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1++등급 공급량 늘었지만
가격인하 효과는 ‘글쎄’ 
물량 증가에도 상승세 지속

근내지방도 표시 이행 미흡
소비자들 인지도 떨어져
다양한 선택권 보장도 의문


쇠고기 등급제가 개편된 지 1년이 흘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쇠고기 등급 기준 개편을 통해 1++등급 공급량 확대, 가격 인하 등의 효과를 기대했지만 공급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등의 변수로 인해 한우가격은 정부 예상과 다르게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부 정육점에서는 근내지방도 표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쇠고기 등급제 도입 1년=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근내지방도(마블링) 기준 조정을 골자로 한 쇠고기 등급 기준을 개편해 2019년 12월부터 시행했다. 개편 내용에 따르면 현행 지방함량 17% 이상(근내지방도 8·9번)인 1++등급은 15.6%(7~9번)로, 13~17%(6·7번)인 1+등급은 12.3~15.6%(6번)로 하향 조정했다. 평가항목(근내지방도·육색·지방색·조직감 등) 각각에 등급을 매겨 가장 낮은 등급을 최종 등급으로 적용하는 최저등급제를 도입했다. 육량등급도 정육량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육량지수 계산식을 개선했다. 현재 품종·성별 구분 없이 단일 계산식을 적용했지만 품종·성별 등을 고려한 6종의 계산식으로 육량등급을 산출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쇠고기 등급 기준 개편으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같은 등급에서도 지방함량에 따른 소비 취향에 따라 쇠고기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란 것. 또 농가의 사육기간 단축에 따른 생산비 절감과 1++등급 공급량 확대로 1++등급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의 바람과 다른 결과=농식품부 기대대로 1++등급 물량은 크게 늘었다. 쇠고기 등급 개편 이후인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1++등급 판정두수는 17만3836두로 개편 전인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1++등급 판정을 받은 두수(11만1599두) 보다 55.7% 급등했다.

근내지방도 조정으로 1++등급 비중도 큰 폭으로 늘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쇠고기 등급 개편 전인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전체 등급에서 1++등급 차지하는 비중은 14.81%였지만 개편 후인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비중은 22.53%로 같은 기간 대비 7.72% 포인트 증가했다. 연평균 1++등급 비중이 20%를 넘은 것은 등급 판정 이래 처음이다. 반면 1+등급 비율은 28.87%에서 25.23%로 3.64% 포인트가 줄었다. 쇠고기 등급 개편으로 1+등급 비중이 감소하고 1++등급이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1++등급의 공급량 확대를 통해 1++등급의 가격 하락 효과를 기대한 농식품부의 바람과 달리 시장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전국 도매시장의 육질가격을 살펴보면 1++등급 가격은 2만1271원(2018년 12월~2019년 11월 평균가격)에서 2만3048원(2019년 12월부터 2020년 11월)으로 8.35% 상승했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가정 소비가 늘면서 공급량 확대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오른 것으로 해석된다. 한우업계 한 관계자는 “1++등급 공급량이 늘어난 것이 과연 쇠고기 등급제 개편 여파인지, 한우가격 상승 덕분인지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도 “(쇠고기 등급제 개편 이후) 한우 가격이 오르면서 농가들은 이번 개편에 따른 수혜를 얻었다”고 말했다.

1++등급의 근내지방도를 7·8·9로 구분 표시해 지방 함량에 따른 소비자들의 다양한 선택권을 주겠다는 취지도 동네 슈퍼마켓 정육코너 등 일부 현장에서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서울 송파구 소재의 대형 슈퍼마켓을 방문해본 결과, 한우고기의 육질·육량등급은 표기됐지만 1++등급의 근내지방도(마블링)는 확인할 수 없었다. 여기에 “근내지방도 7·8·9가 뭐예요?”라는 송파구에 살고 있는 주부의 말처럼 소비자들은 여전히 쇠고기 등급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허선진 중앙대 교수는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흘렀지만 코로나19 같은 예측 못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쇠고기 등급제 개편을 잘했다 또는 잘못했다라고 판단하기 이르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농식품부 기대처럼 한우 가격 인하에 대한 가시적인 효과는 없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쇠고기 등급제에 대해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허선진 교수는 또 “한우는 탄탄한 소비층과 잠재고객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물량 증가로 가격이 내리면 소비가 늘어나 가격이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며 “정부 기대만큼 가격 낮추려면 현재보다 20% 이상 물량이 풀려도 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우는 다양한 변수가 있는 만큼 쇠고기 등급제 개편으로 가격을 컨트롤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쇠고기 등급제를 개편할 때 생산자와 소비자, 유통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영석 한우협회 유통국장은 “농가들은 그동안 적용됐던 쇠고기 등급제에 맞춰 개량 등을 진행했다. 시장 개방에 따른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급육 사육이라는 정부 정책에 맞춰 소를 키웠는데 단지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정부는 쇠고기 등급제를 개편했다”며 “쇠고기 등급제 개편 과정에서 정부가 밀어붙이지 말고 농가 등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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