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되던 지역 공동체에 활기…바른 먹거리 확산 이끌어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로컬푸드를 활용한 사회적경제모델 지원사업’이 지역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로컬푸드 기반 사업들은 올해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먹거리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사진은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아파트 조합원들과 함께 로컬푸드 장터를 연 모습이다. 사진제공=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간식키트·반찬배달·도시락 등
다양한 이웃돌봄 활동 주목

먹거리 취약계층 건강 증진
청소년 식습관 교육에
노인 정서적 지원까지 든든
 
지역사회 푸드플랜 디딤돌
사회적경제모델 활성화 기대


‘먹거리의 수송거리와 유통단계를 줄이자.’ 로컬푸드의 기본 개념이다. 이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는 더 가깝게 만나 신뢰를 쌓고, 지역 내 먹거리가 선순환하면서 지역경제가 살아난다. 이 같은 로컬푸드가 확산하면서 최근엔 더 의미 있는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성장우선주의로 점차 해체돼 가는 지역 공동체에 로컬푸드를 매개로 한 다양한 사회적 활동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19년부터 추진한 ‘로컬푸드를 활용한 사회적경제모델 지원사업’을 통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한국농어민신문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함께 2020년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곳을 찾아 이들의 활동상을 살폈다. 다음은 18회에 걸쳐 로컬푸드 사회적모델을 취재한 후기다. 

#사회적 거리두기 속 빛난 활동

올해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들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사업추진에 많은 제약이 따랐지만, 로컬푸드가 가진 사회적 가치를 더욱 빛내고 있었다. 

사회적협동조합 ‘문턱없는세상’은 어려운 이웃들이 형편껏 돈을 내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고영란 문턱없는세상 대표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많은 사람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더욱 움츠려 있다”라며 먹거리 취약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었다.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을 함께 돌볼 수 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행복한밥상협동조합’은 취약계층 가정에 반조리 상태의 간식 키트를 제공하며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아이들에게 영양과 재미를 동시에 전달하고 있었다. 임창미 대표는 “간식 키트가 성장기 어린이들의 영양과 여가시간를 메워 주고 있다”라며 “단순히 음식만 제공하는 것보다 직접 만들며 흥미도 느끼고, 음식에 쓰이는 농산물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도 있어 자연스럽게 식생활 교육이 된다”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로컬푸드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활동은 먹거리 공급체계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 내고 있었다. ‘인천로컬푸드생산자협동조합’은 로컬푸드를 이용한 건강 집밥 차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주거가 불안정해 단기쉼터에 머무르는 청소년들에게 먹거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교육을 담당한 식생활교육인천네트워트 백남정 상임대표는 “가정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은 가공식품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있다.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꼭 필요하다”라며 이번 프로젝트에 의미를 부여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있는 사회적기업 ‘(주)단디무라’도 취약계층에 대한 반찬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관내에 있는 문수실버복지관 박준용 사회복지사는 “독거 어르신들은 한두 개 반찬이나 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는 일이 잦고 이로 인해 영양 불균형에 시달리는데 로컬푸드로 만든 반찬으로 인해 어르신들 영양소 공급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라며 “무엇보다 어르신들 건강이나 안부 상태도 확인하면서 정서적 지원까지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사회 푸드플랜 밑거름 되다

취재하며 하나 더 중요하게 느낀 것은 이들이 ‘로컬푸드를 활용한 사회적경제모델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 내 먹거리 공급체계 즉 푸드플랜을 고민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서울 금천구에서 도시락 사업을 하는 ‘건강한농부사회적협동조합’ 김현미 이사는 코로나19로 학교에서 식사를 못 하는 학생들에게 꾸러미 반찬을 제공하게 됐는데, 이 같은 모델을 시작으로 지역 먹거리 공급체계의 거점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코로나19로 농산물 꾸러미를 공급해야 했을 때도 우리와 같은 협동조합을 잘 활용하면 학생들에게 더욱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자체별로 이러한 사회적 모델을 거점화해 활용한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대전광역시 서구에서 마을공동체와 함께 아이들의 바른 먹거리 실천에 앞장서고 있는 ‘품앗이소비자생활협동조합’ 최순례 이사의 생각도 비슷하다. 찾아가는 어린이 식당을 운영하는 그는 “동 단위 먹거리 네트워크가 기본이 되고 구와 광역단위까지 이어진다면 지역사회 먹거리 체계가 순환적으로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색적인 사업도 눈에 띄었다. ‘로컬푸드교육센터 품’은 로컬푸드 등 먹거리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육 협동조합이다. 이곳에선 ‘농부 매니저’ 양성이 한창이었다. 이렇게 양성된 매니저들은 농민들의 농장 경영을 도우며 지역사회에 농업이 단단히 뿌리 내리도록 돕는다. 

경남 거제에서 돌봄 도시락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주)함께하는 다이웃’은 친환경 도시락 용기까지 개발했다. 로컬푸드로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생각이, 직접 친환경 도시락용기 개발로 이어지게 만든 것이다. 친환경 도시락용기 시제품이 나온 날 강민영 대표는 “로컬푸드를 통해 사회적경제를 확산시키고, 더 나아가 환경 문제까지 생각하는 사업으로 확장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밖에도 지역 곳곳에서 수많은 단체 그리고 조직들이 로컬푸드를 통해 사회적경제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내년에도 더 많은 사례들이 확산해 점차 해체돼 가는 지역 공동체를 회복시키고 지속가능한 먹거리 순환체계를 만들어 내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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