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친환경, 직거래 농가 등을 중심으로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사업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시·군통합조직 출하 실적, 15% 이상 돼야 자격 부여
친환경·직거래·체험농가 등은 사실상 배제되는 구조


정부의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사업’ 지원 자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업 참여조직인 일선 농협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처리하지 못하고, 직거래를 하면 사업 지원을 할 수 없는 등 친환경·직거래·체험 농가가 사실상 배제되는 구조인 것. 

농림축산식품부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5조 ‘농어업 등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지원’을 근거로 FTA기금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50%(국고 20%, 지방비 30%) 보조금이 지원된다. 그런데 농식품부가 최근 개정된 지침을 만들어 각 지자체에 내려보내는 과정에서 사업지침을 확인한 과수 농가가 ‘지원 자격 및 요건’과 관련, 현실과 떨어진 규정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사업 지원 자격은 최근 5년 이내 과수산업발전계획의 사업시행주체(참여조직) 또는 지역 푸드플랜에 참여한 실적이 있고, 이곳에 3년 이상 생산량의 80% 이상을 출하 약정한 경영체에 한한다. 참여조직은 전년도에 시·군통합조직 등 상위조직에 취급액의 15% 이상 출하한 경우만 자격요건을 준다. 대부분 조합공동사업법인과 연합사업단과 연계된 지역농협이 참여조직이 된다. 단 수출의 경우 전량 수출하는 경영체는 참여조직에 출하실적이 없더라도 지원 자격이 부여됐다. 

‘전량 수출하는 경우만 제외’
새 지침 두고 반발 일자
농식품부 개선대책 마련키로


이 지침에 대해 먼저 수출단지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내수 없이 전량 수출하는 곳은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규정’이라는 게 주 내용이었다. 또 15% 이상 내수 출하 자격을 맞추려면 수출 물량은 85% 이하로 조절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생산 물량의 90%를 수출하는 농가가 있다면 사업 신청을 위해 수출 물량을 85% 이하로 줄이고 물량의 15%는 상위조직에 출하해야 한다. 이와 관련 본보 취재 과정 중 농식품부는 해당 내용을 개선할 뜻을 산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친환경과 직거래, 가공 농가 불만이 상당하다. 정부가 친환경과 직거래, 가공, 체험 등을 유도하며 고부가가치 창출을 도모하라고 하지만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사업은 이들 농가를 배척하고, 이번 개정 지침에도 개선방안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북 영덕에서 8ha 규모의 친환경 복숭아, 사과 등을 재배하는 김현상 나래농산 대표는 얼마 전 과수시설현대화사업을 받기 위해 참여조직(지역농협)에 물량을 내려했지만 이곳에서 사실상 거절당했다. 

김현상 대표는 “지역 한 참여조직에 신청했더니 그곳에선 유기농 과일 단가를 맞출 수 없다고 했다. 사실상 출하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며 “친환경의 경우 생산지 가까운 곳에 친환경 농산물을 출하할 수 있는 품목별 참여조직이 없는 경우가 많고, 설령 있다 하더라도 친환경 농산물을 취급하고 납품하려면 참여조직이 친환경농산물 취급자인증을 받아야 한다. 또 경우에 따라선 소분업 자격도 갖춰야 하는데 일반 참여조직이 그런 자격을 갖추기엔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런 곳도 거의 없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김 대표는 “생산자가 이미 갖고 있는 기존 유통망을 버려가면서 참여조직에 출하를 하라는 건 정부 사업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정부에선 직거래나 체험, 가공 등을 유도하면서 왜 이들 농가를 정책 사업에서 배제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오히려 더 고품질 생산을 해야 하는 건 직거래나 체험, 가공하는 농가들”이라고 지적했다. 

농식품부에서도 농가가 지적하는 문제에 대해 일부 공감하면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친환경·직거래·체험·가공의 경우 몇 해 전부터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이번 개선 지침에도 반영되지 못하는 등 여전히 농가를 이해시키지 못하고 있다. 

강해림 농식품부 원예경영과 사무관은 “수출 농가의 경우 농가가 자기 생산량의 몇 %를 정확하게 수출하는지 잘 모르는 실정이고, 실제 증명할 방법도 없어 전량 수출로 규정했다. 하지만 좀 더 완화하는 방안을 강구했고 산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직거래·체험 농가 등의 사업 배제와 관련해선 “이 부분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보고 있다. 산지 조직화와 규모화도 중요하기에 어려운 문제지만, 지금 계속해서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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