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옥수수·대두 등 연일 오르고
러시아 밀 수출세 부과도 ‘불안’

우리도 작년 같은 기상재해로
쌀 생산량이 수요량 밑돌면
식량안보 ‘위험’ 단계 하락 경고

전 세계 곡물 수급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식량안보가 취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이상기상 발생과 기후변화 우려가 높아지면서 세계 곡물가격의 강세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식량안보도 위험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세계 곡물 수급관련 각종 자료를 종합해 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 곡물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의 주요 곡물가격을 보면 15일 현재 밀 1톤 가격이 248.2달러로 지난 2014년 5월 250달러 안팎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옥수수 가격은 209.24달러를 보이며 지난해 연평균 143달러보다 크게 올랐고, 대두(1월 13일)도 516.7달러로 지난해 평균 350달러보다 매우 높은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이 같은 주요 곡물가격의 강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의 밀 수출세 부과 조치가 향후 국제 밀 가격에 미칠 영향도 초미의 관심사다. 외신과 관련 정보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국내 밀 수급 안정을 위해 밀 수출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3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1톤당 50유로를 부과할 계획이며, 2021~2022 시즌(7월부터 시작)에도 수출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국제곡물 시장 불안요인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각종 식량안보 관련 지수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승룡 고려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식량안보가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와 같은 국제곡물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지난해와 같은 기상재해로 쌀 생산량이 수요량을 밑돌면 식량안보가 ‘위기’ 단계에 빠져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양승룡 교수(고려대 농식품유통무역연구실)가 매달 초 발표하는 식량안보지수 NFSI(National Food Security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0.59’에서 12월 ‘0.57’로 하락해 악화됐다. 전세계 23개국에 대한 식량안보를 측정하는 NFSI는 최저 ‘0’부터 최고 ‘1’ 사이의 값으로, 레드(0~0.25), 옐로우(0.25~05)), 그린(0.5 이상) 등 식량안보 수준별 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NFSI는 국내 식량공급능력, 식량 구매력, 소득 평등도, 경제 신용도, 세계 재고 상황 등을 세부 지표로 산출된다.

양승룡 교수는 “우리나라 식량안보는 현재 그린단계로 안정적이지만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의 식량안보 상황보다 더 악화됐다”고 분석하고, “지난해 쌀 생산량이 감소한 것이 주요인으로 식량안보에서 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쌀 생산량이 감소하면 위기로 하락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유엔식량농업기구(FAO)도 단기 급등한 곡물가격 지수를 발표했다. 지난해 6월까지 곡물가격지수가 96.9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하향 안정세를 보였지만, 7월부터 상승세로 반전해 12월에는 115.7포인트로 올랐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또한 FAO의 식량가격지수(곡물·유지류·유제품·육류·설탕)는 지난해 12월 107.5포인트로 7개월 연속 상승했다.

농경연 국제곡물 조기경보지수
12월 ‘-0.23’, 주의 ‘0~0.5’ 근접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운영하는 국제곡물 조기경보시스템의 지수도 지난 12월 '-0.23’으로  주의 단계(0~0.5)에 근접한 상황이다. 이에 곡물 주산지 국가의 기상 여건과 곡물 수요 등 가격 변동 요인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성진 농촌경제연구원 해외농업관측팀장은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한 경기부양으로 시중 자금 유동성이 커지면서 곡물선물시장으로 많은 자금이 유입돼 곡물가격을 부추겼다”며 “올 상반기에도 국제곡물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특히 남미의 라니냐 기상피해와 중국의 미국산 곡물수입 등이 국제 곡물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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