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CPTPP 농업부문 영향은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1월 현재 17건·56개국 발효
2004~2018년 FTA 체결국들 
농식품 수입액 두 배 껑충 
소비자 재구매 의향도 확 늘어

정부가 신축년 새해 벽두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FTA 등 시장개방으로 일방적 피해를 당한 농민단체들은 농업의 희생을 전제로 한 대외경제정책을 당장 중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FTA 상황과 함께 CPTPP가 초래하는 농업부문의 영향을 진단했다.


#속도 내는 FTA, 농업피해 더욱 가중

우리나라는 2021년 1월 현재 17건(56개국)의 FTA를 발효했다. 영국의 브렉시트로 지난 1월 1일부터 한·영 FTA도 발효됐다. 또한 RCEP(2020년 11월 서명)을 비롯해 한·인도네시아 CEPA(2020년 12월 서명), 한·이스라엘 FTA(2019년 8월 타결) 등이 서명·타결된 상태로, 올해 발효를 앞두고 있다.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FTA의 경우 한·중·일, 에콰도르, 메르코수르(MERCOSUR), 필리핀, 러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이 있다. 특히 올해는 캄보디아와 타결이 예상되고 있으며, 정부가 새해 벽두부터 발표한 메가 FTA인 CPTPP 참여를 위한 회원국들과 비공식 협의도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에 의해 동남아 국가들과 FTA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한·아세안 FTA와 베트남 등에 이어 RCEP, 그리고 올해 발효가 예상되는 인도네시아 CEPA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농업부문 시장개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상호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CEPA(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는 FTA와 유사한 자유무역협정이다. 농업부문의 민감성 보호를 위해 기존 FTA 범위 내에서 개방수준을 유지했다고 정부가 밝히고 있지만, RCEP과 중첩되면 직간접적 영향도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FTA는 농업부문에 막대한 피해를 던져주고 있다. 농식품 수입액이 입증한다.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이후 2018년까지 FTA 체결국으로부터 농식품 수입액을 집계해 보면, 2004년 112억 달러에서 2018년 286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수입농식품 품목 수 또한 같은 기간 동안 1420개에서 1799개로 대폭 늘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소비자들의 수입 농식품에 대한 재구매 의향이 높아지면서 국내산 농산물 소비위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6월 소비자 3168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입과일 재구매 의향이 바나나 77.3%, 오렌지 71%, 체리 63.3% 등으로 나타났고, 수입축산물과 수산물, 가공식품 또는 60~70% 수준을 보였다. 소비자들이 수입산 농식품 구매를 더 늘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국산농산물 소비감소가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CPTPP 참여, 논란은 무엇인가

농업부문 개방도 FTA보다 높아   
쌀 빌미 추가 개방 요구 가능성
동식물검역은 WTO 규정 상회
‘병해충 탓 수입 차단’ 못 할 수도
수출농산물 보조 금지도 문제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CPTPP는 농업부문 개방도가 높고 동식물검역은 WTO 규범보다 더욱 강한 조항을 적용하고 있어 참여 검토만으로도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가 참여를 요청하기 때문에 기존 회원국들과 협의에서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농업부문을 더 내주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CPTPP 회원국은 칠레,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페루,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베트남, 일본, 멕시코 등 11개국으로 이 중에서 우리나라는 멕시코를 제외하고 FTA를 체결한 상태다. 일본의 경우 RCEP에 같이 참여하고 있다.

◆농식품 시장 자유화=농업부문의 개방 수준을 확인 할 수 있는 농식품 상품양허 수준을 보자. CPTPP 11개 회원국들의 농식품 평균 자유화율이 96.3%에 달한다. 일본의 경우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은 76.2%이지만, 기존의 FTA보다 높은 수준으로 회원국들에게 시장을 개방했다. 일본은 또 쌀에 대해 호주에게 무관세 쿼터 8400톤을 제공하면서 현행 국영무역제도를 유지키로 하는 등 초민감 품목을 온전하게 방어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농업부문의 민감성을 이유로 양허제외를 주장해도 CPTPP 회원국들에게 현재 FTA보다 높은 수준으로 열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쌀을 레버리지로 다른 농림축산물 추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동식물검역제도(SPS)=CPTPP의 SPS 규범은 WTO에서 규정하는 수준을 더 뛰어넘어 회원국들의 이행의무를 강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병해충 유입을 이유로 수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품목의 수입을 차단할 수준이 무력화될 수 있는 것이다. 사과, 배 등 과일은 물론 축산물 등 주요 농축산물이 모두 해당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국가 단위 SPS를 적용하고 있는데, CPTPP는 지역화 개념에 구획화(최저 농장단위)까지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모 국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 해당 국가로부터 가금류 수입을 차단하는데, CPTPP SPS 규범을 따르면 AI 발생 지역 또는 해당 농장만 금지하는 것이다. 또한 SPS 조치와 관련한 문제는 기술협의를 통해 180일 이내에 해결을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과, 배, 복숭아 등 신선과일 또한 국내에 없는 병해충을 근거로 전세계 수출국을 수입금지 지역으로 정하고 있지만, CPTPP에 가입할 경우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회원국들의 수입허용 요구가 강하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보조금·국영기업·원산지규정=CPTPP는 수출농산물에 대한 보조금을 금지한다. 따라서 회원국에 수출하는 농산물에 대한 물류비 등 수출보조를 중단해야 한다. 농업분야 주요 공공기관이 국영기업이나 지정독점에 해당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CPTPP 회원국 FTA보다 농식품 상품의 완전생산 인정범위가 더 넓은 것으로 보고 되고 있어 농식품 최종 상품의 중간재 수입 증가도 우려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CPTPP 발효와 농업통상 분야 시사점(2018년 12월)’ 보고서에서 “농식품 수입관세 감축 이외에도 SPS 등 비관세조치 해소에 따른 새로운 품목의 수입증대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규범분야에서 동식품 검역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분석해 놨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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