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AI에 걸리지 않을 자신 있는 농장만 입식하시고, 1월 입식부터는 (AI)발생 시 모든 행정적·재정적 책임을 묻겠습니다.”

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관내 가금 농가에게 입식 자제를 요청하며 발송한 문자 메시지 내용이다. 1월 4일 기준, 42건(야생조류 제외)의 고병원성 AI(이하 AI)가 발생하며 전국적인 확대 양상을 보이자 정부·지자체가 AI 확산을 막기 위해 무리한 방역정책을 추진해 가금 농가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지자체 공무원의 문자 메시지는 겉으로는 입식 자제 ‘권고’ 형식을 갖췄지만 실제로는 입식 제한 ‘압박’과 다름없는 내용이 담겨 있다. 1월과 2월에 입식해 AI가 발생할 경우 매몰처리 비용을 자부담하도록 하고, 살처분 보상금을 50% 이상 삭감 처리하는 등 행정적·재정적 책임을 농장주에게 묻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모든 책임을 농장주가 진다는 인감도장과 확인서를 받겠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또 타 지자체에선 AI 최초 발생 농장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들어가려 한다며 농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사실상 입식을 제한하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지만 농가 손해에 대한 보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국내 AI 발생 이후 농가 단위의 철저한 차단 방역에 신경 써 왔던 가금 단체들은 정부가 방역을 내세우며 무분별한 살처분을 추진하는 데 이어, 지자체의 가금 농가 사육 제한 사례까지 나타나자 정부·지자체를 대상으로 무리한 방역정책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오리협회는 특히 정부의 과도한 오리 농가 규제에 대한 위헌 소송까지 들어간 상태다. 정부가 AI 발생 원인을 농가에 전가하면서 살처분 보상금 감액 외에도 추가 고발조치와 과태료 처분 등을 지자체에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소송의 핵심이다. 김만섭 오리협회장은 “정부가 오리 농가들에게 매년 겨울철 사육제한을 강요하고 일제 입식 및 출하, 입식제한기간 14일 준수 등 과도한 방역조치를 일방적으로 시행하면서도 이에 대한 피해보상과 수급안정대책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헌법소원을 통해 규제로만 일관하는 정부 태도가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육계협회는 AI 발생농장 반경 3km 이내 모든 가금류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예방적 살처분에 대한 전면 중단을 요구 했다. 3km 이내 보호지역 농장의 경우 지방가축방역심의회 결과를 토대로 정부·지자체가 협의 후 살처분 범위를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농장 방역 상황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모든 가금류를 살처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근 육계협회장은 “지금처럼 무차별적인 살처분을 계속한다면 5~6개월 후 닭고기 생산량이 부족해져 수입 닭고기가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이 불 보듯 뻔하고, 육계 사육 농가들은 병아리 부족으로 사육이 불가능해져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며 “AI 발생농가 살처분을 원칙으로 하되 방역대 내 발생·신고시기·축종·역학관계·방역실태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환경농업단체들도 공동 성명을 통해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미명 아래 전염병 발생 가축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주변 가축들까지 모두 생매장시키는 정책은 AI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정부에 무분별한 예방적 살처분 중단을 요청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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