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앞으로 우리나라의 발효 제품을 이스라엘로 수출하기 쉬워질 거예요. 돈만 생각했다면 시도하지 않았을 겁니다. 저를 찾아온 바이어가 좋았고, 우리나라의 전통식품을 알린다는 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코셔 인증을 취득한 업체를 취재하던 중 만난 중소 수출 식품업체 대표의 말이다. ‘대기업도 하지 않았는데, 어떤 이유로 도전하게 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어 장류를 이스라엘에 수출할 수 있게 돼 한식을 알릴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중소 수출업체를 취재할 때면 의외의 부분에서 종종 놀랄 때가 있다. 방문하는 업체 나름대로 저마다의 투철한 사명감과 자부심이 크다는 점에서다. 특히 지역에서 생산되는 국산 농산물만으로 원료로 만들었고, 비록 대기업에 비해 마케팅 능력은 떨어지더라도 제품에 있어서는 자신한다는 것. 그래서 농가소득 제고에 이바지하고 있고, 해외에 우리나라 농식품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물론 이들이 제품을 개발하고 수출하는 까닭이 사명감뿐만은 아닐 것이다. 대개의 기업들이 그러하듯이 이들 또한 경제적인 이유를 빼놓을 수 없다.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 궁여지책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이른바 틈새시장을 노리고 진출하는 사정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보이지 않는 데서 노력하는 ‘언성히어로’인 이유는 자명하다. 어쩌면 규모에 비해 무모할 수 있는 이들의 도전이 조금씩 수출 제품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이바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효 제품을 알리고 싶었다”는 장류 업체 대표와 “국산 참깨를 알리고 싶었다”는 참기름 업체 대표, “6년근 인삼만 좋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는 홍삼 업체 대표 등 모두 처음부터 경제적인 부분만 생각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은 라면과 장류 등의 성장세에 힘입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전년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 다른 산업군에 비해 농식품 분야의 성장이 도드라질 수 있었던 데는 대기업의 실적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중소 수출 농식품 기업의 보이지 않은 노력도 일조하고 있었음을 한 번쯤은 조명하고 싶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의 구매 통로가 비대면, 온라인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자상거래 수출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1인 창업가들에게 더 큰 기회가 될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 같은 점에 공감해 쇼피와 징동상청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에 한국관을 개설, 마케팅과 판로 확대에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변화하는 수출 환경처럼 중소 농식품 업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하는 언성히어로에서 주인공이 되길 바라본다.

최영진 국제부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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