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군 여물이네 가족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여물이네 가족은 충북 괴산군 소수면 소암리에서 한우 95두를 사육하며 쌀과 배추, 고추와 감자 등 복합영농을 하고 있다.

동네 사람들 관심 한 몸에 받았던
농촌에 온 젊은 부부와 갓난아이,
손주·손녀 된 듯 마을에 스며들어

신재승 씨 아버지 농장 물려받아
세 살 아들과 함께 쑥쑥 키워가 
95두에서 300두로 늘리는 게 목표
한우 체험목장 도전계획도 착착


“올해엔 축사 신축 공사가 잘 진행돼 한우 사육두수를 좀 더 늘려보고 싶어요. 또 우리 여물이도 건강하고 아무 탈 없이 잘 자라줬으면 좋겠네요.”

충북 괴산군 소수면 소암리에 사는 여물이네 가족은 한우 95두(번식우 60두·송아지 35두)를 사육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었다. 여물이네 가족은 신승재(24) 씨와 천혜린(24) 씨, 그리고 신재호(3)군으로 구성돼 있다. 젊은 부부가 농촌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며 또 한우사육뿐만 아니라 쌀과 배추, 고추와 감자 등을 농사짓는 것은 불과 20~30년 전에는 특별할 게 없는 평범한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생소한 일이 됐다. 젊은 부부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농촌에서의 일상을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 사람들은 흥미를 가졌고, 응원이 잇따르고 있다.

여물이네 엄마와 아빠는 지난 2019년 8월에 결혼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에 여물이가 태어났다. 엄마와 아빠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한국농수산대학교 재학 시절이다. 천혜린 씨는 전남 보성에서 쌀농사를 짓는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식량자원학과에, 신승재 씨는 한우사육 후계농이 되기 위해 한우학과에 재학 중이었다. 전혀 연결고리가 없던 이들을 엮어준 건 체육대회였다. 천혜린 씨는 가녀린 몸으로 씨름 경기 여성부에서 우승을 했고, 그 모습에 반한 신승재 씨가 우승자를 만나고 싶다는 글을 대학 SNS에 올리며 첫 만남이 시작됐다.

만남을 이어가던 도중 우연찮게 여물이가 찾아왔다. 신재호 군의 태명인 여물이는 신재호 군의 태명으로 ‘곡식이 알차게 익었다’라는 뜻의 ‘여물다’에서 비롯된 말이다. 신승재 씨는 향후 인생계획서와 땅문서, 축사문서를 들고 천혜린 씨와 함께 보성으로 내려가 장인어른께 자초지종 설명을 드리고 결혼 승낙을 받았다.

천혜린 씨는 “원래 계획은 졸업 후 결혼해서 농촌에서 함께 농사를 짓는 것이었는데 우연찮게 여물이가 찾아왔다”라며 “보수적이고 무서운 아버지한테 어떻게 설명을 드려야 할지 고민이 컸는데 남편이 먼저 준비를 해 같이 고향으로 내려가 아버지를 설득했고, 결혼 승낙을 받을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결혼 후 남편의 고향인 괴산군 소암리에 축사와 신혼집을 꾸렸다. 이어 신승재 씨의 아버지가 하시던 한우사육 일부를 물려받아 아이와 함께 키워나가고 있다. 아이 울음소리가 한동안 끊겼던 농촌마을에 젊은 부부와 갓난아이가 들어오니 동네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일반적인 젊은 사람답지 않게 싹싹하게 먼저 인사하고 마을 일에 참여하니 다행히 어른들도 좋게 봐주시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도와주신다는 게 이들 부부의 설명이다.

천혜린 씨는 “마을은 공동체인데 결국 공동체 생활에 얼마나 잘 스며들고 적응할 수 있느냐가 귀농·귀촌의 관건인 것 같다”라며 “어른들이 먼저 다가와주길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먼저 다가가 싹싹하게 행동하면 손주·손녀 같이 생각하고 대해주신다. 농촌 사회에 적응하는 건 결국 본인에게 달렸다”라고 강조했다.

한우사육도 쉬운 일은 아니였다. 대학에서 한우학을 전공한 신승재 씨도 졸업 후 아버지와 갈등이 있었다. 소에게 시판배합사료만 투여하던 아버지에게 TMR(완전배합사료)을 권유했는데 거부하셨다. 결국 아버지를 모시고 TMR을 투여해 사육성적이 좋게 나온 농가들을 돌며 직접 보여드리니 설득이 됐다는 게 신승재 씨의 설명이다.

그는 “부모님과 가까이 살면서 농사를 짓거나 혹은 함께 농사를 지을 때 의견충돌을 피해갈 수 없는 게 젊은 농업인의 애로사항 중 하나다”라며 “무조건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이 옳다고 주장하기보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소통하는 게 가장 빠른 해결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여물이네 가족의 올해 계획은 단순하다. 올해 안에 축사를 신축하고, 더 나아가 소 사육두수를 현재 95두에서 천천히 300두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또 장기적으로는 소를 사육하고 번 돈으로 한우체험목장을 세워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이들 부부에 따르면 한우만 사육할 경우 가격 변동이 크기 때문에 사육만 하는 것보다 체험목장을 함께 운영해 수입의 다각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구상 중이다.

천혜린 씨는 “지금까지 젖소나 다른 가축의 체험농장은 많았지만, 한우 체험농장은 없었다”라며 “가족들과 연인들이 자연 속에서 편하게 쉬면서 재충전할 수 있는 한우목장을 운영하면서 한우 우유와 한우 육포 등의 다양한 체험활동 프로그램도 제공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한우체험목장이 되는 게 꿈이다”라고 말했다.

신승재 씨도 “농업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미숙하지만 아내와 함께 천천히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을 것”이라며 “주변의 많은 젊은 농업인들에게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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