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과 과수전공반 2학년 오동진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전국 제일 체험농장 운영·글 쓰는 농부 꿈, 모두 이룰 거예요”

오동진 호남원예고등학교 학생은 전국에서 제일 유명한 체험농장을 운영하며 글을 쓰는 농부가 되는 게 꿈이다.

담양으로 귀농한 부모 따라 
농사일 도우며 농촌생활 시작
“웬만한 일은 혼자서도 거뜬”

농고 진학하면서 농기계에 관심
FFK 전남대회서 우수상 성과도

포스트 코로나 대비
대학 졸업 후 미래설계 중
에세이·동화책 출간 경력 살려
글 쓰는 일도 꾸준히 할 계획

“전국에서 제일 유명한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게 꿈이에요. 지금도 힐링을 하기 위해 도시 사람들이 체험농장을 많이 찾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사람이 붐비지 않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체험농장의 인기가 더더욱 높아질 거라고 믿어요.”

오동진 호남원예고등학교 과수전공반 학생(18)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다재다능한 소년이었다. 그는 현재 전남 담양군 고서면에서 부모님과 함께 단감과 블루베리 농사를 지으며 농업인이 되는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오동진 학생은 농사와 전혀 연관성이 없었다. 서울에서 자라며 RC카(무선조정 자동차)를 너무나도 좋아해 직업마저도 RC카 선수 혹은 가게 주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런 그의 삶이 하루아침에 바뀌게 됐다. 중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이 담양으로 귀농을 하며 덩달아 본의 아니게 농촌에서 삶이 시작됐다. 농촌에서의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며 농사일을 돕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의외로 농사일은 힘들 줄 알았지만 나름 할만 했다. 농약을 살포할 때 호수를 잡고 있는 일부터 감 수확, 전지 작업과 접붙이기, 삽목 등 하나하나 배워가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감과 블루베리가 노력을 기울인 만큼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면 성취감이 생겼다는 게 오동진 학생의 설명이다.

그는 “농사일을 시작하고 처음 1년 동안 혼나면서 농사를 배웠는데 이제는 웬만한 농장일은 거뜬히 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면서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재미가 있고, 또 성취감도 있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농장일에 적응하다보니 고등학교 진학시기가 닥쳤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어머님이 호남원예고등학교의 홍보책자를 보여주며 입학을 권유했다. 무엇보다 장학금 혜택이 풍족하다는 말에 혹했고, 또 농사를 제대로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입학을 결정했다. 1학년 때 농업의 기초부터 시작해 선도농가 실습까지 다양한 공부와 체험을 했다. 학교생활 중 새로운 취미에 눈을 뜨게 됐다. 농기계였다. 어릴 때 좋아하던 RC카와 비슷한 점도 많았고, 농기계를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학교 실습장에서 굴삭기와 지게차 등을 연습하며 면허 획득을 준비하는 게 새로운 취미가 됐다. 여기에 더해 올해에는 FFK 전남대회 농기계 이론부분에 출전해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동진 학생은 “전남대회에서 입상하면 전국대회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데 올해는 코로나 19로 전국대회가 취소돼 매우 안타깝다”면서 “부디 내년에는 코로나 19가 종식돼 FFK 전국대회에서 다른 학생들과 농기계 이론 능력을 겨뤄보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앞으로 계획은 농업 관련 대학을 진학하고, 졸업 후 체험농장을 꾸리는 것이다. 오동진 학생이 체험농장을 운영하고 싶은 건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체험농장을 찾는 도시의 소비자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유명 관광지의 경우 사람들이 붐비기 때문에 한적하고 곳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질 것이고, 그게 농촌의 체험농장이 될 수 있다는 게 오동진 학생의 설명이다. 또 다른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공판장에 출하할 경우 선별 분류하는 번거로운 작업까지 하는데 가격 변동 폭이 커 항상 불안한 상황이다. 하지만 체험농장은 수익도 안정적이고 신경 쓸 부분이 출하하는 것 보다는 적다는 것이다.

그는 “집에서 블루베리 체험농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체험객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고, 그 결과 공판장 출하 비중이 30%까지 낮아졌고, 체험농장 비중이 70%까지 올라간 상황”이라며 “본격적으로 농업에 뛰어들면 전문적인 체험농장을 운영하며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또 다른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글 쓰는 농부’가 되는 것이다. 그는 농사를 배우면서 틈틈이 글을 쓰고 있는데 어머님의 도움을 받아 고등학교 2학년의 나이에 ‘더 나음’이라는 자전적 에세이와 ‘넌 별처럼 예뻐’라는 동화책을 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처음 농촌에 왔을 때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글이 쌓이다보니 책까지 출간하게 됐다. 그는 앞으로도 글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나가 책을 더 출간할 계획이다.

오동진 학생은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장점이 있다”면서 “농촌에서의 삶에 대해 계속 글을 쓰고, 농부 겸 편집자인 어머님의 도움을 받아 책도 기회가 될 때마다 출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끝>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전남 나주시 금천면에 위치한 호남원예고등학교는 넓은 실험포와 스마트팜 등의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다.

실무형 인재 육성 주력…전공 관련 다양한 자격증 취득도

#우리 학교를 소개합니다

1946년 첫발, 원예분야 특화
우수 실습시설·장학제도 자랑

호남원예고등학교는 지난 1946년 나주원예중학교로 첫 발을 내딛었다. 넓고 비옥한 호남평야의 중심에 자리 잡은 호남원예고등학교는 개교 이후 꾸준히 지역에 전문적인 농업인을 배출했다.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6년에는 미래농업선도고교 지원사업 대상학교로 선정됐고, 2017년에는 자영농업고등학교로 지정됐다.

호남원예고등학교는 2020년 기준 총 52명(교무 40명, 행정 12명)의 교직원과 229명의 재학생으로 구성돼 있다. 학교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호남원예고는 원예 분야에 특화돼 있는 학교다. 채소와 과수, 화훼 분야의 생산과 가공, 유통에 관한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습득한 실무형 인재 육성을 목표로 전공의 경우 크게 채소전공반과 화훼전공반, 과수전공반 등으로 나눠져 있다.

교과는 기초과목으로 농업기초기술과 농업이해, 농업기계와 농산식품가공, 창업일반 등으로 구성돼 있고, 실무과목으로 채소재배와 화훼재배, 과수재배와 음료주류 가공 등이 있다. 학생들은 재학 중에 전공에 맞는 원예기능사와 종자기능사, 유기농업기능사, 화훼장식기능사 등의 다양한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

이 학교의 또 다른 특징은 장학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2019년 기준 274명이 총 1억3000여만원의 수혜를 받았고, 전교생이 농어촌희망재단으로부터 5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장학생 선정의 경우 장학금 선발 심의 위원회라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실습에 전념할 수 있는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특히 미래농업선도고교 지원 사업에 선정돼 교내에 스마트팜을 준공하고, 실습실을 리모델링하고 각종 기자재를 구입해 학생들이 보다 선진적인 환경에서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예비농업인 희망 가질 수 있게 농업 부정적 인식 해소됐으면”

#교사 인터뷰/박병철 교사

“농업고등학교가 지속가능하려면 언론이 농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개선돼야 합니다. 농업 관련 보도가 대부분 부정적인 내용인데 누가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겠습니까? 아이들이 농업에 대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농업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도 함께 다뤄줬으면 좋겠습니다.”

박병철 호남원예고등학교 교무부장(40)은 교편을 잡은 지 11년차로 현재 학교에서 식물자원·조경 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특히 교무부장인 까닭에 학생들의 학업뿐만 아니라 졸업 후 진로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학생들의 입학과 졸업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그는 우리나라 농업교육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요소로 ‘언론’을 꼽았다. 언론에서 농업을 다룰 때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다보니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농업고등학교 입학을 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업고등학교의 입학원서 접수 시기가 대부분 쌀 수확기랑 맞물리는데 언론에서는 쌀값 변동 원인과 대안을 심층적으로 다루는 게 아니라 ‘가격 폭락’ 등의 어둡고 자극적인 내용을 위주로 다루기 때문에 농업고등학교 입학을 고민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농업고등학교에 더 많은 학생들이 입학하고, 나아가 국내 농업에 더 많은 신규인력이 투입되려면 언론에서 농업에 대해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측면만 강조할 게 아니라 청년농업인들의 성공사례 혹은 역경 극복 사례 등을 다뤄 예비 농업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게 박병철 교사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농업에 뛰어든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한 청년농업인들에 대한 기사를 학부모나 학생들이 접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고 농업고등학교 진학 결정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언론에서 현실의 문제를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비 농업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기사도 많이 다뤄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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