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수입과일 시장 변화는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김경욱 기자]

2018년 89만여톤 수입 정점
2년 연속 감소세로 전환
지난해 77만7050톤 들어와
2014년 이후 최저치 기록

코로나19에 따른 교역량 감소와 주요 수입과일의 현지 작황부진으로 지난해 과실류 수입량이 77만7050톤을 기록, 2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물량으로만 따지면 2014년 이후 최저치다. 하지만 FTA 체결 이후 수입 실적이 없었거나 미미했던 국가에서 주요 수입과일이 들어오고 있어, 국내 과일시장 변화를 예의주시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중심으로 지난해 주요 수입과실류 수출입 동향과 함께 지난 10년간 FTA 체결 등으로 바뀌고 있는 수입과일 시장 변화를 살펴봤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20년 과실류 총 수입량은 77만7050톤, 수입금액은 13억2627만달러로, 2019년 수입량(81만5171톤)과 수입금액(13억6131만달러) 대비 각각 4.7%, 2.6% 감소했다. 

필리핀·미국 작황 부진으로
바나나·오렌지 반입 감소한 탓
기타 과일류 수입 주목해야


과실류 중 가장 수입량이 많은 바나나는 지난해 총 35만1994톤이 수입돼 전년(36만8374톤) 대비 4.4% 줄었고, 오렌지는 11만5356톤이 수입돼 전년(12만4386톤) 보다 7.3% 감소했다. 바나나의 경우 주 수입국인 필리핀의 작황 부진이 원인이며, 오렌지의 경우 작황이 좋았던 호주의 수입량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주 수입국인 미국의 작황이 좋지 않아 전체 수입량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한 해 가장 많은 수입량을 기록한 국가는 필리핀이다. 총 32만6280톤의 과실류가 수입됐으며, 이 중 바나나가 26만795톤으로 80%를 차지한다. 그다음으로는 미국에서 총 18만5996톤이 수입됐으며, 이 중 57%인 10만5879톤이 오렌지였다. 세 번째로 수입량이 많은 국가는 칠레로 총 4만1728톤이 수입됐으며, 이 중 59%인 2만4667톤이 포도였다. 

FTA 체결 등으로 지난 10여 년 간 꾸준히 증가해 온 과실류 수입량과 수입액은 2018년 정점을 찍은 후 2년 연속 하락한 모양새다. 2011년 과실류 총 수입량은 72만1271톤, 수입액은 8억6076달러였다. 이후 2015년 77만9331톤, 12억8965달러, 2018년 89만5290톤, 14억82354달러까지 늘었다가 2019년에 수입량과 수입액이 각각 81만5171톤, 13억6131만달러를 기록, 오름세가 꺾였다. 

하지만 수입과일 시장이 위축됐다고 보긴 어렵다. 전체 수입량이 줄어든 것은 수입과일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나나와 오렌지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바나나의 경우 지난해 전체 수입과일의 45%를, 오렌지는 15%로, 둘을 합치면 전체 수입량의 60%에 이른다. 필리핀과 미국의 작황이 회복되면 언제든 수입량은 큰 폭으로 늘 수 있다. 

실제 바나나와 오렌지를 제외한 수입과일 품목은 수입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보카도 등 기타 과실류 수입량 및 수입액은 8만6619톤, 2억3742만달러로 전년 7만8517톤, 2억10278달러 보다 각각 10.3%, 12.9% 증가했다. 

5대 수입과일 중 하나인 키위 수입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키위 수입량은 2011년 2만9757톤에서 2016년 3만735톤, 2019년 3만3303톤까지 늘었으며, 지난해에도 증가세를 이어가 3만5786의 수입 실적을 기록했다. 키위 수입국은 뉴질랜드가 3만4970톤으로 단연 1위를 차지했고, 칠레는 2019년 2491톤까지 들어왔으나 지난해에는 616톤으로 줄었고, 이탈리아도 2019년 759톤에서 지난해 200톤으로 줄었다. 

멜론도 마찬가지다. 2011년 1941톤이었던 수입량은, 2015년 1397톤으로 감소했다가 2019년 1975톤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에는 3033톤으로 53.6% 증가했다. 음식의 부재료로 많이 쓰이는 라임 수입량은 2011년 7388톤에서 2015년 1만7298톤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총 1만9219톤이 수입돼 수입량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FTA 발효 그 후 
‘무관세 길’ 열린 후페루산 포도·콜롬비아산 바나나 밀물

남반구인 호주·뉴질랜드 등
수확기 다른 계절 효과 ‘톡톡’

베트남산 6년새 두배 껑충
망고 등 관세 조만간 철폐

열대과일 수입 급증 우려

2004년 칠레와의 FTA 발효를 시작으로 지난해 말까지 총 16번의 FTA가 발효된 가운데, 지난 10년간(2011~2020년) 모두 11번 FTA가 발효돼 국내 농업에 집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10년 동안 FTA가 발효된 대상은 유럽연합(28개국, 2011년 7월 1일), 페루(2011년 8월 1일), 미국(2012년 3월 15일), 터키(2013년 5월 1일), 호주(2014년 12월 12일), 캐나다(2015년 1월 1일), 중국(2015년 12월 20일), 뉴질랜드(2015년 12월 20일), 베트남(2015년 12월 20일), 콜롬비아(2016년 7월 15일), 중미(4개국, 2019년 10월 1일) 순이었다. 

이 중 과일을 주로 생산하는 국가에선 어김없이 해당국의 과일이 국내로 물밀 듯 들어왔다. 2011년 FTA가 발효된 페루의 경우 발효 직전 해 36톤에 불과했던 수입과실류 물량이 2019년 3만1143톤, 2020년 3만3383톤 등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이는 FTA가 상당한 영향을 줬다. 30%였던 관세가 5년간 폐지된 페루산 바나나는 2010년 20톤에서 2020년엔 1만933톤으로 급증했다. 포도 역시 국내 포도 출하기를 제외한 11~4월 기준 5년간에 걸쳐 관세 폐지가 됐다. 이에 2010년 수입량이 잡히지 않았던 페루산 포도는 2020년 6875톤까지 늘어났다. 저장성이 강한 샤인머스켓 포도가 겨울철에도 출하되고 있어, 현재 국내산 샤인머스켓과 페루산 포도가 경합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10년간 관세가 철폐되는 망고 역시 수입이 되지 않다가 지난해엔 4529톤이 수입됐고, 무관세 이후 수입량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FTA 발효 전부터 워낙 많은 물량이 들어온 미국의 경우 수입량이 발효 직전 해인 2011년 18만1111톤에서 지난해 18만5996톤으로 소폭 증가했다. 미국산 주 수입품목인 오렌지가 현지 이상기후와 항운노조 파업 등의 여파로 물량이 급격히 감소했음에도 품목 범위가 넓어지며 물량은 줄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터키도 FTA가 발효되기 전해인 2012년 318톤이 수입됐으나, 2020년엔 1357톤까지 수입량이 늘었다. 당시 감귤, 포도 등 주요 과일류가 양허에서 제외됐지만 기타과실류가 급격히 증가했다. 2012년 137톤에 불과하던 기타과실류가 2020년엔 960톤까지 늘었다. 

남반구인 호주는 수확기가 다른 계절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2013년 689톤이었던 호주에서의 과일 수입량은 지난해 1만4290톤까지 증가했다. 2013년 54톤과 609톤에 불과했던 포도와 오렌지 수입량은 2020년 각각 8099톤, 5655톤으로 급증했다. 

최근 10년간 FTA를 체결한 국가 중 캐나다와 중국만 수입과일 물량이 줄었다. 그러나 캐나다는 과일이 주산지가 아니고, 중국 역시 과일보다는 채소 위주로 수입되는 곳이다. 

호주와 같이 남반구에 위치한 뉴질랜드도 수입량은 FTA 발효 직전 1만7071톤에서 지난해엔 3만6050톤으로 급증했다. 6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된 키위가 지난해 3만4970톤까지 들어온 영향이 컸다. 

베트남은 2014년 9668톤에서 2020년 1만8448톤으로 6년 새 두 배 가량 과일 수입량이 늘었다. 2014년 124톤에 불과한 베트남산 바나나 수입량이 지난해 7873톤으로 증가한 영향을 받았다. 발효 당시 10년 내 관세가 철폐되는 망고, 파인애플, 두리안 등의 열대과일도 조만간 물량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되는 품목이다.

콜롬비아산 수입과일은 상전벽해를 보여주고 있다. FTA 발효 직전 해 0톤으로 집계됐던 콜롬비아산 과일 수입량은 지난해 2만7178톤으로 급증했다. 2015년엔 물량이 없었던 콜롬비아산 바나나가 지난해엔 2만7173톤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바나나는 FTA 타결 당시 5년에 걸쳐 30%에서 무관세로 전환하는 실책을 범했고, 이는 고스란히 수입량 증가로 이어졌다. 

한편 우리나라 과실류 수출량도 꾸준한 증가세를 띠다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증가세가 꺾였다. 수출량은 2011년 3만6966톤, 금액으로는 9억7577달러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수출량 4만7269톤, 수출금액은 19억4743톤까지 늘었다. 이는 2019년 5만2467톤, 19억5369톤보다 각각 9.9%, 0.3% 감소한 수치다.

김관태·김경욱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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