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안정 내세워 대형마트·온라인몰 연계 진행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배추 평년가 못미치고 무 가격은 39% 추락
할인행사 뒤 시세 더 떨어져 산지선 '신음'

aT 가격 정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가격 안정 위한 무, 배추 할인행사 안내’ 팝업. 9일 농식품부는 aT와 협의해 산지 목소리를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10일 현재 팝업은 여전히 올라와 있다. 가격이 낮음에도 가격 안정을 위한다는 정부 정책을 보는 산지 분노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산지에서 가격안정을 이유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무·배추 할인행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시세가 약세인 시점에 굳이 할인행사를 해 무·배추 가격이 높다고 알려지는 등 소비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느냐는 것. 실제 할인행사에 대한 효과가 시장에서 전혀 먹히지 않는 가운데 유통 전문가들은 할인 위주의 농산물 소비책은 농산물 가격을 낮게 인식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론 소비자에게 값싼 수입산으로 넘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한 ‘계란, 무, 배추 가격 안정을 위한 대형마트·온라인몰 연계 20% 할인행사’를 3월 말까지 진행한다. 이와 관련 ‘(계란 가격과 같이) 무 가격도 반복된 한파·폭설로 최근 크게 올랐다’는 등 무·배추 값이 급등해 정부에서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유통업체와 언론 발로 이어지고 있다. 

당연히 가격 하락에 신음하고 있는 산지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평년과 비슷하고 지난해보다는 반토막이 났던 1월의 배추 가격은 정부 할인행사 뒤인 2월 들어 평년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1~10일 서울 가락시장에서의 배추 도매가격은 2월 1~10일 평년 시세인 8057원(10kg 상품)보다 못한 6297원에 형성됐다.

무는 상황이 더 안 좋다. 이달 1~10일 무 20kg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9097원으로 1만4821원이었던 평년 2월 상순 시세보다 39%나 하락해 있다. 그런 바닥세인 무 가격이 정부의 할인행사와 맞물려 급등한 품목으로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뭇값 역시 1월엔 1만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지만, 정부의 할인 행사 뒤 가격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산지에선 정부의 무·배추 할인행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이들 할인행사의 주된 이유가 민생안정 등 가격 안정 도모에 있다는 데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산지유통인은 “농식품부가 소비자부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격이 상승한 품목도 아닌데 왜 굳이 무·배추를 콕 집어서 할인행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무·배추 가격 정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을 넘어, 무·배추 가격을 낮게 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농식품부가 할인행사를 하고 난 뒤 시세가 더 떨어지는 등 소비도 형편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산지 관계자는 “농식품부에서 지금 해야 할 것은 무·배추가 비싸서 할인행사를 한다는 게 아닌, ‘저렴한 무·배추 많이 구매해주세요’에 맞춰져야 하고, 이와 관련한 수급 대책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통전문가들은 할인 위주의 농산물 소비책을 경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양석준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쓰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농할갑시다 등의 농산물 할인행사는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선 소비자들이 할인이 끝나고 나면 물건을 잘 안 사게 돼 공급자 입장에선 좋지 않은 전략”이라며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수입산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소비자들이 할인이 끝나 정상 가격이 됐을 때 정상가가 높다고 생각해 값싼 수입산으로 돌아설 수 있다. 특히 배추의 경우 언제든 중국산 김치라는 대안이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할인 쿠폰이 아닌, 재난지원금식의 국내산 무·배추 구매 포인트를 줘 소비자들이 농산물 가격을 제대로 인식하면서도 소비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과 관련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관계자는 “산지에서 비판하는 취지를 수렴, 이 사업 주무 기관인 aT에 확인해 관련 내용을 검토해보겠다”며 “다만 이번 3개 품목에 대한 할인행사는 가격이 급등한 계란을 비롯해 주요 품목 소비 진작 차원의 쿠폰행사 일환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할인행사는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하고 있는 농식품 분야 소비쿠폰 관련 예산의 연장선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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