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

[한국농어민신문]

미래 농업혁신의 첨병 ‘드론’
영농현장 인력난 해소 기대감 커
선순환적 생태계 잘 정착돼야

1892년 미국 아이오와주에 살던 독일계 미국인 기술자 존 프로리치는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트랙터 개발에 성공해 현대 트랙터의 창시자가 됐다. 이전에도 이미 증기기관을 탑재한 트랙터가 영국에서 개발됐지만 너무 무겁고 고장이 잦아서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세탁기의 발명이 여성들의 사회진출과 인권향상에 크게 기여한 것처럼 트랙터의 등장은 농업의 생산성 향상에 획기적으로 기여했다. 트랙터의 등장은 농장이 규모화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고, 이전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미국식 대형농장과 소련식 집단농장이라는 새로운 농업방식을 가능케 했다.

트랙터 덕분에 농업노동에서 해방된 가축(역축)은 축산업 발전으로 이어졌고, 농업의 인력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여유인력이 공업과 서비스분야로 진출하게 됐다. 트랙터의 등장이 현대 농업혁신을 촉발하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발전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로부터 13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드론이 하늘을 나는 트랙터가 돼 미래 농업혁신의 첨병이 될 기대감을 주고 있다. 국제무인시스템협회(AUVSI)에 따르면 전 세계 드론시장은 2026년까지 90조원 규모로 전망되는데 군사용을 제외한 상업용 드론의 80%는 농업용으로 활용될 것이란 예상이다. 농업용 드론은 3D 매핑을 통한 토양상태 측정에서부터 파종, 농약 살포, 작물 모니터링, 생육 상태 파악 등 농업에 전방위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기술 발전에 따라서 더욱 다양하고 세밀한 농작업으로 확대가 가능하다.

특히 농촌이 고령화되면서 농업 노동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농현장에는 드론을 통한 인력난 해소의 기대감이 크다. 벼농사의 경우 이미 농약 살포에 드론을 활용해 농업인이 농약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막고 농작업 능률을 향상시키고 있다. 드론을 이용하면 논 위를 2~3m 높이로 낮게 날면서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바람(하향풍)을 이용해 약제가 벼 아랫부분까지 골고루 침투가 가능해 방제효과가 높다. 일반 유인 항공방제의 경우 광범위한 면적을 대상으로 하고, 살포고도가 높아 주변 지역의 피해가 우려되지만 드론 방제는 낮은 고도에서 목표 지역만 집중적으로 살포할 수 있어 항공방제의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트랙터가 플랫폼 역할을 하는 동력체에 이런저런 부착기를 붙여서 다양한 농작업에 활용하는 것처럼 드론도 추진체 역할을 하는 본체에 다양한 임무장비(RS 카메라, 방제장치, 파종장치, 조수퇴치 장치)를 붙이면 농업적 활용성이 무궁무진하게 늘어난다.

트랙터의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트랙터의 등장으로 생긴 농업문제도 많다. 트랙터의 고장, 사고, 구매를 위한 고액의 부채, 토질의 압축 등 새로운 장벽들이 농업인 앞에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가축과 달리 분뇨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대량의 비료를 농장 밖에서 구매하게 돼 농장내의 자원순환을 단절시키기는 결과도 초래했다.

드론도 마찬가지로 농업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지만 안전문제, 범죄활용 등 부정적 요인도 많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조종미숙이나 배터리방전, 기체의 오작동으로 언제든지 인적·물적 피해를 줄 수 있다. 완전 자율항법기능이 개발돼 있지만 충돌·추락에 따른 위험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농업에 드론을 폭넓게 빨리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안전하게 운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농업용 드론을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합리적 규제를 마련하고 관련 법·제도를 지속해서 정비해야 한다. 드론 사용자 역시 드론을 처음 배울 때부터 안전비행을 위한 준수사항을 몸에 익혀야 하며 법제도에 맞도록 활용해야 한다. 농업드론에 적합한 임무장치, 약제, 농작업 제어 알고리즘을 위한 연구개발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농업용 드론 활용의 선순환적 생태계가 잘 정착된다면, 드론이 우리 농업의 성장 동력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경쟁력 있는 미래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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