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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업계, 우리쌀 원료 확보 ‘비상’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서울 신림동 소재 솟대 양조장에서는 국내산 토종밀 ‘앉은뱅이 밀’로 누룩을 딛고, 첨가물 없이 쌀과 물로만 막걸리를 빚는다.

정부 가공용 쌀 공급 늘었지만
국내산 물량은 11만→5만톤 ‘뚝’
수입산은 21만→31만톤 확 늘어

막걸리업체들, 국산 확보 난항
“품질 변화 발생할 우려에도
가격 상승 압박, 수입산 고려”

연초부터 막걸리업계가 국산 원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양곡 가공용 쌀 공급 물량이 늘었어도 국내산 쌀 비중은 줄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양곡 가공용 쌀 공급 물량은 지난해 31만7000톤에서 13% 증가한 36만톤이다. 하지만 이중 국산쌀은 지난해 11만톤에서 올해 5만톤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기상재해로 2년 연속 흉년이 들자 현재 국내산 쌀 수급상황이 좋지 않은 탓이다. 대신 수입쌀이 20만7000톤에서 31만톤으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가정간편식 시장이 성장했고, 떡류 등 K-food(케이 푸드) 인기로 쌀가공식품 수출이 급성장하는 등 가공용 쌀 소비량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정부양곡은 밥상용 쌀 공급이 우선되다 보니 정작 가공용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국산쌀 물량은 부족해졌다. 농식품부는 정부양곡 수급여건을 고려해 한해 쌀 생산량이 풍년이면 가공용 물량을 늘렸다가 또 흉년이 들면 다시 가공용 물량을 줄이다 보니 막걸리를 비롯한 쌀가공식품업계는 안정적인 국산 원료 수급 방안에 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막걸리업계는 최근 젊은 세대들이 막걸리 양조 산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다 특색 있는 스토리와 국내산 쌀을 원료로 한 다양한 소규모 막걸리 양조장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전했다.

남도희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국산쌀로 만들던 막걸리 제품을 갑작스럽게 수입쌀로 바꾸면 품질 변화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정부는 부족한 건 수입쌀로 쓰라고 하는데, 수입쌀로 만든 막걸리는 관공서나 농협으로 유통이 어렵다”며 “그렇다고 시중에서 민간으로 국산쌀을 조달할 경우 원가 상승으로 인한 제품 가격 인상 압박을 받게 되는데, 막걸리는 주식이 아닌 기호식품이라 당장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막걸리업체들이 수입쌀 사용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0년산 정부양곡 가공용 쌀이 공급되는 내년에도 같은 문제가 예상된다. 남도희 사무국장은 “6월 이후부터 국산 쌀을 사용하려면 민간에서 국산 원료 조달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대책을 마련해야 해야 하는데 지금 좀 막막하다”며 “어쩔 수 없이 수입쌀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질적인 측면에서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막걸리 업체들이 수입쌀로 돌아서게 될지는 올 하반기와 내년 수급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막걸리 등 쌀가공식품업계가 장기적으로 정부양곡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민간 조달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양곡 가공용 쌀 물량은 전년 대비 13% 늘어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난해 쌀 생산량이 줄었고, 현 수급상황을 고려해 정부양곡 가공용 국산 비중이 줄면서 국내산 가공용 쌀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정부양곡에만 의존하기 보다 민간 조달을 통해서 경쟁력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목 이 업체] 솟대 양조장 조윤서 대표

“100% 국내산 쌀·누룩 차별화…도심 속 주막 꿈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솟대 양조장’은 도심 속에서도 고소한 누룩 향기를 풍기는 옛날 주막의 정감이 있다. 솟대 양조장 조윤서 대표.

신림역 인근서 술 직접 빚으며
연간 쌀 1톤 정도 사용하지만
서울산 농산물 아니란 이유로
전통주 속하지 못해 혜택 전무

원료 수급도 민간 통해 해결
“산지 등 연결돼 공급 받았으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내산 쌀을 활용해 차별화된 맛과 품질로 승부하는 막걸리 양조장이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솟대 양조장’이 그곳이다. 지난 15일 찾은 솟대 양조장은 서울 도심 내에 있어 쉽게 갈 수 있었고, 또 주점 내 술을 빚는 양조장이 있어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여러 수제막걸리 전문점이 도심 내 양조장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 술을 양조하는 곳은 따로 두기도 하지만, 솟대 양조장을 운영하는 조윤서 대표는 주점 안에서 직접 막걸리를 담근다. 심지어 국내산 토종밀 ‘앉은뱅이 밀’로 누룩을 딛고, 다른 첨가물 없이 쌀과 물로만 막걸리를 빚는다.

2017년 이곳 신림동에서 처음 문을 연 솟대 양조장 조윤서 대표는 “정읍에서 생산한 ‘앉은뱅이 밀’로 누룩을 딛고, 쌀과 물만 넣어 막걸리를 빚고 있다”며 “도심 속에서도 고소한 누룩 향기를 풍기는 옛날 주막의 정감을 느낄 수 있는 ‘현대판 주막’을 운영하는 게 어릴 적부터 꿈이었다”고 했다.

신림역에서 불과 2~3분 거리에 있는 솟대 양조장은 겉으로 보면 일반 주점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특이한 건 테이블에서 몇 걸음만 가도 술을 만드는 양조장이 훤히 보인다는 점이다. 이곳 양조장에서는 솟대막걸리 8도와 15도, 그리고 해남 고구마가 들어간 ‘고구마 탁주’, 밑술에 덧술을 두 번 더해 만든 삼양주 ‘술술 춘향’이 주력 제품이다.

조윤서 대표는 “가게가 3층이라 지나가다 들리는 사람들보단 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장이라는 걸 알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 대부분이다”며 “8도 솟대막걸리와 고구마 탁주가 젊은 층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막걸리다”고 설명했다.

솟대 양조장에서는 100% 국내산 쌀과 누룩으로 막걸리를 만들고 있지만, 주세법상 전통주에 속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인터넷 등 통신판매를 비롯해 주세 감면 혜택도 없다. 조윤서 대표는 “주세법상 서울에서 생산된 쌀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면, 이곳 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와 삼양주는 지역특산주 등 전통주로 인정받을 수가 없다. 이 지역에서 난 농산물로 지역에서 만들어야 지역특산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며 “이곳 막걸리는 소규모주류제조 면허로 만든 ‘하우스 막걸리’로 판매되는 셈”이라고 언급했다.

솟대 양조장에서는 연간 약 1톤의 쌀을 막걸리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누룩을 디딜 때 사용하는 밀은 연간 60kg이다. 하지만 솟대 양조장은 쌀을 한 번에 대량으로 몇 톤씩 구매하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소량씩 민간에서 쌀을 구매한다.

조윤서 대표는 “서울만 해도 하우스 막걸리 등 소규모주류제조업체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고, 소규모 양조장에서 사용하는 국내산 쌀도 점차 많아질 텐데, 우리 같은 양조장은 대부분 쌀을 소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산지나 지역 RPC에서 직접 조달하기가 어렵다"며 "서울에 있는 소규모 막걸리 업체들도 산지와 연결돼서 안정적으로 국산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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