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소띠 한우농가 전미영 씨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1973년생으로 소띠인 전미영 씨는 "코로나19가 빠르게 종식돼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많은 사람들이 한우를 즐겨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새해 소망을 밝혔다. 전미영 씨가 축사의 한우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아버지 이어 한우 경영인으로 변신
한우전문대학 다니며 공부 열정
숱한 시행착오 끝 최고가 기록도

개량에 맞는 정액 잘 고르고
예방접종 제때 놓치지 않는 게 비결 
밀집사육 자제…송아지 폐사율 ‘0’
암소까지 자체 생산해 튼튼하게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소 중에서도 흰 소의 해이다. 소는 예로부터 사람들에게 행동은 느리지만 우직하고 부지런한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소 중에서도 흰 소는 재물운을 뜻하기도 해 코로나 19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사람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2021년 신축년을 맞아 한우를 사육하며 꿈과 희망을 키워나가는 두 농가를 찾아가봤다. 두 농가 모두 자신이 사육하는 소와 성격이 닮아 우직하고 굳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다사다난 했던 2020년을 보낸 지치고 힘들었던 농업인에게 조금의 휴식과 위안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어릴 때부터 소는 그녀에게 친숙한 동물이다. 초등학교 시절 그녀는 비닐하우스를 개조해서 만든 우사에서 한우를 키웠던 점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경기 양평군 개군면에서 한우(번식)를 사육하고 있는 전미영 씨의 이야기다.

전미영 씨는 “아버지께서 경기 광주시 만선리에서 한우를 키우셨다. 울타리를 넘어간 소를 동생들과 함께 찾으러 다니고 비닐하우스에 앉은 참새를 잡았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한우를 사육한지 9년차에 이른 그녀지만 “원래 여주에서 육아에 전념한 주부였다. (한우 사육은) 아버지가 바쁘실 때 우사 청소 등을 도와주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한우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전미영 씨는 “1남3녀 중 둘째로 다른 형제·자매들은 모두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고 강원 양구 출신인 신랑도 어릴 때 소를 키웠기 때문에 소를 잘 안다. 그래서 물려받게 됐다”며 “하지만 막상 소를 키워보니 달랐다. 정액은 무조건 좋은 거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볼 때는 사랑스러웠던 한우를 사육하는 과정에서 송아지들이 죽는 경우가 많았다. 너무 슬펐다”라며 힘든 시절을 떠올렸다. 또 “신랑도 일을 하느라 도와주기 힘들었고 주변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도 못했다”며 “특히 한우가격이 폭락했던 2010년 초반은 정말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2~3년 정도 시행착오를 겪은 그녀는 한우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다. 전미영 씨는 “2016년 양평군 농업기술센터에서 개설한 한우전문대학을 다니며 이론을 배웠다. 그곳에서 만난 다른 농가들과 소통도 하고 공부도 하며 한우 경영인으로 변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22마리(번식 18두+송아지4두)를 가진 소규모의 송아지 생산 농가이지만 성적만큼은 우수하다. 이 농장의 최근 4년 동안 송아지 폐사율은 0이다. 전미영 씨는 “양평 우시장을 통해 출하하면 수송아지는 통상 430만~470만원을 받는다. 작년에는 최고가 510만원을 받은 적도 있는 등 평균가격 보다 높게 받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농협 축산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송아지(6~7개월령)의 평균가격은 수송아지 393만원, 암송아지 321만2000원이다. 전미영 씨는 평균 거래가격 보다 수 십 만원을 더 받을 만큼 우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사육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전 씨는 “개량에 맞는 정액을 투여해 송아지를 생산한다. 그렇게 태어난 송아지들은 예방접종을 제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어릴 때 너무 많은 주사제를 투여하면 잘 크지 않는 만큼 최소화해야 한다”며 “송아지들이 잘 먹는 것도 중요하다. 잘 먹지 않는 아이도 다른 송아지와 함께 먹게 하면 잘 먹는 경우도 많다”고 노하우를 소개했다. 최대 45마리까지 사육 가능한 축사를 가지고 있지만 22마리만 키우는 이유는 “밀집해서 키우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밀집사육은) 소들에게 좋지 않은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송아지 생산에 중요한 암소도 자체 생산하고 있다. 그녀는 “암소 육성도 예방접종이 우선이다. 통상 농가들은 12~13개월령에 첫 수정을 하는데 나는 13개월령 이상 키운 후 진행한다. 엄마로서 준비가 충분히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외부에서 사갖고 오면 더 빨리 좋은 소를 만들 수 있지만 소 값이 크게 올랐고 우시장에서 거래된 소의 상태를 알 수 없으니 농장에서 키운 암송아지 중에서 암소를 선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착실하게 한우를 사육하고 있지만 몇 년 새 달라진 축산 사육환경이 새로운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2019년에는 무허가 축사 적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설계비와 축사를 짓는 비용까지 약 1100만원이 소요됐는데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도 준비하고 있다. 농장 크기가 작지만 최소 1000만원이 들어갈 듯하다”며 “귀농인도 많아지고 있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개선하려고 한다. 다만, 정부가 더 이상 규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말했다.

1973년생으로 올해 소띠해의 주인공인 전미영 씨는 “직장을 다니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소를 키우는 이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아주 높다. 올해 13살, 10살이 된 아이들도 나를 닮아서인지 동물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여파로 우시장이 열리지 않으면서 조금씩 타격이 오고 있다”며 “코로나19가 빨리 사라져서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한우 농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수입육 보다 더 맛있는 한우를 즐겨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랙터 등의 자격증을 획득하는 것이 새해 목표라는 그녀의 소박한 소망이 이뤄지는 2021년도가 되길 기원한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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