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정부 ‘신재생에너지’ 정책 맞춰
여당의원발 잇단 개정안 발의
한농연 “강력 대응” 정면 비판


농업진흥구역 내 농지에 영농태양광 설치를 허용해주는 농지법 개정안이 또 발의됐다. 여당 의원발 개정안이 계속 나오면서 정부여당이 ‘신재생에너지’ 정책 추진 드라이브에 맞춰 농지법 개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승남 더불어민주당(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은 농업진흥구역에 영농태양광 시설 설치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농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11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농업진흥구역의 농지에 농업인이 영농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거나 영농태양광 시설 시범단지 조성을 위해 영농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게끔 했다. 앞선 20대 국회에서 농지법 개정을 통해 2019년 7월부터 농업진흥구역 내 염해농지(간척지)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것이 가능해졌는데, 이를 전면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김승남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농업인의 소득향상 및 농촌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영농태양광 시설 설치 사업이 적극 추진되고 있고, 최근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이용·보급이 활성화되고 있어 농업진흥구역에서 영농태양광 시설의 설치에 필요한 토지 이용행위를 일부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또 태양에너지 발전설비 일시사용 허가 기간을 20년으로 규정했다. 현행 시행령에서 태양광 발전 설치를 위한 농지 사용기간은 최초 5년 이내로 규정돼 있고, 이를 3년 단위로 5차례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사용기간을 20년으로 못 박고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설비비용이 고가인 데 비해 사업기간이 충분하지 않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사업기간 보장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진흥구역 내 태양광 설비 설치를 허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21대 국회 들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6월 박정 더불어민주당(경기 파주을) 의원이 비슷한 취지의 농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여기에 같은 맥락의 농지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인 또 다른 의원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징적인 점은 3명 의원 모두 여당 소속이라는 것. 2건의 발의 법안에 참여한 의원 22명(박정 의원안 13명·김승남 의원안 10명, 1명 중복) 모두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며, 이개호 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도 2건 모두 공동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정책 추진 드라이브에 맞춰 영농태양광 설치 확대를 위한 농지법 개정을 강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개정안에 대해 농업계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12일 “농지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만약 이런 의견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법 개정을 추진할 시 이를 저지하기 위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농연은 “영농태양광 설치를 위한 농지법 개정은 우량 농지 손실, 투기 수요를 좇는 가짜 농업인의 급증, 이들의 농지 매입 증가 등으로 ‘경자유전의 원칙’이 크게 훼손될 것이며 이는 가뜩이나 농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농을 비롯한 영세·소농의 농지 임차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농업인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신규 농업인 육성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타용도 일시사용 허가기간을 연장할 경우 농지의 수익성 향상으로 투기 목적의 농지 매입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 아울러 농업진흥구역 내 농업인과 가짜 농업인 간 갈등으로 이어져 농촌 사회의 분열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사동천 홍익대 법학과 교수(한국농업법학회 회장)는 “농업진흥지역에 태양광을 허용하기 전에는 ‘물리적으로 원상복구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하지만, 허용 이후에는 태양광 투자자들이 ‘유해물질로 농지가 농업용으로는 부적당해졌기 때문에 전용해 달라’고 요구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며 “그렇게 되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 이미 농지가 오염되고 나면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