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이슈보고서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농업계 산재보험 역할 불구
급여수준 낮고 임의 가입
재해 사각지대 놓인 농가 많아
1년마다 재가입하는 방식도 
보장기간 등서 농가에 ‘불리’


법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농업인을 위해 ‘농업인안전보험’이 정책보험으로 운용되고 있으나, 산재보험에 비해 전반적으로 급여수준이 낮고, 임의가입인 데다 1년단위 단기보험으로 운영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럼에도 최근 소상공인이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확대 논의 과정에서, ‘농업인안전보험’ 가입을 이유로 농업인에 대한 논의는 원천 배제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김규호 산업자원팀 입법조사관은 지난 9일 ‘농업인 안전보험의 개선 필요성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내놓은 이슈와 논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농업인안전보험이 농업인에게 보다 두텁고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심각한 농업인 안전재해

농업인은 농사일의 특성과 작업 환경상 다양한 업무상 재해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인안전보건팀에 따르면, 2019년 농업인이 업무상 질병 및 손상으로 1일 이상 휴업한 건수는 4만9023건에 달했다. 

이 중 휴업일수가 ‘30일 이상’인 경우가 전체 손상건수의 절반을 넘고(56%), 이러한 손상이 영구장애로 이어진 경우도 7.2%에 달했다. 재해 유형으로는 ‘골절’ 비중이 39.2%로 가장 많고, 근육/인대 파열(12.4%), 삠/접질림(10.8%), 허리/목 디스크 파열(7.5%)이 뒤를 이었다. 

이같은 물리적 손상이 아니더라도 농업인은 몇가지 특정 암이나 호흡기 질환, 피부질환, 신경계질환 등의 질병에 대해서도 일반 인구 집단보다 더 취약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농업인안전보험 현황

농업인안전보험은 법적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대다수 농업인의 업무상 재해로 인한 신체적, 재산적 손해를 보상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보험이다. NH농협생명이 보험상품의 실질적 운용을 담당하고 있으며, 2019년 기준 가입률은 63.1%(약 82만4000명), 총 보험료는 938억원, 손해율은 97.9%로 나타난다. 

김규호 입법조사관은 그러나 “농업인안전보험을 농업인이 작업과정에서 직면하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효과적인 안전망으로 평가하기는 일러보인다”고 평가했다. 농업인안전보험의 급여수준이 산재보험보다 전반적으로 낮고, 1년마다 재가입해야 하는 방식도 보장기간이나 보험가입 심사 등과 관련해 농가에 불리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당연 가입이 아닌 임의가입으로 여전히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업무상 재해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농가가 많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향후 개선과제

김 조사관은 “보험의 내실을 다지는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농업인 안전보험의 향후 전망과 방향성을 분명히 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구체적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급여의 종류에 따라 연금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지금은 모든 보험금을 일시금으로 지급하도록 법제화되어 있지만, 적어도 장해급여나 유족급여의 경우 경제활동으로 인한 소득의 일부 또는 전부 상실을 벌충하는 취지상 일시금보다는 연금 형태로 지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 

둘째, 장기 가입이나 가족 등의 가입이 가능하도록 상품을 더욱 다양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근 일반형보다 산재형 보험상품의 증가세가 더 두드러지는 점을 볼 때, 농업현장에는 보험료를 좀 더 부담하더라도 더 높은 보장수준을 원하는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 장기가입보험은 ‘연금방식’ 급여의 도입과도 연결될 수 있으며, 특히 농업부문의 인력 운용 특성상 ‘개인형’과 ‘부부형’으로 구분되는 가입 단위를 ‘가족형’이나 ‘농장형’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셋째, ‘질병’의 인정기준을 기존 ‘목록방식’에 ‘혼합기준’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목록’에서 배제된 질병은 재해로 인정받을 수 없다. 하지만 ‘목록’에 없는 질병이 농작업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재해의 업무기인성은 급여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요소인 만큼 업무 관련성 평가를 국가기관이나 국가위탁기관에 맡겨 인과관계 입증 여부에 따라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만큼 예방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농업인의 안전을 근본적으로 담보함은 물론 농업인 안전보험의 재정적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이슈다. 교육·홍보 등 재해예방을 위한 실체적 규정을 마련에서부터, 안전관리인력 육성, 총 보험료 중 일부 예방활동 투입, 농가의 재해예방 활동 참여도와 보험료 할인 연계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김규호 입법조사관은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사회에 깊은 위기감을 드리우고 있지만, 사회·경제적인 위기는 오히려 사회안전망 발전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면서 “추후 중장기적인 공적 사회보험화 방안을 포함해 현행 농업인안전보험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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