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우정수 기자]

2020년 축산분야 키워드는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후폭풍과 정부의 축산 농가 규제 강화, 가축 질병으로 요약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한우산업은 역대 최대 사육두수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에 이어 호황이 지속된 반면 학교급식 급감 등의 여파로 소비가 줄면서 돼지고기·닭고기·우유의 재고량이 늘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경마 중단으로 경주마 생산농가들은 도산 위기에 처했고 축산발전기금에서 약 15%를 차지하는 한국마사회 특별적립금 출연도 난항을 겪은 한 해다.

축산 농가에 대한 정부 규제도 강화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정부는 농가들의 규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와 충분한 계도기간 부여 요구를 외면한 채 축산농가 통합자가진단표와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시행했고 하반기에는 축산업계에 대한 의견 수렴 없이 대기환경보전법 시행 추진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축산업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2020년과의 이별을 앞두고 올 한 해 축산업계에서 주목했던 축산 이슈를 10개의 키워드와 함께 정리했다.

#코로나19와 늘어나는 축산물 재고

학교급식·외식소비 급감에 비선호 부위 적체 심각

올해 초부터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 여파를 축산업계도 피해가지 못했다. 양돈업계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가정 내 소비 증가’, ‘온라인 유통 확대’, ‘수입육 공급 감소’라는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지면서 올해 초 kg당 2000원대 초반까지 폭락했던 돼지 도매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서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급식, 대형급식, 외식소비 급감으로 비선호 부위인 국내산 돼지 다리 살 재고가 늘어나 다리 살 적체 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뒷다리 살 재고가 심각해 지난 9월 기준, 뒷다리 살 4만2245톤이 창고에 쌓였다. 이는 전체 돼지고기 재고량의 약 58.9%로 2019년 같은 기간과는 155.5%, 2018년보다는 316.4% 증가한 규모다. 이에 업계에선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돼지 뒷다리 살 구매·비축사업을 진행하고, 뒷다리 살을 활용한 햄·소시지 제품 개발에 나선 상태다. 또 2차 육가공업체를 대상으로 육가공품 원료육에 국내산 돼지 뒷다리 살 사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지만 좀처럼 쌓여 있는 물량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가금 업계도 마찬가지다. 가정 내 소비와 치킨 배달 수요 증가 등으로 코로나19 상황을 헤쳐 나갈 것으로 보였지만 외식소비 감소와 학교급식 중단이 발목을 잡았다. 또 전국적인 확산 기로에 놓여 있는 고병원성 AI가 가금류 수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를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유 소비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우선 코로나19에 따른 휴교 조치 등으로 일일 약 460여톤의 우유가 학교급식용으로 사용되지 못했다. 전체 생산량의 8%에 해당하는 학교우유급식물량이 갈 곳을 잃으면서 유통매진에서는 이를 소진하려는 유업체들 간 출혈경쟁이 심화됐고 낙농진흥회는 정상 유대가격으로 지급하는 기준원유량 비율을 4% 줄이는 방안을 시행하는 등 학교우유급식 중단에 따른 후폭풍이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만큼 축산물 소비 문제는 내년에도 업계가 풀어 나가야할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마 중단 후폭풍

달리지 못한 경주마…생산농가 손실 600억 달해

경주마 한 마리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2400만~2500만원에 달하는 등 경주마 생산을 위한 기본비용은 연간 5억~6억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경마가 오랜 시간 중단되면서 농가들이 생산한 경주마들이 갈 곳을 잃었다.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사태로 200여곳의 경주마 생산농가들이 약 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농가들은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 등에서 기자회견, 피켓 시위를 진행하며 농식품부와 한국마사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마 중단은 축산발전기금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축산발전기금에서 한국마사회 특별적립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 전후지만 이번 사태로 특별적립금 출연이 어려워진 것이다. 농식품부는 마사회 특별적립금 대신 FTA 기금 등으로 출연한다는 입장이지만 내년에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마 중단이 지속되면 특별적림금 출연이 쉽지 않은 만큼 온라인 형태의 마권 발매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경마산업 종사자들은 요구하고 있다.
 

#대기환경보전법 시행 규칙 개정

달리지 못한 경주마…생산농가 손실 600억 달해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대기오염물질의 배출허용기준 대상 시설에 가축분뇨 퇴·액비 시설을 포함하는 것이 골자다. 환경부가 대기환경보전법 적용 대상이 아니었던 가축분뇨 퇴·액비 시설을 지난해 개정을 통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전국 660개 가축분뇨 퇴·액비 제조시설 등 1038곳이 법 적용대상에 포함됐고 30ppm 이하로 암모니아를 배출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시행규칙 개정 과정에서 관련 축산업계의 의견 수렴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은 물론 해당 기준을 준수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돼 축산업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또 지자체별로 해당 업체에 법 개정사항을 통보한 시점이 달라 법을 이행할 수 있는 준비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하태식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10월 22일 열린 국무총리와의 대화에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문제점을 언급한 후 축산단체와의 협의 후 시행을 건의했다. 이에 국무조정실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할 유기질 비료 배출시설에 대한 암모니아 규제를 1년 유예 조치하는 것은 물론 유예기간동안 축산단체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관리방안을 도출하겠다는 내용으로 회신하며 일단락됐다.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시행

퇴비사 미확보 농가 다수…행정처분 추가 유예 절실

축산농가들에게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제도 도입은 또 다른 폭탄이었다. 농장을 제도에 맞추려면 시간이 부족하고 경영비 상승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농가들은 제도 시행을 3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올 3월 25일부터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시행했다. 다만, 현장의 미흡한 준비 상황 등을 감안한 정부는 퇴비 부숙도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농가에 한해 행정 처벌을 유예하는 1년간의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그럼에도 지자체의 예산 확보 지연과 마을형 공동 퇴비장 건립 난항 등으로 현장 준비 상황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퇴비사 확보를 해결하지 못한 농가들도 적지 않다.

이에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지난 6월, 농가 행정처분을 1년간 추가 유예하는 방안을 농식품부에 전달하는 등 추가 유예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남영숙 경북도의원은 11월 30일 도정질문에서 “축산업계에서는 의무화 적용시기를 2022년 3월 25일로 연장하고 그 기간 동안 현장의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며 “농가들은 축산물 생산뿐만 아니라 분뇨처리에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며 대응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축산농가 통합자가진단표 시행

일부 내용 현장과 괴리…규제 수단 악용 우려 반발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8월경 축산농가 스스로 농장을 진단하는 ‘축산농가 통합자가진단표’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축산농가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농식품부는 “축산농가들이 다양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사항 등을 몰라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축산 관련 법령상의 기준 및 준수사항을 통합 안내하겠다”라며 축산농가 통합자가진단표의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축산단체들은 축산농가 통합자가진단표의 일부 내용이 현장 상황과 맞지 않은 것은 물론 이 같은 제도가 축산농가를 범법자로만 인식할 수 있고 정부가 또 다른 축산농가의 규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해 제도 시행을 반대했다. 그럼에도 농식품부는 9월 초순경 지자체와 생산자단체 등에 관련 문서를 발송해 제도 시행을 밀어붙였다. 제도 시행 이후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통합자가진단표가 농가 통제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사육밀도를 중심으로 점검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가들도 그 부분을 우선적으로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우가격 고공행진과 역대 최대 사육두수

320만두 돌파…내년 설 이후 하향세 우려

2019년 한우 사육두수가 300만두를 돌파하면서 올해 한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는 한우 가격을 탄탄하게 지지해줬다. 코로나19 여파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비대면 판매 확대, 추석 선물세트 수요 증가 등 가정 소비가 늘면서 2020년 한우 도매가격은 1㎏당 1만9917원에서 형성됐다. 전년대비 11.2% 상승한 수치다. 한우 가격의 상승 여파로 농가들의 사육 의향이 높아져 한우 사육두수는 320만6000두(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 12월 기준)까지 늘어났다. 송아지 가격도 암송아지 353만원, 수송아지 426만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가임암소 두수는 역대 최대인 158만8000두(12월 기준)까지 증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육두수 증가세로 인해 한우 가격이 내년 설 이후 하향세로 접어들 수 있다. 실제 농경연은 2021년 2월 이후 도축두수의 증가로 한우 도매가격이 올해보다 하락한 1㎏당 1만7500원에서 1만8500원 사이에 형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5년까지 한우 사육두수와 도축두수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우 도매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농가들의 신중한 입식과 함께 암소 감축 등 사육두수 조절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계란 이력제 시행 반발

기록관리 시간·인력 등 정부 보완책 없어 시끌

올해는 2017년 발생한 살충제 계란 파동 여파가 가금 농가에 새로운 규제로 다가왔던 한 해였다. 그 중에서도 계란 유통업계에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것은 ‘계란 이력제’ 시행이다.

정부는 계란에 대한 소비자 신뢰 확보와 문제 발생 시 신속한 회수 및 유통 차단을 위해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1월 1일부터 계란 이력제를 시행하고 있다. 6월 말까지는 업계가 적응할 시간을 주고, 7월부터 이력제 위반 사례 적발 시 행정처분 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었다.

이런 정부 계획과는 다르게 계란 유통업체의 경우 거래내역 등록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할 시스템이 없어 작업 자체가 어려운데다, 계란 수집판매 단계에선 다양한 상품을 기록·관리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해 이력제 적용에 애를 먹었다. 그런데도 정부가 제도 보완 없이 예정대로 이력제를 본격 시행하려 하자 업계에선 이력제 반대 집회 등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집회 개최에 앞서 정부가 12월 31일까지 계란 이력제 단속을 유예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극한 상황까지는 흘러가지 않았다.

곧 유예기간이 종료된다. 하지만 정부가 이렇다 할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 정부-업계 간 갈등 재현은 불가피해 보인다.


#살얼음판 걷는 닭고기 자조금

내부 갈등 속 새 위원장 선출에도 ‘잠정 휴업’

올해도 닭고기 자조금 구성원 간 논란이 많았던 해였다. 닭고기 자조금 폐지 서명부 제출, 관리위원장 해임안 상정 등 지난해부터 계속된 내부 갈등 속에 닭고기 소비 홍보, 수급 조절과 같은 자조금 본연의 역할은 잠정 휴업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8월, 신임 관리위원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진행되면서 닭고기 자조금 정상화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변화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조건택 신임 위원장은 어지러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통 큰 결단보다는 계열업체와 얽혀 있는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해보고, 여의치 않을 경우 농가들에게 자조금을 직접 거출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에 계열업체들은 임의자조금 설립을 언급하며 닭고기 자조금 참여 거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닭고기 자조금 내부 갈등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식용란선별포장업 제도 전면 시행

관련시설 설치 지연으로 농가 계란 소화 못해

1년간의 계도기간을 거친 ‘식용란선별포장업’ 제도가 4월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식용란선별포장업 또한 부적합 계란유통 문제가 불거지면서 계란에 대한 체계적이고 안전한 유통을 위해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정부는 식용란선별포장업 영업장에서 계란을 선별해 유통하는 것을 의무화 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제도 시행을 눈앞에 두고도 계란 유통 현장의 선별포장업 관련 시설 설치가 지연돼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을 식용란선별포장업 허가 업체에서 모두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문제 해결을 위해 생산자단체인 대한양계협회가 농가를 대상으로 농장 내 식용란선별포장업 설치를 유도해 많은 농가들이 식용란선별포장업 허가를 신청했지만, 시설 건립 및 허가 완료까지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시급한 해결 과제로 남았다. 결국 정부는 당분간 행정처분보다는 계도 중심의 행정지도를 결정하면서 제도를 원만하게 정착시킬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원유기본가격협상 종료

진통 끝 원유가격 연동제 개선 소위 운영키로

낙농가와 유업체간 기나긴 줄다리기 끝에 원유기본가격 조정 협상이 8차례 진행된 끝에 7월 28일 마무리됐다.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에 참석한 양측은 2021년 8월 1일부터 21원 인상된 리터당 947원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유가공협회가 원유가격연동제 개편안을 생산자 측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낙농진흥회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하려고 시도하면서 생산자와 유업체간의 갈등이 심화됐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이 같은 시도가 양측의 합의사항을 위배하고 사실상 추가조건을 달겠다는 것으로 용인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안건 상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해당 안건은 이사회에 상정되지 않았고 8월 서면으로 진행된 이사회에서 원유가격 연동제 개선 소위원회 구성해 1년간 운영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소위원회는 원유가격 연동제 개선과 관련 규정 개정, 유제품 생산원가 공개 등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우 우정수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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