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식/농부. 마음치유 농장 대표

[한국농어민신문]

마을 전체에서 교육 이뤄지고
학교는 변화의 주체가 되는
‘마을학교공동체’ 개념 제시

<마을 2> 마을학회 일소공도, 그물코, 2018년 7월, 1만2000원.

요즘 새로운 각도에서 농촌과 농사가 주목받는다. 작년부터 시행된 공익형 직불제로 농사 면적 1500평 이하의 소농이 존중되면서다. 치유농업법(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뒤이어 ‘농촌 교육농장 육성과 지원법’, ‘농촌 사회적 농업 육성법’ 등의 법제화가 촉진되면서다. 농촌에서 다양한 경험과 재능이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을 2>는 그런 면에서 시의적절한 책이다. 도시는 시·구·동이 기본 단위지만 농촌은 거기에 해당하는 군·읍·면 다음에 마을이 있다. ‘2’라는 숫자에서 보듯 마을을 주제로 한 연속 기획 출판물이다. 농지 문제가 특집인 <마을 3>도 나온 상태다. <마을 2>는 마을, 교육, 공동체가 주제다.

책은 마을과 교육에 대해 새로운 개념을 주장하고 있다. “···대학에 진학하는, 취업에 성공하는 소수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자신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일, 스스로 하고 싶은 일, 사회에 기여 하는 일을 가까운 마을에서 찾아 새로운 삶을 디자인할 수 있는 새로운 학교를 만들자.”라고 주장한다(임경수. 39쪽). 이른바 마을학교공동체다.

학교를 교실과 운동장과 교사로만 인식하지 말고 마을 전체가 학교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고 교육이 인간 사회 어느 장소에서나 이루어지게 하자는 견해다. 마을에 있는 기관, 단체, 개인, 조직들도 교육의 주체가 되고, 학교는 마을 변화의 주체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땅의 마을이 담당했던 것이 어디 교육 하나뿐이었던가? 경제와 사법, 건축, 에너지 모든 것을 마을이 담당하지 않았는가. 관혼상제도 마찬가지였다. 마을에서 다 해결되었다. 학교가 마을을 책임질 뿐 아니라 민족과 겨레까지 책임지는 모습도 책에 나온다. 1945년 3월, 충남 홍동면 현광학원 졸업식장이었다.

“···일본글 ‘아이우에오, 카키쿠케코(アイウエオ, カキクケ)만 있는 줄 아느냐? 우리말 ‘가갸거겨’가 있다.”라고 우리말로 축사를 한 지역 유지 이승재씨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지서로 연행되어 고문을 당하였다(이민성·신소희 글. 109-122쪽.). 이를 본 학생들이 뭘 배웠을지는 눈을 감고도 훤하다.

이 책에서는 어린이집 다니는 유아부터 청년 농부를 키우는 일, 마을의 교육재원을 재배치하는 일, 학교와 마을의 상호작용 등을 다섯 마당에 걸쳐 싣고 있다. 2017년에 창립된 우리나라 유일한 마을학회 ‘일소공도’가 부록으로 실려 있다. 20여 년 전, 우리 딸이 홍성 풀무학교에 입학할 때 봤던 ‘일만 하면 소가 되고 공부만 하면 도깨비 된다’는 그 표어의 준말일 일·소·공·도.
이 책도 마을에서 만들었다. 새로운 농촌을 가꾸는데 필요한 삶과 앎이 책갈피 곳곳에 스며 있다.

 

[함께 보면 좋은 책]

각자 능력·돈 모아 함께 살아가는 마을 

<동네에서 협동조합으로 창업하기> 워크즈콜렉티브네트워크. 아이쿱생협 일본어 번역 모임 연리지 번역, 그물코, 2019년 3월, 1만5000원.

<동네에서 협동조합···>은 일본에서 나온 책이다. 일본은 노령화뿐 아니라 노래방, 단란주점은 물론이고 시민운동, 생협 활동, 협동조합 등에서 우리를 앞서갔던 게 사실이다. 이 책은 시골 동네에서 각자의 능력과 돈을 모아서 함께 살아가는 협동조합의 이야기를 담았다. 책을 쓴 ‘워크즈콜렉티브네트워크’는 이런 협동조합이 400개 이상 가입된 단체다. 25년 역사를 가진 이 연합단체는 협동조합 활성화와 창업지원, 지역조사와 연구 활동을 벌인다.

책의 제목처럼 동네에서 창업한다는 발상이 눈에 띈다. 동네라고 하는 생활공간이 일터가 된다는 것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이며 이웃과 사회관계를 새로 짜는 것이라 하겠다. 서로의 지혜를 모아 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인생을 충실하게 연출해 가는 것일 수도 있다.

‘이력서 없이도 일 할 사람을 받아 주는 일터’에서 빵을 굽는 오다씨는 마을 협동조합의 상징적인 사례에 속한다. 스스로 일도 안 하고 일 할 의욕도 없으며 모든 면에서 무기력한 상태의 젊은이를 뜻하는 니트족이었다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24살의 그녀.

“친절하고 좋은 분들이 많아서 정말 즐거워요. 일을 해도 돈도 못 받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지쳐 있었는데 사장도 없으며 모두가 수평적인 이곳은 부당한 대우라는 게 없어요. 급여는 확실히 낮지만 즐겁게 수긍하면서 일해요.”라고 한다(125쪽). 마을 협동조합만이 가질 수 있는 일터 분위기다.

시장조사와 수지타산까지 검토한 뒤에 공동체 식당을 마을에 낸 와카코씨는 식당 구성원 모두가 경영자라고 말한다. 음식과 음식값만 오가는 게 아니고 만남과 교류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마을 식당 이야기다.(212-222쪽)

 

돌봄 현장이 직장 되고, 치유 공간도 돼

<네덜란드 케어팜을 가다> 조예원, 그물코, 2020년 9월, 1만5000원.

돌봄과 복지는 현대국가 최대의 과제이자 정책이다. 마을이 이런 과제를 거뜬히 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 <네덜란드 케어팜을 가다>이다. 마을이 사회와 국가의 몫도 담당한다는 것이 돌봄농장이라는 뜻을 가진 케어팜의 중심 주제로 보인다.

책에는 밀다스다이크 농장의 사례가 실려있는데 이곳은 한국 대사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발달 장애와 뇌 손상, 치매 등 다양한 증상이 있어 일반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성인들이 봄부터 가을까지는 각종 채소와 과일 농장 일에 참여하고 겨울에는 실내 활동을 한다.

실내 활동이 다양하다. 자전거 수리에서부터 태양광 패널 조립, 봉투제작, 홍보물 투입 등이다. 자 상상해 보자. 자전거 수리점 옆에 채소밭이 있고 태양광 조립장 옆에 닭장이 있는 모습을. 이는 케어팜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통합된 삶이다. 분절된 삶에서 온 장애와 정신질환을 이렇게 통합된 삶으로 치유한다.

돌봄 현장이면서 직장이고 직장이면서 치유의 공간인 이곳에서는 생산성이 목표가 아니라 하루를 소중하게 보내고 작은 성취를 즐거워하면서 자신감 있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라고 한다. 농장 책임자 피터씨가 하는 말이다.

책의 저자인 조예원은 네덜란드에서 유학할 때 케어팜 연구소를 만들어 활동했으며 한국의 사회적 농업과 치유농업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어느 마을에서는 이미 마을 요양원을 만들어 마을 노인들이 마을에서 여생을 마치도록 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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