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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콩 ‘무관세 쿼터’ 무기한 증량...한미 FTA 독소조항 어쩌나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2014년 2만5000톤으로 늘린 후 
해마다 3%씩 복리로 증량
일몰 시한 없어 영원히 계속
이대로 두면 소비량 완전 대체
재협상 통해 식량안보 지켜야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식용대두에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을 무기한 증량해주는 바람에 앞으로 콩 소비가 미국산으로 거의 대체되고, 국내산 생산기반이 무너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식용대두의 무관세 쿼터를 시한 제한 없이 매년 3% 씩 복리로 무기한 증량하는 독소조항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와 기후재해를 계기로 식량안보를 위한 콩 자급률 향상이 과제로 떠올랐지만, 잘못된 FTA를 재협상을 통해 수정하거나, 다른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우리 콩의 미래와 식량안보는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식용대두의 관세는 487%의 고율관세지만,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른 TRQ는 5%의 저율관세, FTA에서 내준 TRQ는 무관세다.

본보가 미국, 캐나다, 호주, 중국 등 4개국과의 FTA를 비교한 결과, 캐나다, 호주, 중국 등은 TRQ를 늘려나가도 어느 시점에서는 물량을 동결하거나, 증량 없이 매년 동일한 쿼터를 수입하지만, 미국과는 일몰 없이 3% 복리로 계속 증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캐나다산 식용대두는 2015년 5000톤을 시작으로 5년차인 2019년까지 2500톤씩 늘리고, 6년차인 2020년부터 매년 400톤씩 증량하다가 10년차인 2024년부터는 1만7000톤이 유지된다. 호주의 경우 2014년 500톤에서 10년차인 2023년까지 50톤씩 증량하다가, 11년차인 2024년부터 1000톤으로 유지된다. 중국산은 2016년부터 증량 없이 매년 균일하게 대두 7000톤, 콩나물콩 3000톤을 유지한다.

그러나 미국산은 2012년 1만톤을 시작으로 2년차 2만톤, 3년차 2만5000톤 이후 2015년부터 매년 3%씩 복리로 증량하는데, 일몰시한이 없어 영원히 증량이 지속된다. 2020년에는 2만9852톤이 수입됐고, 올해는 3만747톤이 들어온다. 

늘어난 양에 또 다시 3%를 늘리는 방식의 복리 증량이 지속되면 현재는 연간 약 800톤씩 늘어나는 물량이 2080년 이후에는 매년 5000톤 이상씩 늘어나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한미 FTA로 인한 무관세 쿼터(TRQ)가 머지 않아 국내 생산량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2082년에는 18만5588톤으로 늘어나 현재 WTO 쿼터인 18만6000톤을 초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전문가들은 “미국에만 무관세 쿼터를 무기한 증량하는 것은 다른 나라와의 FTA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독소조항”이라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유통전문가인 A박사(농업경제학)는 “정부가 한미 FTA 협상에서 콩에 대한 자급률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50년 뒤에는 국내산을 쿼터가 넘어서는 만큼 미국과 재협상을 하거나, 그것이 어려우면 계약재배를 비롯해 국산콩 육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전문가는 “이런 조항이 들어간 것은 미국 대두업계, 그리고 미국산 식용대두를 사용하는 국내 대두 가공업자들과 연관됐을 것”이라며 “최근 대통령이 나서서 밀과 콩의 식량자급률을 높인다고 약속했지만, 이것이 가능하려면 반드시 미국과 재협상을 통해 독소조항을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영제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 회장은 “한미 FTA 협상을 할 때도 콩 관련 생산자단체하고 협의가 없었고, 이 산업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이 자기들 끼리 협상을 하다보니까 그런 것”이라며 “TRQ가 3% 씩 늘어나다 보면 불과 10년 내에 자급기반은 완전 무너지는 만큼 정부가 식량안보와 농업보호를 위해 FTA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콩 자급률을 45%까지 높이겠다고 말씀했으면 정부에서 후속대책을 발표해야 하는데, 논타작물재배 지원도 없애 놓고 방향성을 못 잡고 있다”면서 “밭 식량작물에 대한 수매가격 인상, 재해보험 확대, 저장시설 확충, 수매자금 무이자 지원과 같은 내용을 담은 밭작물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정주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TRQ에서 특수한 예외를 인정해 준 게 미국과의 FTA에만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재협상으로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은 방법이고, 콩 자급률 제고는 국산의 고정적인 수요를 늘려서 안정적인 국산 사용처를 찾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콩에 관한 종합대책은 현재 준비 중이고 곧 발표할 계획”이라며 “콩 자급률 45%는 채워가기엔 쉽지 않은 여건이지만, 정부로서는 노력을 할 것이고,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식용대두 소비는 연간 33만톤~40만톤 수준으로, 이 중 국산이 10만톤 내외, 수입산이 27만톤 내외이다. 식용콩 소비물량의 75%가 수입산이고, 이중 85%가 미국산이다. 수입산은 대부분 TRQ로 들여와 두부, 장류, 두유 등 가공업체들이 소비한다.

국산콩 생산량은 그동안 재배면적 축소로 2015년 10만3504톤에서 2016년 7만5448톤으로 떨어진 후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에 힘입어 2019년 10만5340톤으로 회복됐지만, 이 사업이 축소돼 재배면적이 줄고, 긴 장마로 인한 흉년으로 2020년 생산량이 8만926톤으로 곤두박질 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콩의 식량자급률은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변동될 여지가 있지만, 2020년 28.4%에서 2021년 21.6%로 떨어지고, 2025년 25.8%, 2030년 26.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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