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마케팅 강화·수출시장 개척 ‘위기를 기회로’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지난해 대동공업 등 국내 농기계업체들이 북미시장을 견인하면서 수출 10억달러를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농기계업계의 최대 변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였다. 연초 농기계 연전시회가 중단된 가운데 대면 영업활동마저 제한되면서 농기계 시장은 위축됐다. 여기에, 국내 최대 규모의 농기자재 박람회인 ‘2020 대한민국 국제농기계자재박람회’도 취소, 농기계업체들의 활동폭이 줄었다는 진단이다. 이런 상황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하기 때문. 그러나 농기계업계는 올해 비대면 마케팅을 강화하거나 수출시장을 적극 개척하는 등 새로운 시대를 맞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연초부터 시장 얼어붙어
대면영업 불가능 직격탄
수출은 10억 달러 유지

▲2020년, 농기계 시장 위축=2020년 초부터 얼어붙은 농기계 시장은 끝내 풀리지 않았다. 한 해 농기계 시장을 전망해보는 장인 연전시회가 열리지 못한데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면서 대면 영업활동도 여의치 않았다. 전반적으로 농기계 시장이 위축되면서 지난해 농기계 시장 매출도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2020년 농기계 내수시장은 전년 대비 4% 가량 감소한 2조2560억원으로 전망했다. 기종별로 트랙터는 4838억원으로 2019년보다 1.9% 감소한 가운데 41~60마력대와 31~40마력대 감소폭이 각각 15%와 26.1%로 나타났다. 농기계조합은 “80마력 이상 대형트랙터 실적이 소폭 상승했고, 중대형 트랙터로 구입성향이 돌아선 것으로 파악된다”고 진단했다.

내수시장 실적 중 정부지원 융자실적(예상)도 9150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한 가운데 특히 작업기 시장에 미친 코로나19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매출은 627억원. 전년보다 13.5% 줄어든 규모다. 농기계조합은 “기종 특성상 대면영업을 해야 하나 견고한 영업망을 구축하지 못한 중소업체가 코로나19로 대면영업이 불가능해 직격탄을 맞았다”며 “기타기종도 전년 대비 35.7% 감소한 388억원으로 예상돼 코로나19가 농기계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콤바인은 약 1780억원으로 2019년 대비 14.4% 상승해 여타 농기계와 다른 양상을 보인 점이 눈에 띄었다.

그나마 지난해 ‘수출’이 10억달러 수준을 유지한 점은 다행이다. 2020년 농기계·자재 수출은 전년 대비 약 10% 줄어든 10억달러로 예상된다. 3/4분기 기준 실적은 7억3353만달러로 전년 대비 17.5% 줄었지만, 4/4분기에 일정 부분 회복했다는 것이 농기계조합의 분석이다. 3/4분기 국가별 수출을 보면 전체 규모는 줄었지만, 미국이 전체 수출액의 66.4%를 차지, 전년의 54%를 넘어섰으며, 비대면 시대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대동공업 등 정원 관리용 트랙터 수요가 늘었다는 해석이다. 또 캐나다도 소형트랙터 수출이 증가함에 따라 2019년과 비교해 무려 126.1%가 성장, 2392만달러를 기록해 수출 3위국으로 부상했다.

2018년(10억4219만달러)과 2019년(11억3229만달러)에 이어 올해 또한 2018년 10억달러 이상 실적을 낸 이래 3년 연속 10억달러 수출액을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도 연전시회 개최 불투명
온라인 플랫폼 구축 주목
경제형 농기계 성장세 기대

국제종합기계가 개설한 디지털 카탈로그. 올해 이 같은 차별화된 비대면 마케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농기계 시장은=2021년 변수 역시 코로나19다. 농기계업계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아무 대비없이 코로나19를 맞았다면, 올해는 지난해 맞는 주사로 인해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준비, ‘비대면 마케팅’이다. 대동공업과 동양물산기업, 국제종합기계, LS엠트론 등 국내 주요 농기계업체들은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마케팅 전략을 ‘비대면’으로 전환했고, 올해는 디지털 카탈로그 등 비대면 마케팅을 차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올해는 지난해의 공과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타사와 차별화된 비대면 마케팅을 수립하고 진행할 생각”이라는 게 중론. 올해 연전시회 개최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보통 연전시회가 기획되는 2월 전후에 구체적인 계획을 선보일 예정이다.

농기계조합이 구축한 ‘온라인 플랫폼’도 같은 맥락이다. 비대면 시대에 중소업체가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해외바이어를 발굴하는 데 도움이 주겠다는 취지다. 또, 상설 ‘e-studio’를 설치, 화상회의를 진행함은 물론 제품도 온라인에서 홍보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 기업의 수출 비즈니스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과감한 선택의 결과에도 이목이 집중될 듯하다. 대동공업은 ‘대동’으로, 동양물산기업은 ‘TYM’으로 각각 사명변경을 결정한 것. 이들은 전통 제조업이란 오래된 이미지를 벗어내기 위한 조치였다는 공통된 목적을 밝히면서 대동공업은 “73년 농기계 업을 기반으로 구축한 경쟁력으로 자율주행 농기계, 농업 솔루션 서비스 등 ‘정밀농업’ 중심의 미래농업을 만들겠다”고 밝혔고, 동양물산기업은 “자율주행농기계를 이미 개발했고, 4차산업혁명기술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농기계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사명을 변경한다”고 강조했다.

동양물산기업과 대동공업은 각각 ‘TYM’과 ‘대동’으로 출발하며 농기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예고된다.

두 기업은 올 3월 주주총회에서 안건으로 처리할 예정으로, 새로운 변화가 가져올 올해 성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내수시장과 수출시장은 어떨까? 우선 내수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 2019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약간 상승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과 함께, 올해 경제형 농기계 성장세가 계속된다는 예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트랙터 실적이 전년 대비 줄어든 상황에서 경제형 농기계는 수량은 40%, 금액은 60% 각각 늘었는데, 농업인들의 실속형 구매경향을 반영한 결과이며, 농가소득 감소에, 코로나19란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경제형 농기계를 향한 관심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선방했던 수출 시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약화된다는 전제이긴 하지만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예상이 앞선다. 2019년 대비 2020년 수출실적 증가율이 이집트는 252.5%, 러시아 126%, 터키 484%로 농기계조합은 “수출액은 미미하지만 이처럼 신흥 수출국이 부상함에 따라 코로나 사태가 안정되면 수출시장은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주변국의 경제상황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미국 새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변화 정도와 코로나19 확산 정도가 우리나라 수출입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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