격 하락에 영향을 준 것이다. 또 5인 이상 금지 조치 연장 여부가 확실치 않으면서 소비자들이 수요를 미뤄둔 것이 이 시기와 맞물린 점도 가격 하락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현우 =한우농가들은 설 이후 한우가격에 주목하고 있다. 한우가격이 안정적으로 형성되려면 충분한 소비 또는 공급 물량 조절이 필요하다. 우선 올해 한우 소비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이형우=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소비가 전반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재난지원금과 가정 소비가 뒷받침되면서 수요가 증가했다. 반면 외식 소비는 지금도 위축된 상황이다. 만약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외식 수요가 정상화된다면 가정 소비가 함께 활성화되기 힘든 구조다. 그래서 지난해 코로나19로 반사 이익을 본 부분이 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한우의 수요가 늘어난 부분이 사라지는 반면 공급이 온전히 늘어난 구조로 되면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정부의 등교 확대 방침에 따라 학교 급식은 물론 단체 급식까지 늘어난다면 한우가격 상승요인이 될 것이다. 이는 한우의 비선호부위를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있다.

▲서영석=지난해 재난지원금 여파 등으로 한우가격은 괜찮았다. 농가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늘어난 가정 소비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지속되길 바라지만 현재로서는 소비가 좋아질 요인이 없다. 그래서 코로나19로 증가한 가정 소비가 반감되는 시기에 가격 하락이 우려되는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 다행스럽게 경기도에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차의수=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외출과 관광 자제 등으로 한우의 자가 소비가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니 지난해 국내산 쇠고기의 가정 소비가 8.3% 증가했다. 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가 예산을 확대하겠지만 지난해처럼 (한우) 수요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학교급식 물량이 평년대비 30% 수준에 공급됐지만 정부가 올해 등교 수업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학교급식이 재개된다면 공급물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물론 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따라 공급물량은 기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급식에 한우고기가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현우 =설 이후 공급 물량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차의수=올 1월 공급물량은 설 대목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6.7% 증가한 9만8000두로 집계됐다. 이런 점을 토대로 올해 한우 도축두수는 지난해 보다 10.4~11.5%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도축두수는 75만9000두였는데 올해 84만6000두 내외로 보고 있다. 세부적으로 수소를 포함한 거세우의 출하대상우(18~30개월령)는 2019년 44만4000두 보다 4.1% 증가한 46만1000두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암소 사육두수가 증가하다보니 송아지 가격에 따라 암소 출하물량은 유동적이다. (가격 폭락 등) 여건이 좋지 않으면 암소 출하가 확대돼 공급물량이 더 증가할 수 있다.

▲이형우=설 대목 물량을 감안하면 수정될 수 있지만 올해 도축두수는 83만~84만두로 전망하고 있다. 출하대기물량, 출하예상물량이 많기 때문에 이 같은 공급물량 증가와 그동안 수요 증가에 영향을 줬던 요인이 사라지고 추석 대목 시기로 접어든다면 추석 때 부담되는 물량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서영석=농가들 입장에선 한우 가격이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사육의지가 급감하거나 또 다른 이슈가 없다면 공급물량이 줄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도축두수 증가, 가격 하락을 예측했지만 빗나갔다. 다만, 지난해 도축될 것으로 예상했던 물량이 올해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

 ▲이현우 =앞서 언급한 공급·소비 전망을 토대로 올해 한우 가격은 어느 정도에서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이형우=공급과 수요를 감안하면 (작년 보다) 하락하겠지만 농가들에게 부담스러운 하락세를 보이진 않을 것이다. 한우 평균가격은 1만8000원 내외, 거세우 1만9000원 수준으로 본다. 작년 보단 하락했지만 낮은 가격은 아니다.

▲차의수=공급물량은 무조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보다 가격이 하락해 1만7800원에서 1만8350원 사이에서 도매가격이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상반기 보다 공급물량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에 가격 하락폭이 더 클 전망이다.

▲서영석=올해 가격 하락 분위기는 농가들도 감지하고 있다. 다만, 농가들에게 출하 정보 등을 제공해 출하물량이 몰리지 않도록 하고 가격이 하락해도 1만9000원선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한우협회를 비롯한 한우업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현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한우가격 안정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서영석=지난해 한우 도축두수는 76만두였지만 송아지 입식두수는 90만두 이상이었다. 15만두 정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생산 측면에서 송아지 입식물량을 줄여야 하는데 농가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소비는 구이 위주로 소비되고 있는 만큼 부산물 등 비선호부위가 소비될 수 있도록 요리 개발과 홍보를 해야 한다. 그리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증가한 가정 소비를 어떻게 붙잡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가정 간편식(HMR)은 원료육 가격에 대한 부담 등으로 수입육을 많이 사용했다. 우선 한우를 활용한 가정 간편식 개발에 유통업체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한우자조금 등을 통한 유통업체 지원으로 비선호부위에 대한 소비를 늘려가는 노력을 함께 지속해야 한다.

▲차의수=한우 사육두수는 2022년 329만두, 2025년 340만두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도축두수는 2022년부터 90만두가 넘을 전망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비육우 경영비는 1만7000원으로, 2023년부터 경영비 이하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그래서 농협은 2019년부터 저능력 암소 출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95두를 대상으로 진행했지만 이 물량으로는 사육두수와 가임암소 증가세를 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 한우협회에서도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효과는 2년 후에 나타난다. 결국 2022년 5월까지 아무런 수급조절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한우 수급안정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려면 미경산우와 경산우에 대한 출하조절사업을 함께 해야 한다. 감축사업을 함께 진행하면 비육우 경영비 이상으로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가정간편식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양념육, 밀키트 제품 개발 등을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1인 소비 증가, 캠핑 등 소비변화에 맞춰 소포장 판매도 병행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형우=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은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맞다. 다만, 경산우 관련 사업도 함께 진행하는 것이 더 빠르게 가격안정 효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즉, 경산우와 미경산우 관련 정책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처럼 공급물량을 줄이고 소비촉진행사 등으로 소비를 늘리면 가격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농가들도 가격 변화에 동요하지 않고 계획 하에 출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암소도 홍수출하가 아닌 순차적으로 조금씩 빼는 것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

정리=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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