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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어느 농협 경제사업활성화위원의 반성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농협은 오랜 진통 끝에 사업구조개편을 단행하였다. 중앙회 아래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를 두어 경제사업과 금융사업을 분리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사업투자와 전문 경영체제를 도입하였다. 협동조합 안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있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4년 이후 쌀 시장개방을 앞둔 당시 상황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약 5조 원 규모의 신규사업 투자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제사업활성화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그 성과는 2013년 1,035만 원에서 2019년 1,026만 원으로 하락한 농업소득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농협법에 따라 매년 이루어진 평가결과는 이 사업의 성과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사업목표 달성과 신규투자 실적, 협동조합원칙 실현, 사업목표 관리, 개선권고사항 이행 등 5개 대분야로 구성된 성적표에서 한 해도 80점(100점 만점)을 넘지 못했다. 특히 경제사업활성화의 핵심인 신규투자 실적과 협동조합원칙 실현에서 60점도 얻지 못한 적이 많다. 2019년도 조합원 만족도 59점, 생산자 가격상승에 따른 편익 30점이라는 결과는 이 사업의 존재의의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저조한 성적표에 경제사업활성화 위원으로 활동한 필자는 무거운 책임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낀다. 지난 8년 동안 7차례에 걸쳐 수정된 투자계획을 좀 더 엄중하게 따지고 성과를 독려하지 못한 채 거수기 역할만 한 것 같은 자괴감과 무력감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매년 2회에 걸친 자문회의만으로 위원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는 것도 변명이 되지 않는다. 농협 사업구조개편이 그만큼 농협과 농업에 중요하고 다시없는 기회였음을 알기 때문이다.

농업협동조합의 본질인 경제사업을 활성화하는 이 사업은 2021년부터 5년간 연장되고 2.3조억 원의 투자계획이 수립되었다. 그러나 지난 사업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 없이는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제사업활성화에 전사적 노력이 투입되었을 것임에도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농업과 농협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전체 사업을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의 부재가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보인다. 거의 매년 이루어진 투자계획 수정은 이 사업이 처음부터 얼마나 졸속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반증한다. 정부 주도의 사업구조개편과정에서 이미 정해진 정부 지원을 어떤 사업으로든 소진해야 하는 추진과정도 일조했을 것이다. 농협이 자신의 소중한 자본으로 사업을 한다면 그렇게 했을까 하는 사업도 적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필자가 받아본 추가 사업계획도 지난 사업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비전과 중장기목표, 세부추진 방식 등이 입체적으로 구성되지 못한 채 여전한 나열식 사업계획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사업처럼 무의미한 숫자 중심의 목표가 아닌 조합원 편익과 농업소득이라는 확실하고 단순한 목표를 설정하여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사업으로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사업실명제와 사업결과에 대한 보다 분명하고 엄정한 성과 책임제 도입도 필요하다. 농협 내부에 당면 문제를 정확하고 냉정하게 인식하고 깊은 통찰력과 분석력을 바탕으로 전체 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독립된 브레인 조직도 필요해 보인다. 벼랑 끝에 놓인 한국농업에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이번 사업은 반드시 성공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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