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지난해 11월 기준 재고 4만91톤2018년 말 대비 260% 급증
ASF 발생 후 수입 늘어난 데다 코로나 확산에 급식 소비 준 탓


적체가 심각한 국내산 돼지 뒷다리살 재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계약이행보증’ 등 주요 사용처인 2차 육가공업체에 안정적인 공급과 적정한 가격을 담보해 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 이러한 방안을 2차 육가공업체와 논의하기 위한 소통 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산 돼지고기 전체 재고량은 7만2107톤으로, 이 가운데 뒷다리살이 4만91톤을 차지하고 있다. 2018년 12월말 대비 260%, 2019년 12월말과 비교해선 130% 늘어난 규모다.

전체 재고량에서 뒷다리살이 차지하는 비중만 놓고 봐도 최근 재고 비중이 월등하게 높다. 2018년 말 25.4%였던 뒷다리살 재고 비중은 2019년 말에는 39.9%까지 늘었고, 지난해엔 55.5%까지 크게 증가했다. 2018년과 비교하면 재고 비중이 두 배 이상 높아졌다.

국내산 뒷다리살 재고가 급증한 원인은 2019년 9월,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이후 국내 시장에 수입육이 많이 들어온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뒷다리살을 식재료로 주로 활용하는 학교급식, 단체급식 등에 대한 공급까지 급감했기 때문이다.

주요 사용처인 2차 육가공업체, 수급 불안에 비싸도 수입 사용

이 같은 국내산 돼지 뒷다리살 재고량 급증으로 지난해에는 평균 가격이 수입산 앞다리살보다 710원 가량 낮은 kg당 2460원 수준에 형성됐다. 문제는 국내산 돼지 뒷다리살 가격이 낮은데도, 뒷다리살 사용량이 많은 2차 육가공업체들이 국내산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다는데 있다. 지난해 8월까지 돼지고기 뒷다리살 유통량을 보면 2차 육가공업체 사용 비중이 67% 이상으로 압도적이었다.

2차 육가공업체들이 낮은 가격에도 원료육으로 국내산 돼지 뒷다리살 사용을 꺼리는 이유는 구제역 등 가축 질병 상시 발생으로 수급이 불안정한데다, 가격 변동성이 심해 가격측면에서도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2차 육가공업체가 사용하는 원료육에 국내산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급과 적정한 가격을 보장해줄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공급·가격 ‘계약이행보증’ 도입소통 창구 일원화 등 요구 커져

최근 대한한돈협회가 주최했던 국내산 돼지 뒷다리살 소비대책 회의에서 김용철 육류유통수출협회장은 “2019년 기준, 14개 주요 2차 육가공업체의 원료육 사용량이 약 14만5000톤에 달하지만 대부분 수입육을 사용하고, 일부 부족분만 국내산을 매입한다”며 “국내산 돼지 뒷다리살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지금과 반대로 2차 육가공업체들이 국내산을 우선 사용하고, 부족한 부분만 수입산을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용철 회장은 이어 “이를(국내산 사용 확대) 위해 1·2차 육가공업체 간 체결하는 업무협약이나 임의·수시 형태의 공급 계약을 정식계약으로 전환하고, 안정적인 수급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도록 계약이행보증서 등 가격·공급물량 계약 이행 보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또 있다. 국내산 원료육에 대한 불신감이 깊은 탓에 공급 방식, 적정 가격 등을 논의하려 해도 2차 육가공업체들이 좀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생산자단체와 육류유통단체가 2차 육가공업체와 협의를 진행하는 소통 창구를 단일화하는 방안부터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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