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자격 상실 손해 보상은커녕 사과도 없어”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지난 1월 대법원 판결로 횡성축협 조합원으로 복귀한 원광희 씨는 부당한 조합원 자격 상실로 적잖은 손실을 봤다며 조합장의 성의 있는 사과 등을 강하게 촉구했다.

대법원 최종 판결 뒤 한 달여 
원광희 씨, 축협 태도에 분통
경매 보증금 100만원 ‘부당’
두 배 수준 수수료도 해결 안돼  

“전국 축협 공동사과문 쓰고
재발 방지 관리·감독 철저를”


4929만2241원.

원광희 씨가 2017년 횡성축협의 사업 관련 이용금액 액수다. 그는 여신 1542만원, 구매 1734만원, 수신 1190만원 등 조합의 사업을 고르게 이용했지만 2018년 4월 제명됐다. 횡성축협 사료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원광희 씨와 함께 제명된 20명의 조합원들은 약 3년 동안 횡성축협과 법적 다툼을 진행했고 지난 1월 14일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승소했다.

이후 약 한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 3일 만난 원광희 씨는 제명 조치로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면서 적잖은 손해를 봤지만 여전히 횡성축협에서는 이에 대한 보상은커녕 사과조차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원광희 씨에 따르면 그는 비조합원이기 때문에 횡성축협 우시장에서 경매에 참여할 때마다 보증금 100만원을 냈다. 경매 수수료도 조합원의 두 배 수준으로 납부했다. 횡성축협 조합원으로 40년 가까이 활동한 그로서는 부당한 처사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참고로 횡성축협은 매도자는 낙찰가격의 1%, 매수자는 2만5000~3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원광희 씨는 “제명됐을 때 어이없고 황당했다.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며 “여전히 축산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도 사고 팔아야 한다. 그런데 조합원 자격을 잃은 후 우시장에서 우리는 일반인 취급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조합원 자격을 회복했지만 횡성축협으로부터 아무런 조치가 없다. 얼마 전 배당금 관련 문자 온 것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횡성축협이 제명한 사유에 대해 이들은 조합 사업 미이용은 명분일 뿐 횡성한우협동조합 가입, 현직 조합장에 대한 쓴소리 등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원광희 씨는 “만약 조합 사업을 이용하지 않은 부분이 문제라면 (제명된 조합원들에게 사전에) 이용량이 적어서 제명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유예기간을 줬어야 했다”며 “하지만 횡성한우협동조합을 탈퇴하지 않으면 제명시킨다고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횡성한우협동조합을 설립한 이유는 농가들 입장에서 저렴하고 품질 좋은 사료를 쓰기 위해서였다. 횡성축협에도 그동안 이 같은 사항을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면서 “당시 (횡성한우조합의 사료가) 25㎏ 1포에 약 800~1000원 정도 저렴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들어 비싼 가격 때문에 사료를 자가제조하는 농가들이 많다. 조합의 사료를 쓰지 않은 것이 제명 이유라면 더 많은 조합원들이 잘렸을 것”이라며 “사료값을 절감해서 고품질의 한우를 생산해 돈을 벌겠다는 조합원을 내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조합원 자격을 재획득한 20명의 조합원들은 횡성축협을 비롯한 전국의 축협들이 조합원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탈바꿈할 때까지 싸울 것으로 보인다. 원광희 씨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전국의 축협 조합장들이 횡성축협의 입장을 대변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과연 횡성 사태의 상황을 잘 알고 서명한 것인지 의아하다”며 “그 탄원서 내용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조합장들은 자격이 없다. 당장 사퇴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동사과문을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엄경익 횡성축협 조합장에 대해서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했고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에는 “횡성축협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과 대책 마련”을 요청하면서도 “우리는 축협을 망가뜨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조합원들이 조합의 주인 역할을 할 수 있고 건실하고 조합원을 위한 조합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어찌 보면 그의 요구는 당연하다. 그 바람을 현실화하기 위한 싸움은 이제 시작인 듯하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제2의 횡성축협 사례가 없으려면...

“농협, 지역사회 협동조직과 연대·상생을”
-이호중 (사)농어업정책포럼 상임이사

“조합원들 조합 가입·탈퇴 자유 보장해야”
-이동옥 횡성한우협동조합 이사장

이호중

협동조합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횡성축협 사례 같은 부당한 조합원 제명 사태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라는 인식 하에 농협이 지역사회의 다양한 협동조직과 연대하고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번 횡성축협의 조합원 제명 건과 관련 이동옥 횡성한우협동조합 이사장은 “횡성축협에서 제명된 조합원들은 조합 활동을 왕성하게 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과 대안을 이야기했지만 개선되지 않았고 부당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농민들 스스로 해보자는 취지로 만든 것이 횡성한우협동조합”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중 (사)농어업정책포럼 상임이사도 “횡성축협 같은 사례는 그동안 굉장히 많았다. 이런 문제는 일선 농·축협과 품목 조합 간 사업이 경합되면서 시작됐다”면서 “예를 들어 한우조합이 설립할 때 농협 시·군지부장과 조합장들이 한우조합에 가입하는 농가에게 대출 중단 등 압력을 넣어 조합 설립 총회 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횡성축협 건도 지역축협이 제 역할을 못해서 생산자들이 조합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자발적으로 조합을 만든 것”이라며 “횡성한우협동조합 같은 품목 조합, 영농조합법인 등은 농협이 생산자 중심의 조직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조직”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욱

이들은 조합원들 스스로 조합을 선택할 권리를 주는 동시에 농협이 지역사회의 다양한 협동조직과 연대·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라고 조언했다. 이호중 상임이사는 “지역의 협동조합 조직들이 잘 성장하고 농협이 이들을 포용하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등 형님 역할을 하는 것이 농협에게도 사업 확장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양한 협동조직과 연대하고 상생하며 함께 성장하는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옥 이사장은 “품목 조합 같은 단체들이 생긴다면 농민들이 여러 조합을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길 것”이라며 “농협이 힘의 논리로 조합원을 함부로 제명할 것이 아니라 품목 조합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어떻게 잘해줄 지부터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조합원들의 조합 가입과 탈퇴의 자유를 보장하고 조합은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조합원을 위한 사업 중심으로 조합이 운영돼 결국 많은 이익이 조합원들에게 돌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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