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범 여민동락공동체 대표

[한국농어민신문]

지역사회통합돌봄의 핵심은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데에 있다. 결국 생활권내에서 통합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조직이나 협의체 육성과 주민들이 참여하여 마을의 공공성을 실현하는 자치가 이 사업이 농촌에서 성공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년생~1974년생)의 첫째인 1955년생이 65세에 진입하였고 2026년경 우리나라는 노인인구가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를 맞이한다.

저성장, 저출생, 급속한 고령화와 돌봄 수요의 폭발적 증대는 재정에 기반한 한국 사회보장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였고 2018년 정부는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이라는 장기적 복지정책을 발표한다. “돌봄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자아실현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혁신적인 사회서비스 체계”라고 정의된(보건복지부 2018) 지역사회통합돌봄은 사실 이전부터 문제시 되었던 돌봄서비스의 파편성과 분절성, 경직성 해소와 공공성의 복원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 정책의 핵심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탈시설과 지역사회 기반, 당사자 중심의 통합적 급여와 서비스 제공, 지역사회 관계망 속에서의 자주적 생활이다. 물론 향후 30년간 몇 단계의 로드맵을 통해 꾸준히 추진할 예정이기에 당장 드러나는 문제점들은 하나씩 하나씩 개선하겠지만 ‘선거인 수’에 밀리는 변방에 불과한 농촌을 정책당국과 정치인들이 얼마나 고려할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면의 전체 인구는 15년 전 이곳으로 이주할 당시보다 대략 350명 정도 줄었다. 그런데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그때와 비교해도 변함이 없고 고령화율은 42%로 증가했다. 왜냐하면 비슷한 숫자를 가진 바로 아랫세대는 계속 유입되지만 젊은 세대는 감소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울트라 초고령화 사회”다.

또한 인구 감소와 과소화로 인한 생활기반시설의 붕괴, 교통 및 거동불편으로 증대되는 노인들의 사회적 배제는 일상이 되고 있다. 도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이러한 농촌의 현실을 정책당국은 얼마나 이해하고 이 정책에 반영하고 있을까!

나는 작년 시작된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보면서 보건복지부의 농촌에 대한 현실인식과 이해부족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이전까지 6가지로 분리되어 운영되던 돌봄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한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내놓았다. 그동안 노인들의 다양한 필요와 욕구를 각각의 제도로 담아내다보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다르고 서비스간의 연계가 부실하여 결과적으로 돌봄서비스의 파편성과 분절성, 경직성이라는 문제가 끊임없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여전히 문제는 반복되고 있고, 투입되는 재정에 비해 정책의 효과성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현재 운영방식은 노인들의 생활권을 배제한 읍 단위 대규모 기관 중심의 돌봄서비스 제공으로 노인들의 생활권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도시에 비해 열악한 사회기반시설과 생활격차로 인한 사회적 배제는 농촌노인들의 신체적, 정서적 어려움에 그대로 투영되고 결과적으로 재정 중심의 사후적 복지활동은 도시와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해도 효과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늘 해오던 방식인 대규모 사회복지기관 및 재정중심의 복지 정책 구현은 급속히 늘어나는 다양한 층위의 농촌 고령인구와 더욱 개별화된 욕구, 저성장시대를 넘어서기 어렵다. 안부 확인과 위험요소 파악을 넘어 일상에서 건강함을 지킬 수 있는 사회참여활동의 기회 증대와 사회적 인프라 복원을 연결하여 예방적 복지 활동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확장해야 한다.

지역사회통합돌봄의 핵심은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데에 있다. 거동불편과 교통 불편으로 활동의 범위가 마을이나 면단위에 국한된 노인들의 다양한 필요와 욕구들을 면단위 생활권내 돌봄서비스기관, 사회단체,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참여하는 테이블에 올려놓는다면 서비스 연계나 조정 뿐만 아니라 복지서비스 질과 양을 증대시킬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생활권내에서 통합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조직이나 협의체 육성과 주민들이 참여하여 마을의 공공성을 살려내는 주민자치가 실현될 때 이 정책사업은 농촌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이러한 농촌의 현실을 정책 당국은 다시 한 번 살펴보고 농촌 현장에 있는 다수의 이해관계자들과 처음부터 대책 마련에 나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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