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수긍할만한 과학적 방역대책 내놔야”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전국적인 고병원성 AI(이하 AI) 확산세에 정부가 가금 농가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면서 가금 농가들이 사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나 AI 발생 이전인 2017년부터 사육제한 등 각종 규제에 시달려 왔던 오리 농가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김만섭 한국오리협회장으로부터 오리 농가 규제 개선 대책 및 오리 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2020년 오리 산업 전반에 대한 평가 부탁한다.

“오리 산업은 2000년대 후반부터 급격한 성장을 거듭해 2008년 처음으로 오리생산액 1조원을 돌파하고 주요 축종으로 자리매김 했다. 급속한 성장이 이뤄진 만큼 일각에선 사육시설이나 유통구조가 튼실하지 못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소비측면으로는 그동안 보양식 개념으로 자리 잡은 오리고기의 경우 오리탕이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고연령층 소비에 국한돼 있다. 가공제품의 경우 훈제가 대부분으로, 소비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또 오리고기 소비 대부분이 식당 등 외식산업에 의존해 최근 코로나19 여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러한 한계로 AI 발생 때마다 소비가 급감하는 피해가 유독 오리에서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오리고기 가격이 급등할 경우 오리식당 등 소비처가 붕괴돼 또다시 오리 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상황을 반복한 해였다.”

 

2008년 오리생산액 1조원 돌파, 주요 축종으로 자리매김 불구
고령층 보양식 국한, 소비 확대 한계
AI 소비 급감 피해 심각

-오리 산업에 대한 코로나19 영향을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해 달라.

“오리농가들은 2017년 첫 ‘사육제한’ 제도 시행 이후 일제 입식 및 출하, 출하 후 휴지기간 14일 준수 의무를 부여받아 사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정 소비보다 식당 등 외식소비에 치우쳐 있는 오리고기는 타 축종에 비해 체감하는 코로나19 피해가 크다. 대다수 오리고기 식당 판매량이 급감, 오리 사육 농가들의 사육량도 추가로 20~30% 줄어 생계가 곤란할 정도로 어려워진 상태다.”


-AI가 지속적인 확산세다. 농가 상황은 어떤가.

“철새에서의 AI 검출과 가금농가 AI 발생에 따라서 10km 반경 방역지역 내 오리 농가는 입식이 금지돼 있다. 이로 인해 오리 농가들은 새끼오리 입식이 지연되는 피해를 입고 있다. 부화장의 경우 멀쩡한 새끼오리를 폐기하는 피해가 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보상조차 없다. 특히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AI 발생지역 가금류 반입금지 조치를 일방적으로 시행해 최근 오리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또 육용오리 살처분 보상금 또한 생산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해 농가들은 부채를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예방적 살처분 대상 가운데, 음성판정을 받은 농가는 보상금도 적고, 1년 이상 이동제한이 해제되지 않아 입식 지연 피해를 입더라도 소득안정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밖에도 농가에서 이행 불가능한 각종 방역조치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오리협회는 각종 불합리한 방역조치들을 비롯해 보상기준 개선을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 중에 있다.”


-AI 확산에 따라 정부가 차단 방역을 강화해 농가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오리 농가의 경우 AI 발생 전에도 사육제한이 있었다. 때문에 방역 책임을 정부가 농가에만 전가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I가 국내에서 첫 발생한 2003년부터 지금까지 12번째 AI를 겪으면서 과연 어떠한 부분이 개선됐고, 또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AI 바이러스가 철새에 의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AI 바이러스가 어떻게 농장 내로 유입돼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정부가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AI 발생 농가에 책임을 물어 무조건 살처분 보상금을 20% 감액하고 있다. 그밖에도 AI 발생 농가는 각종 방역조치를 불이행한 사례별로 살처분 보상금을 추가적으로 감액당하고 있다. 이번 AI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자체를 대상으로 발생 농가에 대한 고발조치와 농가당 4~5건의 과태료 처분을 종용하고 있다. 그동안 가금농가에 대한 규제가 미흡했기 때문에 AI가 발생한 것이 결코 아니다. 이미 수년전부터 규제를 강화해 왔는데도 국내 AI 발생은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방역조치가 과학적이면서도 농가들이 수긍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이행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전염병 잡아야 산업 발전 가능무조건 농가에 책임 물어선 안돼
사육시설 개편 지원 확대 등 일방적 규제 아닌 인센티브 도입을



-오리 산업 발전을 위한 올바른 정책 개선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정부 방역조치를 비롯해 각종 대책 추진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농가에 대한 일방적인 규제가 아니라 인센티브 요소를 결합해 농가들이 마음에서 우러나 솔선수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리 산업과 가금농가들이 없다면 AI 방역조치는 불필요한 것인 만큼 이제는 산업 진흥을 고려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또 농가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정책의 경우 반드시 이해당사자인 농가 및 해당 협회와 공감대 형성이 이뤄져야 한다. 가축분뇨 및 질병 문제, 친환경, 동물복지를 비롯한 식품안전성 문제 등 축산업이 해결해야할 과제가 무궁무진하다. 시장 개방화시대에 있어 농가 경쟁력 강화도 필수적이다. 이제는 정부가 만든 합리적인 정책에 농가와 협회가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지난해는 오리고기 중량단위 판매 확대에 공을 들였다. 올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업계 현안은 무엇인가.

“오리 농가들은 AI 발생 때마다 죄인이 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또 2017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실시했던 겨울철 오리농가 사육제한이 정례화 돼 벌써 4년째 시행 중이다. 긴급행동지침(SOP)을 보더라도 입식금지 등 유독 오리에만 강화된 방역조치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배경에는 오리 농가들의 열악한 사육시설을 AI 발생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판단하는 정부 시각이 있다. 이에 협회에서는 AI 발생 때마다 투입하는 각종 방역비용과 사육제한 보상금을 지금이라도 오리 농가 사육시설 개편을 위한 지원금으로 전환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협회에서 2019년 추진한 오리농가 사육시설 개편방안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전국 오리 농가의 76.3%(695호)가 ‘비닐하우스형 가설건축물’로 조사됐다. 오리 산업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AI 발생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때 오리고기 소비촉진 및 유통구조 개선 등 후속 대책도 가능한 것이다. 오리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 있는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오리 농가와 오리 산업 관계자들에게 새해 인사와 당부의 말 부탁한다.

“AI 발생 농가 및 3km이내 예방적 살처분 농가, 10km 이내 입식 지연농가, 겨울철 사육제한 대상 농가를 포함해 위험시기인 현재 오리를 사육하는 농가들이 겪고 있는 심적 고통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협회에서는 각종 AI 방역조치와 보상대책 현실화를 위해 농식품부 및 국회 등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협회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더라도 많은 관심과 지도편달 바란다. 당장 직면해 있는 AI 조기종식을 위해 농장 단위에서 철저한 차단방역에 힘써줄 것을 당부한다.”<끝>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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