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축산 냄새 규제에 초점…농가 지원·격려 필요한 시기”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축산업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지나친 규제 농가 힘들게 해
환경 개선 지원 집중할 필요

구제역·AI·ASF 등 가축 질병
살처분 반복의 시스템 바꾸고
농가 보호하는 방역 실시해야


생산비 증가 등 농가 위기 속
시설 현대화 예산 등도 줄어
정부, 축산물 수급안정 힘쓰길

하반기 도입 가축사육관리업
자율적 참여 분위기 만들고
퇴비 부숙도 의무화도 늦춰야


국내 축산 업계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환경 변화와 가축 질병, 이와 연계한 각종 규제까지 새로운 과제가 쏟아져 나와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올해 축산업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코로나19와 가축질병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고, 전반적인 축산물 소비 감소 분위기에 사료 값 등 생산비 상승 요인까지 위기 요인이 벌써부터 산적해 있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국내 축산업 환경은 항상 녹록치 않은 상황의 연속이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축산인들이 함께 대안을 모색하고 만들어가며 여기까지 왔다. 그 앞에는 농가 목소리를 대변하며 축산업 성장·발전을 견인해 온 축산단체들이 있었다. 본보에서는 새해를 맞아 축산 농가를 이끌고 있는 축산단체장들에게 축종별 주요 현안과 해결 방안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 첫 번째로 하태식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대한한돈협회장)을 만났다.

-먼저 2020년 축산업에 대해 평가해 달라.
“코로나19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축산 분야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고병원성 AI 발생으로 더 어려웠던 한 해였다. 학교급식, 단체급식이 중단되면서 우유급식에 차질이 생겼고, 국내산 돼지 다리 살 재고 적체가 심화되는 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가정 내 국내산 축산물 소비가 늘어나 가격이 반등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다. 양돈 분야의 경우도 돼지 가격이 반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축산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정부가 가축분뇨와 관련한 환경규제를 갈수록 강화해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미허가축사 적법화, 퇴비부숙도 의무화 등에는 축단협을 중심으로 대응해 유예가 됐다. 또한 대표적인 환경규제 입법이었던 악취방지법, 대기환경보전법, 환경오염시설 관련 법안 등도 철회 내지는 유보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국민들이 축산물은 좋아하지만 환경 문제 때문에 축산업에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 축산인·축산단체 자정 노력과 함께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축산 관련 학계·기관·업계가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각종 환경 규제 때문에 가축 사육을 포기하려는 농가가 많다. 또 가축사육에 필연적인 분뇨 관련 정책도 규제와 단속, 사육제한 중심으로 강화하는 추세다.
“축산업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지나친 규제와 부정적 인식 확산이 축산 농가를 힘들게 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축산인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가 냄새 문제 해결을 위한 농가 지원보다는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축산 냄새의 경우 과학적인 원인 규명이 잘 이뤄지지 않아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또한 축종별, 규모별 냄새 발생 정도 차이가 있는 만큼 정부가 현장 상황을 감안해 냄새 발생 시설에 대한 개선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축산농가도 환경 개선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한돈협회의 경우 농가 환경 개선 지원을 위해 환경개선위원회를 설치, 광역축산냄새저감사업 등에 대한 참여를 독려하고, 전담 컨설턴트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규제보다는 농가 환경 개선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과 격려가 필요한 시기다.”

-2020년에도 가축질병 발생으로 축산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질병 대응 과정에서 정부가 방역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축산 농가들이 구제역, AI,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각종 가축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경우 멧돼지 등 다양한 질병 매개체를 전멸하지 못한다면 백신밖에 방법이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접종 단계에 와 있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은 30년 동안 백신도 개발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뭔가 새로운 방역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방역을 위해 살처분과 매몰을 반복하는 시스템은 바꿔야 한다. 정부가 농가를 앞서가는 방역, 농가를 보호하는 방역을 해야 한다. 지나친 정부 규제로 오히려 축산업을 위축시키고, 사육기반을 무너뜨리는 오류를 범해선 안 된다. 정부는 농가의 방역 의무만 강요하지 말고 농가 자발적인 참여와 실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과 제도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다. 축산 농가의 경우 특정 시기가 아니라 상시적으로 방역을 철저히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집중 방역기간이 아닌 시기에도 언제든 질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축산 농가 입장에서는 어렵지 않은 해가 없었다. 2021년 축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2021년은 연초부터 축산 농가들이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가축 사육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2021년 국내 도착 분부터 기존보다 15% 정도 상승한 가격의 사료 원료가 들어온다. 또 사료 원료 곡물 해상 운임 비용도 올랐다. 사료 업계가 서로 눈치 보면서 가격 올릴 시기를 조율하고 있을 것이다. 사료 가격은 농가 생산비와 직결돼 있다. 농가에는 위기다. 코로나19 위기 단계 3단계 격상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온라인을 제외한 축산물 판매는 사실상 끝난다고 봐야 한다. 도축도 어려워진다. 축산물 소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다. 또 가축질병 피해 보상 문제도 해결 과제다. 정책적인 부분에서는 분뇨·환경 부분에 대한 농가 규제가 너무 많다. 축산 농가들이 4중고, 5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생산비, 소비, 정부 규제 등 당장 눈앞에 펼쳐진 문제 해결을 위해 축산업계 전체가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다.”

-축산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 축소, 각종 규제 강화 등으로 정부에 대한 축산 농가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 농가를 대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농업 예산이 국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에 그치면서 예산이 2020년보다 줄거나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사업이 많다. 축산 분야의 경우 시설 현대화 지원 사업 관련 예산이 감소해 안타깝다. 현재 축사시설 현대화, 방역시설 현대화, 분뇨처리시스템에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예산 집행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질병 방역이 우선이라면 농가별 시설 지원 예산이 필요하고, 환경이 우선이라면 분뇨 처리를 어떻게 용이하게 할 것인가에 관심 가져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농협, 생산자단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축산 분뇨 처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원인자 부담 원칙에 의해 일정 부분 축산 농가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을 국회에서 논의 중에 있다. 이런 부분에 축산 단체가 적극적으로 함께 하려고 한다.”

-앞서 코로나19 여파로 2021년에도 축산물 소비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축산물 수급 안정을 위한 축산업계와 정부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가 축산물 수급을 위해 지원한 부분은 일부 농산물과 함께 구성했던 꾸러미사업 정도다. 양돈 분야의 경우 다리 살 적체 문제 때문에 뒷다리 살 구매·비축사업을 추진했지만 타 축종은 별로 없다. 정부가 축산물 수급안정을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코로나19로 앞으로 변해야 할 것이 조금 더 빨리 왔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몇 년 전 축산자조금연합 활동을 중단한 것이 아쉽다. 비대면 시대, 축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을 한 곳으로 취합하고, 정부에 부족한 부분을 함께 요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지금은 각 축산단체, 자조금이 정부에 어떤 요구를 했는지 서로 알지 못한다. 축산업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활동을 해야한다.”

-2021년 하반기 가축사육관리업 도입이 예상된다. 가축사육관리업을 어떻게 보고 있나.
“가축사육관리업은 정부가 소비자들에게 축산물 안전성을 담보해 주기 위한 규제 정책이다. 이것을 의무화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된다.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가축사육관리업 제도에서는 소독, 방역, 치료 이런 부분을 동시에 요구하는데 이를 할 수 있는 축종이 있고, 못하는 축종이 있다. 예를 들어 ‘올인 올 아웃’이 가능한 축종이 있지만 돼지 같은 축종은 어렵다. 또 질병은 농가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가축사육관리업 도입 취지는 좋지만 농가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 가축사육관리업에 대해서는 축단협 차원에서 계속 주시할 생각이다.”

-2021년에는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가 본격 시행된다. 현장 준비 상황은 어떤가.
“정부가 퇴비 부숙도 의무화를 법에 명시했기 때문에 일단 추진하려 하지만 축산 현장에선 대비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분뇨가 토양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면 지자체가 퇴비장을 조성해 퇴비를 농작물에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현재 퇴비사 신설, 퇴비사 증·개축 등이 지자체 조례로 막혀 있는 지역도 있다. 또 코로나19로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에 필요한 준비가 지연된 농가도 많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 정부가 계도기간을 반드시 연장해야 한다. 곧 축종별로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준비 현황을 파악할 것이다.”

-축단협 회장이자 생산자단체 회장으로서 ‘국민과 함께하는 축산업’을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선 축산 업계 내부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축산업은 우수한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으로,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산 축산물 이용이 늘면서 국민들에게 국내산 축산물 가치를 인정받았다. 물론 축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사육거리제한·냄새민원 등을 두고서 축산인과 국민 사이에 괴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가 스스로 시설 및 환경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2020년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런 활동에 제약이 있었다. 새해에는 국민과 함께하는 축산업을 만들기 위해 모든 축산 농가와 최선을 다하겠다.”

-마지막으로 축산인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한다.
“2020년은 누구나 어려웠던 한 해였다. 2021년 신축년에는 축산인들이 소처럼 굳건하게 밀고 나가서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축산업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드린다. 또 코로나19를 잘 견뎌서 2021년에는 축산업을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그런 축산인이 됐으면 한다. 2021년은 연초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외부 활동 제한, 단체급식 중단 등으로 축산물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는 축산인 스스로 소비 활성화 대책을 강구하고 소비자들에게 호소도 하면서 축산업이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축산 농가 모두 파이팅 하자.”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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