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수마가 휩쓸고 간 하우스를 국군 장병들이 복구하고 있다. 지난 8월 8일 발생한 수해로 구례군의 경우 농작물 699ha가 손실됐고, 가축 2만1162마리가 폐사했으며 하우스 546동이 무너져 내렸다. 사진제공=섬진강 수해극복 구례군민 대책본부

냉해에 긴 장마, 태풍까지
작목 가리지 않고 ‘최악 흉작’
농번기엔 일손없어 발동동
수확 후엔 판로 막혀 ‘끙끙’

‘농촌이 잘사는 나라,
농민이 자부심 갖는 나라’
대통령 약속은 현실과 멀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와 함께 시작한 2020년은 농민들에게 그 어느 해보다 힘겨운 한 해였다.

학교급식이 중단되면서 친환경 농산물 생산농가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화훼농가들은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정성껏 키운 꽃을 폐기하거나 헐값에 넘겨야 했다. 농촌체험휴양마을과 체험농가들은 도시민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도 농민들을 괴롭혔다. 봄철 냉해피해는 그 시작이었다. 6월 중순부터 시작된 장마는 54일간이나 지속되면서 기록적인 비를 뿌렸다. 8월 6일부터 8일까지 이어진 역대급 폭우는 섬진강댐, 용담댐, 합천댐 하류를 무너뜨렸고, 누런 흙탕물이 전북 남원과 전남 곡성, 구례 등을 집어 삼켰다. 그러고도 세 차례나 이어진 태풍에 농민들은 올 한해 작목을 가릴 것 없이 최악의 흉작을 감수해야 했다.

그렇게 일년 내내 농민들은 농번기엔 일손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수확 후엔 판로가 없어 애를 태웠다. 수해 120일이 지나도록 보상은커녕 피해조사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 이재민들은 복장이 터졌다. “냉해 피해 보상하라” “재해대책 수립하라” “농업예산 확대하라” “농업 홀대 중단하라” 받아들여지지 않는 농민들의 외침은 허공에 흩어졌다.

지난 11월 11일 17년 만에 농업인의 날 행사에 참석한 대통령은 “농업은 생명산업이자 국가기간산업이며 농촌은 우리 민족공동체의 터전”이라면서 “농촌이 잘 사는 나라, 농민이 자부심을 갖는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약속과 고된 농촌의 현실 사이, 풀어야 할 수많은 숙제를 남긴 채 다사다난했던 2020년이 저물고 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