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18일 KREI 오송관측상황실에서 ‘메가트렌드와 농업·농촌의 미래’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참석대상을 최소화, 농식품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됐다.

‘저출산·고령화’ 농촌에 더 타격…청년농 육성책 혁신 시급
자국우선·보호주의 거셀 듯…농식품 자급능력 향상 힘써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농업·농촌에 영향을 미칠 주요 메가트렌드는 무엇이며,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중장기 정책 과제가 필요할까.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18일 ‘메가트렌드와 농업·농촌의 미래’를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명기 박사는 △저출산·고령화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세계경제 변화 △사회가치관 변화 △소비패턴 변화 △데이터 기반 경제 △지속가능한 에너지체제로의 전환 등 7가지 메가트렌드에 주목하고, 각 트렌드별 주요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저출산·고령화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미만(0.98)인 유일한 국가다. 청년 고용 불안정, 사교육비 증가, 일과 가정의 양립 곤란 등으로 출산율 반등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대로면 2029년을 정점으로 인구 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농촌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39개 도농복합시와 군 중에서 2040년까지 인구가 증가하는 곳은 36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103개 시·군의 인구는 감소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인구 과소화가 내수시장 약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인구 감소를 초래, 농촌 내 다양한 생활 서비스, 교육, 문화, 의료 등 정책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화된다는 데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농업인력 고령화에 따른 농작업 기계화와 차별화된 농작업 서비스 공급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농 육성정책 혁신 및 귀농정책 강화, 외국인력 유입방안 마련도 중요한 과제로 지목됐다. 농촌공간의 특수성을 감안한 서비스 확충 및 합리적 전달체계 마련도 강조됐다.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는 인류의 삶의 질에 가장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특히 기후변화는 농업생산과 농업경영에 큰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양분초과, 암모니아 발생 등을 이유로 농업생산이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탄소 배출량 감소, 양분과다 해결, 암모니아 저감 등 환경친화적 농업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대응과제로 생산자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탄소배출권거래제, 저탄소 인증제, 환경-기후친화적인 농법에 초점을 맞춘 직불금 도입 등이 그것이다. 푸드플랜, 로컬푸드 등과의 연계를 통한 저탄소·친환경 농산물 소비 확대 등도 요구된다. 지자체와 농촌 주민 중심의 농촌 마을환경 운동 전개, 농업·농촌 그린뉴딜을 위한 관련 법 제정 및 개정 등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세계경제 변화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패권전쟁 등의 여파로 자국우선주의와 보호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EU, 일본 등의 리쇼어링(기업의 국내복귀) 정책 추진과 원산지 규정 강화 움직임으로 글로벌 공급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따라서 농식품 무역관련 통상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 구축과 우리의 농업통상 이익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 강화가 요구된다. 또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에 대응해 한편으로는 아시아시장과 밀접한 GVC를 구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농식품 자급능력 향상에 힘써야 한다는 제안이다. 세부적으로는 국가식량계획 수립을 통한 밀, 콩 등 주요 작물의 생산기반 확충과 산학연 협력을 통한 가공·수요 창출 등이 제시됐다.

사회가치관 변화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미세먼지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공정성을 중시하고 권위주의에 반대하며 일과 삶의 균형, 개인의 경험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사회가치관 변화에 대응해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증진시키고, 비료·농약·항생제 감축과 유기농 확대 등 환경을 고려한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생산자와 소비자,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핵심수단으로서 로컬푸드 체계 구축 및 활성화를 제안했다. 여기에 농촌공간을 계획적으로 정비·개발·관리할 수 있는 농촌공간계획을 수립, 농촌다움을 복원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소비패턴의 변화

배달과 외식, 밀키트와 가정간편식(HMR), 가공식품 등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간편성과 편리성을 중심으로 소비패턴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환경보호, 공정무역, 착한기업 등을 중시하는 가치·윤리적인 소비 지향도 나타나고 있다. 친환경 포장재 사용이나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 신선편이·밀키트용 과일과 채소 공급기반을 정비하고, 온라인을 통한 농식품 직거래 활성화와 소규모 생산자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고령화에 대응한 고령자 친환경 농식품 생산·개발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친환경 농식품 시장을 지속적으로 키워가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확대하고, 농산물 및 최종 생산제품에서 친환경 포장재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데이터 기반 경제

4차산업 혁명시대 ‘데이터’가 중요한 생산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미래의 경쟁은 빅데이터 확보와 AI 역량 강화가 핵심이며, 데이터 경제가 산업 전 분야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농업부문의 데이터 수집체계는 여전히 미흡하고, 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민관이 협력하는 농업 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농업인이나 농기업이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단순 구동기 제어가 아닌 센서 중심의 정밀 제어가 필요하며, 생육측정 로봇을 활용한 생육조사, 지속적인 농가 교육 등이 과제로 지목됐다. 또한 산지유통조직을 통해 생산·유통·소비의 전주기 데이터를 관리하고, 최적의 생산·유통관리 모델이 필요한 영농조합 단위로 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기반 생산관리 서비스를 구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체제로의 전환

세계 각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탈탄소·저탄소 개념의 에너지 전환을 적극 모색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의 재생에너지 보급은 2.8%로 OECD 평균 10.8%에 비해 매우 낮은 실정이다. 농업분야의 경우 석유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으나 전력 사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면세유, 농사용 전기요금의 불합리성에 대한 비판이 증가하고 있다. 농촌 현장에서는 태양광, 육상풍력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 개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시설입지를 둘러싼 갈등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이익공유 제도화’가 제시됐다. 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발생하는 금전적, 비금전적인 이익을 지역공동체와 개발자가 공유하자는 것이다. 이익공유 방식은 투자 참여를 통한 주민소득 증대, 임대료 지급, 전기요금 감면, 일자리 창출, 재생에너지 관련 교육기회 확대 등 다양하다. 다만 투명하지 않은 이익 공유는 오히려 갈등을 야기, 주민수용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가치의 공유와 지역주민 역량강화가 연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합토론

“정책 우선순위 정하고, 작동 가능 액션플랜 만들어야”

기후변화 현장 체감도 더 긴박
재해보험 등 농민 현안 풀어야

농업 갈 길 사회적 공감대 중요
저탄소-순환농업 비전 제시를

과감한 저탄소농업 목표 필요
농업노동력 문제 해결도 시급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제 현장에서 작동 가능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주량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은 기후변화를 예로 들며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훨씬 더 절박하고 긴박하다. 올해 농민들은 전 작목에 걸쳐 최고로 어려운 해를 보냈다. 농민들은 당장 내년, 내후년을 걱정하고 있다. 농업연구와 생산기반의 미스매치를 하루 빨리 시정해야 한다”면서 “예산부처나 국회를 설득해서 재원을 받으려면 훨씬 더 긴박하게 움직여야 하며, 기술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재해보험 등의 농민 현안도 풀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송수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우리 농업이 어떻게 가야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이 ‘팜투포크(Farm to Fork) 전략’을 수립, 2030년까지 전체 농경지대비 유기농업면적을 25%까지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우리도 저탄소-순환농업을 통해 환경을 증진하고 유무형의 유산들을 우리 자손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의 중요성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라면서 “그렇다면 축산업이나 에너지 집약도가 큰 시설원예산업의 포지셔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답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데이터 기반 경제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것은 농지 문제”라며 “정책지원의 대상이 되는 농민, 농업경영체를 식별하기 위해선 농지 소유와 이용에 관한 데이터가 우선 정비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정책과제의 방향이 수립됐으면 그에 걸맞게 정부조직 개편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황의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코로나로 외국인 근로자가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노동력 문제 해결이 시급하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좀 더 과감하게 저탄소농업 시스템 에 대한 로드맵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그는 앞으로 “농촌재생이 중요한 키워드가 되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정책아이디어를 만들고 복지부, 교육부, 행안부 등과 다부처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좌장을 맡은 이정환 GS&J인스티튜드 이사장은 “7개의 트렌드가 어떻게 논리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는지 좀 더 들여다보고, 각각의 대응정책 나열보다는 중단기 과제를 나눠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면서 “긴 눈으로 보되 현실을 직시하면서 연구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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