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안전보험 논란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본보에 농업인안전보험의 문제점과 억울한 사연을 제보한 박창준 손해사정사.

NH농협생명 여전히 버티기
‘사망보험금 30일 연장특약’
농식품부 개선안은
“개선 아닌 개악” 단언
박창준 손해사정사 “포기 안해”
소송비용 부담 불사 ‘의지 꿋꿋’


지난 4월 신문사로 제보가 한 건 접수됐다. ‘농업인안전보험’에 가입돼 있던 경북 봉화군의 한 농민이 경운기 전복사고로 사망했는데, NH농협생명측이 ‘보험기간 만료 후 사망’을 이유로 유족급여금과 장례비 등 1억3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농업인안전보험은 1년 단위 단기보험이다. 해당농민은 재가입을 통해 9년간 보험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막상 사고가 나자 ‘병원 입원’을 이유로 재가입을 안받아줬고, 결국 보험만기가 20일 지나 유족보험금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신문사에 이같은 유족 측의 억울함을 알린 건 이 사건을 의뢰받았던 박창준 손해사정사다.

“보통 다른 민간보험의 경우 보험기간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해 사망이나 후유장해가 발생하면보험기간이 만료됐어도 보험금을 지급하거든요. 상품마다 다르지만 보장기간이 최소 2년이에요. 그런데 농협생명측 담당자가 자기들은 한 번도 준 적이 없다는 거에요. 저한테 대놓고 소송 가서 이겨보려면 이겨 봐라, 역사에 한 번 획을 그어봐라, 이렇게 말하는데, 이건 횡포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업주관기관인 농식품부도 처음 연락을 했을 땐 주는 게 맞다고 하더니 나중엔 발을 빼고요. 그래서 언론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했죠.”  

보도가 나간 이후 공분이 일었다. 하지만 농협생명측은 “보험약관상 어쩔 수 없다”고 버텼다.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농식품부도 시종일관 “보험금 지급 논란은 보험사와 농업인 간 사적분쟁으로, 억울하면 유족이 분쟁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후 박창준 손해사정사는 농협측이 보험만기일 이후 사망에 대해 유족급여금을 지급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2016년 비닐하우스 보수작업 중 머리를 다친 29살 청년이 요양병원에 있다가 2년여만에 사망한 사건으로, 유족측이 NH농협생명보험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진행, 유족위로금 4500만원과 지연손해금(연 6~15%)까지 받아낸 것(서울서부지방법원 판결문, 사건번호 2016가단200043). 

당시 원고측 한필전 변호사는 본보 취재에 “소송 과정에서 보험기간에 관한 문제나 유족위로금 지급 자체에 대한 다툼은 전혀 없었다”면서 “사고원인이 농작업이냐, 아니냐가 쟁점이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농협생명측의 태도엔 변화가 없고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농식품부가 내놓은 개선방안은 ‘사망보험금 30일 연장특약’이 전부로 9월부터 시행 중이다. 이에 대해 박창준 손해사정사는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단언했다. “2년여가 지난 사망에 대해서도 지급한 전례가 있고 다른 보험사도 2년 이내는 주고 있는 상황인데, 선심쓰듯 30일을 못박아 오히려 보험금 미지급을 합리화시켜준 꼴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창준 손해사정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감독원과 한국소비자원에 분쟁조정 신청을 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알아보니 하루 차이로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 분도 계시더라고요. 대체로 농민들의 연령대가 높고 경제적으로 많이 어렵잖아요. 소송이란 게 만약 패소하면 상대방 쪽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니까 농민 입장에선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보험사측은 버티는거고요. 그동안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사 마음대로 해왔다고 생각해요. 제 사비를 들여서라도 판결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부모님이 신안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다는 그는 지금 농민들이 겪고 있는 일이 남 일 같지 않아 포기할 수가 없다고 했다. 어쩌면 세상은 남 일을 내 일처럼 하는 박창준 같은 ‘오지라퍼’들에 의해 바뀌어 온지도 모른다. 내년엔 그의 오지랖에 더 많은 사람이 동참할 수 있기를, 그래서 꼭 결실이 맺어지기를 기원한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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