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생산량 급감…수급난 틈타
농가서 매입한 가격보다
3000~4000원 높여 부르며
산지도정업체에 되팔아


2020년산 쌀 생산량이 350만톤으로 급감하며 산지의 벼 수급난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농협이 벼 거래 단기 차익을 보려한다며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적으로 농가에게 정산하는 벼값이 대부분 확정돼 지급됐지만, 일부 지역농협에서 농가로부터 매입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하며 산지도정업체에게 되팔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농협들은 쌀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면서 발 빠르게 벼 확보에 나섰다. RPC를 운영하지 않고 건조저장시설(DSC) 또는 저장창고만 보유하고 있는 지역농협들이 올 수확기에 중소농들을 중심으로 벼 매입에 주력했던 것이다.

실제 지역농협들은 농협RPC는 물론 민간RPC보다 지난해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벼 매입 실적을 보였다. 지역농협DSC와 일반농협의 벼 매입량은 16일 기준 60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농협RPC가 73만6000톤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전한 매입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민간RPC 매입량 20만톤과 비교하면 세 배 많은 물량이다.

하지만 RPC 가공시설이 없는 이들 지역농협은 벼 그대로 산지에서 거래하면서 단기차익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RPC와 민간RPC가 고정 거래처에 납품할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지만, 지난해보다 벼 매입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을 틈타 단기간 시세 차익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RPC 등 산지 양곡유통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반 다수확 품종의 농가매입가격이 지역에 따라 40kg 포대당 6만6000원에서 6만9000원이었는데, 현재 벼 호가는 7만1000원 안팎으로 올랐다는 것이다. 경기도와 강원도 일부지역은 제외다.

전북의 한 양곡유통업체 대표는 “RPC를 운영하지 않는 지역농협들이 농가들로부터 벼를 매입하는 이 순간에도 민간RPC에 농가매입가보다 3000~4000원 정도 높여 부르고 있다”며 “이는 농가에 지급되는 돈도 아니고 순전히 지역농협의 단기차익”이라고 지적했다.

경남의 모 민간RPC 대표도 “벼 생산량이 줄고 수급불안을 이용해 농협이 벼를 거래하며 벌써부터 웃돈을 요구하는 것이 제대로 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무엇보다 저가 쌀시장을 주로 거래하는 민간양곡업체들이 부족한 벼를 농협으로부터 더 비싸게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농민에게 도움되지 않는 산지쌀값만 오르는 꼴이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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