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통합마케팅 사업이 그동안 이뤄낸 성과는 과거 유산이 되고, 계속 성장해야 인정받는 상황이다.” 진영농협 박형순 팀장(산지유통관리자협의회장)이 산지유통혁신 포럼에서 한 말이다.

농협을 중심으로 추진돼 온 농산물 통합마케팅은 산지 농가를 조직화해 생산성과 물류 체계를 효율화하고, 공동마케팅으로 농가 가격협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해 왔다. 그러나 박형순 팀장의 말대로라면 산지유통의 핵심으로 꼽히는 농산물 통합마케팅은 지금,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따르는 모양새다.

그는 “공선회가 늘어나고 있는데 주요 거래처 매출은 줄고, 판매단가도 기대한 만큼 안 나오니 농가 불만도 커지는 상황”을 전하면서 이러한 농가 불만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정책에 의존하는 성향이 자꾸 커질 수밖에 없음을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농산물 유통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년여간 코로나19 감염증이 전 세계에 확산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켰고, 그중에서도 유통 환경의 변화가 가장 컸다.

언택트(Untact·비대면) 시대를 맞아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온라인 중심의 거래가 늘어났고, 농산물도 예외는 아니다. 또 이러한 변화는 올해 들어 더 가속화 할 전망이다. 농식품부가 주최한 2021 농식품 유통전망에 따르면 유통업계는 온라인상에서 신선식품을 빠르게 배송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원하는 시간에 배송받기를 희망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초신선식품 유통 경쟁이 심화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집콕’ 생활이 이어지면서 ‘밀키트(레시피에 따라 미리 손질된 식재료가 한 팩에 들어있는 제품)’ 시장 확대 등 소비 트렌드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산지유통 현장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소비지 거래처가 다양해지면서 기존 거래선을 지키기 어려워지고, 소비 트렌드 변화에도 대응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농식품부는 올해부터 유통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산지유통 혁신조직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 있지만, 이렇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산지유통혁신 포럼에서 박형순 팀장은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는 확실하지만, 산지유통은 그 변화에 준비가 안 돼 있다. 온라인 거래에 대한 준비가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산지유통 조직이 무한 성장해 나갈 순 없겠지만, 최소한 산지조직이 와해되지 않고 유통 환경 변화에 대응하며 발전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19가 일상을 바꾸고 있는 요즘, 산지유통 현장에서도 언텍트 시대를 맞아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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