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의 국빈방문’으로 대서특필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12년 6월 23~26일 콜롬비아 행은 콜롬비아 정상과의 FTA 협상 서명으로 화려하게(?) 마무리됐다. 서명 직후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수산물의 민감성 확보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자료를 배포하며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의 국빈방문에 대한 일말의 흠집도 차단해버렸다. 

‘콜롬비아산 과일 수입량 0톤(2012년)→2만7178톤(2020년)’

2009년 11월 방한한 페루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최고 훈장인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하며 급물살을 탄 페루와의 FTA. 이후 9개월 만에 협상이 일사천리로 진행, 타결된 페루와의 FTA에 대해 당시 농식품부는 ‘커피 이외 농산물 수입이 미미하고 주요 농산물이 대부분 양허 제외 또는 현행관세가 유지돼 생산 감소가 거의 없을 것’이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 자료를 인용하며 대훈장의 가치(?)를 더 빛나게 했다. 

‘페루산 과일 수입량 36톤(2010년)→3만3383톤(2020년)’

적어도 정상들 관계에선 대접하고 대접받았던, 그래서 언론에 치적으로 홍보되던 이들 국가 정상과의 만남과 FTA 타결 과정에서, 농민을 대변한다는 농식품부의 FTA에 대한 ‘백신’은 없었다. 되레 수입과일 빗장을 여는 데 주요키 역할을 했다. 이후 잘 알다시피 10년가량 지난 2021년 현재, 이들 국가의 과일은 국내 과일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여기에 ‘치료제’가 되어야 할 대책 역시 부실했다. 넘쳐나는 수입산 과일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친환경 고품질 재배에 앞장선 농가들. 또 직거래와 가공, 체험 등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과일 농가들. 이들이 FTA에 대응해 정부가 추진하는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사업’에서 배제되는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다.

거의 모든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사업 참여조직이 일선농협으로 맞춰진 가운데, 친환경 농가는 농협으로부터 ‘친환경, 유기농은 제대로 취급해줄 수 없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 직거래나 체험, 가공 농가 등 자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농가들은 사업 신청조차 할 수 없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까지 나온다던 배 종합대책이나, 급증하는 샤인머스켓 포도에 대한 수급 대책 등의 발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취재 과정 중 만난 과수 농가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FTA로 수입 포도가 급증해 무너졌던 포도산업을 농가들이 샤인머스켓을 들여와 재배하며 살렸다. 이후 샤인머스켓 면적이 급증하고 있는데 농식품부는 어떤 대책이라도 내놓은 게 있는가. 계속 외면하다 수출 유망 품목으로 각광받자 그제야 농식품부 수장이 중국 현지 과일 매대에서 사진을 찍고 수출 현장을 찾는 등 샤인머스켓 인기에 편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대통령 농정 공약이 친환경 농업 확대다. 농식품부에서도 직거래와 가공, 체험 등으로 과일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농가를 무시하고 있다. FTA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백신도, 치료제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혹 농식품부가 FTA에 대한 집단 면역력이 생기는 걸 바라는지 몰라도, 농가에 FTA는 언제나 ‘악성’이다. 

김경욱 유통팀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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