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Non-GMO 표시에 대해서 실무협의회에서 논의하긴 했었죠. 식품업계는 바로 시행에 대해 별 의견이 없었고, 시민사회는 GMO 완전표시제가 먼저라고 했는데, 식약처 자체 판단으로 이렇게 진행을 해버렸네요. 어제도 지금 타이밍은 아니라고 분명히 의견 전달했는데…”

지난달 28일 식약처가 비유전자변형식품(Non-GMO) 표시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 하자마자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강화 실무협의회 간사가 한 말이다.

이번 개정안을 놓고 시민사회단체는 찬성과 반대 관점으로 갈렸다. (사)소비자의 정원은 Non-GMO 표시제도 환영을 밝혔지만, 한살림연합, GMO반대전국행동, (사)소비자시민모임 등은 이를 반대하며, 행정예고 철회를 요구했다.

실제 이들은 반대 성명을 통해 “Non-GMO 표시기준은 한계가 명확하다. GMO를 사용하지 않은 식품에 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 가공식품 원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200여만톤의 수입산 GMO를 확인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Non-GMO 표시기준 개정은 GMO 완전표시제 시행 이후에 진행함이 마땅하며, 만약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실무협의회를 탈퇴하는 등의 행동을 즉각 시행할 것이다”고 전했다.

GMO 완전표시제는 GMO를 사용했다면 모든 제품에 GMO를 표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반대로 Non-GMO 표시는 GMO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GMO 표시는 안 하면서 Non-GMO 표시부터 하는 건 어쩐지 앞뒤가 안 맞아 보인다. 그렇다면 Non-GMO 표시가 없는 제품은 모두 GMO를 사용했다고 봐도 되는 건지 헷갈리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GMO를 재배하지 않기 때문에 국산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전통식품업계 입장에선 GMO 완전표시제를 원한다. 반면 식품업계는 GMO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과 수입식품과의 역차별 문제를 우려하며 GMO 완전표시제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제품군이 다양해 GMO를 사용하지 않는 상품으로 대체가 가능한 대기업은 큰 피해가 없겠지만, GMO만 취급하는 중소식품업체들은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GMO에 대한 인식개선과 역차별 해소 방안 등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산 농산물 소비촉진과 전통식품업계 활성화를 위해선 GMO 완전표시제 시행이 먼저다. Non-GMO 표시를 통해 지금 당장은 GMO 표시 제도가 강화된 것처럼 보여도 소비자는 여전히 콩, 옥수수 등 연간 200여만톤씩 수입되는 식용 GMO를 어떤 경로를 통해 섭취하는지 알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GMO 완전표시제를 시행하는 것이 소비자 알 권리에 더 기여할 것이다.

행정예고 의견수렴은 3월 29일까지다. 식약처는 충분한 논의를 통해 GMO 표시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주현주 기자 식품팀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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