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범 한국전통가공식품협회장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지난해 전통식품업계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의 직격탄을 맞았다. 학교급식으로 납품되어야 할 장류, 김치, 떡류, 묵류 등 전통 가공식품이 갈 곳을 잃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황 악화로 인한 원료 수급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전통식품업계로 흘러들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올해 상황 역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설 명절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현재, 소비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힘든 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이광범 한국전통가공식품협회 회장을 만나 전통식품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함께 전통식품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 등을 물었다.

지난해 학교급식 납품 중단, 작황 악화로 원료 확보 애로
설 대목 앞두고도 소비 잠잠
갈수록 힘겨운 상황에 한숨

“현재도 코로나19 여파는 계속되고 있지만, 지난해 학교급식 납품 업체들이 생산을 중단하거나 아예 사업을 포기한 업체들이 속출했다.”

이광범 한국전통가공식품협회장은 전통식품업계가 처한 현실을 이 같이 설명했다. “생산을 포기한 업체들은 주로 학교급식 납품을 주력으로 해온 전통식품업체들인데, 이들 업체가 지난해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포기한 것이다”며 “이들 업체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이전으로 회복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

충북 괴산에서 생들기름과 참기름, 고춧가루를 생산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긴 장마로 인한 작황 악화로 국내산 참깨 생산량이 반 토막 나면서 원료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광범 회장은 “올해 비가 많이 오면서 작황이 안 좋았다. 이로 인해 국내산 참깨 값이 배가 올랐고 물량도 구하기 쉽지 않아 주변에 참깨 짜는 걸 포기한 업체들이 많았다”며 “전통식품업체가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고,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복병도 터지면서 점점 더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설 명절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소비 분위기가 살지 않아 전통식품업계의 고민은 깊어져 갔다. 이광범 회장은 “전통식품은 고가의 국내산 원료만 사용하고 까다로운 품질 검사를 받기 때문에 제품 가격이 높은 편이다”며 “이에 전통식품업체들은 판로를 넓히기 위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면세점에 입점하려고 애를 쓴다. 특히 설을 앞두고 판매하는 명절선물세트 행사는 전통식품업계의 큰 대목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전통식품업계 소비부침으로 이들 유통업체에 입점한 제품마저도 재고가 그대로 쌓여있는 경우가 많았고, 힘들게 유통업체에 입점을 해도 판매 실적이 안 좋다 보니 결국 철수되기도 했다”며 “설 대목을 앞둔 1월마저 소비가 살아나질 못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고 덧붙였다.

‘면역력 강화’ 식품 홍보 나서온라인몰 등 판로 모색
전통식품이 살아야 국내산 농산물의 가치도 같이 올라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회는 있었다.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건강에 좋은 전통식품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이뤄진다면 이를 공략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올해 한국전통가공식품협회는 온라인 판매 강화를 위한 기업 폐쇄몰(기업이 직원에게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온라인몰) 입점도 진행하고 있다. 이광범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식품을 구매하는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고, 건강식인 전통식품에 대한 홍보가 이뤄진다면 희망은 있을 것이다”며 “협회에서도 전통식품 온라인몰 구축을 준비하고 있고, 동시에 기업 폐쇄몰을 통한 판매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달 18일 국내 금융기업인 A플러스에셋그룹과 업무협약을 통해 기업 폐쇄몰에 입점하는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통식품업계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전통식품이 살아야 국내산 농산물의 가치도 올라간다”며 “전통식품 소비 활성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 두 가지가 홍보와 자본력이다. 온·오프라인 매장 입점 비용이나 전통식품 시식 행사 등 홍보를 지원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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