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사육두수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 숙명적 과제”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지난해 한우산업은 사육두수 증가와 코로나19라는 예측 못한 돌발변수에도 안정적으로 보낸 한 해로 기억된다. 코로나19가 소비 패턴을 변화시킨 것은 물론 한우고기의 우수성, 수입육과의 차별성을 부각한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사육두수는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출하두수도 예년보다 크게 증가해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와 탄탄한 소비 기반 속에 안정적으로 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존하고 있다. 이에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으로부터 2021년 한우산업과 축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수입 물량 늘고 사육두수 증가세올 한우산업 전망 밝지가 않아

농가 분산출하로 가격 조절하고, 미경산우 비육 등 적극 참여해야


▲2020년 한우산업을 평가해 달라.
“한우산업은 안정적인 기조 하에 진행됐다. 농가들의 소득 측면에서는 괜찮았다. 다만, 한우 사육두수 증가 등에 따른 농가들의 불안감과 축산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미약했다. 여전히 축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우호적이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는 어려운 한 해였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질병이 발생한 2020년, 한우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가.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으로는 여러 악재가 생겼다. 하지만 한우산업에서는 한우고기의 우수성이 한층 증명됐다. 한우가 안전하고 깨끗한 국내산 쇠고기로서 수입육과 차별화됐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인정받고 자리 잡은 2020년이다. 사실 그동안 식당에서는 금액 등의 이유도 있지만 식당에서도 속이고 둔갑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은 수입육을 알고도 먹고, 모르고도 먹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식생활 문화가 바뀌면서 가족들만큼은 한우고기를 먹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겼다. 코로나19로 가정 소비 늘었고 국민들이 국내산 농수축산물의 중요성을 생각해주면서 한우농가 입장에서는 굉장히 보람됐고 이에 발맞춰 안정적으로 우수한 품질의 한우를 생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축산 환경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어떻게 바라보는가.
“농가들도 환경 규제를 어느 정도 숙지하면서 협조할 부분이 있다면 협조하고 해결해야 할 사항은 해결하는 것이 숙명이다. 다만, 농가들이 할 수 없는 부분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정부와 농가, 농협이 해야 할 일을 구분해서 진행한다면 축산 환경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때 생산자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하며 추진하길 바란다.”

▲2021년은 소띠해다. 한우농가로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올해는 한우인으로서 의미 있는 한 해다. 한우는 5000년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 한 가축이다. 농경사회에서는 농사일을 함께 했고 지금은 경제적 동물로 바뀌어 농업·농촌에 경제적 측면에서 최고의 작목으로 안착했다. 농촌사회의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한우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지 않도록 한우인들은 지역에서 각자 맡은 역할을 진행하고 경종 농가·주민들과도 화합하고 베풀며 함께 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코로나19 여파로 오랜 시간 준비한 해맞이 행사를 진행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국민들에게 한우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해 추진하겠다.”

▲2021년 축산업과 한우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올해 쇠고기 수출국들의 관세가 떨어져 수입 물량은 더욱 늘어나고 국내 사육두수는 점점 많아질 것이다. 한우산업의 올해 전망은 밝지 않다. 결국 농가들이 분산 출하해 가격 조절에 나서 적정사육두수를 꾸준하게 조절하고 유지하는 것이 숙명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우 소비 촉진 운동과 캠페인 등을 펼치겠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다. 농가들도 미경산우 비육 등에 참여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적정사육두수를 유지한다면 희망이 보일 것이다.

축산물 소비 촉진·생산 안정 등 정부 예산 충분히 투입 시키고
한우농가도 직불금 주는게 마땅
소띠해 한우 홍보에 힘쓸 것  


▲올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한우산업의 현안은 무엇인가.
“한우산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려면 생산 측면에서는 정부가 송아지 생산안정제와 비육우 경영안정제를 적극 검토해 현장에 맞는 제도로 안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숙제이지만 올해 정부 예산에 비육우경영안정제 사업 예산이 반영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농가들은 소비자들이 불안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한우를 소비할 수 있도록 철두철미하게 농장 방역을 이행해야 한다.”

▲올해 한우 사육두수 증가 등의 여파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한우 가격과 수급 안정을 위한 축산 농가와 유통업체,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가.
“정부는 이력제 모니터링을 통해 한우 쏠림 현상, 홍수 출하 등이 되지 않도록 지표를 잘 설정하고 한우협회와 함께 농가에 홍보해야 한다. 여기에 농가들이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농가들은 정부와 한우협회 등의 정보를 잘 활용해서 홍수 출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우협회도 가격 하락에 대비해 소비 촉진과 할인 판매 등 소비를 통해 가격을 완충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 정부는 또 방역에만 신경 쓰지 말고 축산물의 소비 촉진과 생산 안정 등에도 예산을 충분히 투입해야 한다. 안정적인 생산을 위한 대책과 방역 정책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

▲축산분야에 공익직불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입 쇠고기의 관세가 모두 철폐되면 엄청난 양의 쇠고기가 수입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농업·농촌 경제를 주도하는 한우 농가도 직불제를 받아야 한다. 평균두수 보다 적게 사육하는 농가들이 직불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직불금 관련 예산을 더 확보해야 한다.”

▲올 하반기 가축사육관리업 도입이 예상된다. 가축사육관리업을 어떻게 보고 있나.
“가축사육관리업을 시행한다는 명분 아래 농가들의 자율성이 통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농가들 입장에선 이 같은 제도 시행을 불안하고 의심스럽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가축사육관리업 도입을 반대한다.”

▲올해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가 본격 시행된다. 현장 준비 상황은 어떤가.
“여전히 현장에서는 농가들이 다룰 수 있는 장비가 부족하고 퇴비사를 확보하지 못하는 등 여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농가들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더 줘야 한다. 정부가 충분히 예산을 지원하고 농가들이 준비하는 속도에 맞춰 시행해야 한다.”

▲지난해 1년 동안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한 소회 한 마디 말해 달라.
“사실 내가 기대하고 갈망했던 만큼 농특위 활동이 이뤄지지 못했다. 농가들의 현실적인 애로사항은 접근하지 않고 그런 부분이 의제로 올라오지 않은 채 큰 틀에서 접근해 아쉬웠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차근차근 해결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아쉽다.”

▲마지막으로 한우 농가를 비롯한 축산인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한다.
“한우농가들이 그동안 협회를 믿고 함께 해준 점 감사하다. 생산자단체로서 미약한 부분이 많지만 앞으로 개선하도록 하겠다. 농가들은 올해 지역 활동에 적극 동참해 경종농가 등과 나누고 베풀며 함께 가는 한 해를 만들기 바란다. 이 같은 활동이 한우산업을 비롯한 축산업의 발전이자,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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