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플랜, 농업과 먹거리 문제의 대안 모색’ 출간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유기농업·학교급식·로컬푸드 등
대안 농식품 운동 관행화 성찰 
푸드플랜이 이를 엮고 풀어낼
좋은 받침점·근거지 될 수 있어 

과거 패러다임 벗어나지 못한
유통 중심·행정 편의 접근 지양
생산-유통-가공-소비-폐기 과정
순환 논리로 연결 고민해야


진보적 농업경제학자로서 오랫동안 대안 농식품 운동에 천착해 온 윤병선 건국대학교 교수의 신작이 나왔다. 책의 제목은 <푸드플랜, 농업과 먹거리 문제의 대안 모색>. 지난 2015년 <농업과 먹거리의 정치경제학> 출간 이후 5년 만이다.

윤 교수는 전작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초국적 농기업’이 어떻게 세계농업을 장악해 왔고, 그로 인해 각국의 중소·가족농과 농촌공동체가 어떻게 해체됐으며, 농업생태계와 먹거리의 위기가 심화됐는지 집중적으로 살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국내에서 전개된 유기농업운동과 로컬푸드 운동의 성과 한계, 과제 등을 꼼꼼히 짚었다.

이번에 그가 주목한 주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요 농정화두로 부상한 ‘푸드플랜’.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윤 교수는 푸드플랜이 대안적 농식품 운동으로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농업 문제와 먹거리의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지난 7일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윤 교수는 이 점을 강조했다. “푸드플랜이 우리 사회의 농업 문제와 먹거리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처방전은 아니지만, 그동안 현장에서 추진돼 온 다양한 대안 농식품 운동의 성과들을 제도적 틀 속에서 펼쳐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인만큼 추진과정에서 그 취지가 변질되지 않도록 농민들과 시민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대안 농식품 운동에 대한 성찰 담아=윤 교수는 푸드플랜에 대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며, 그동안 현장에서 실천해 온 다양한 대안 농식품 운동의 연결지점에 푸드플랜이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책에서 유기농업을 비롯한 친환경농업 운동과 생활협동조합 운동, 학교급식 운동, 로컬푸드 운동 등 다양한 대안 농식품 운동을 되짚어보고, 이 운동들이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성찰한 이유다.

윤 교수는 유기농업운동의 경우 산업적 농업의 대안으로 출발했지만, 투입재 중심, 안전 중심, 인증 중심 체계로 변질되면서 본래의 지향으로부터 괴리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기업이 주도하는 먹거리 체계에서 벗어나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강화하고자 했던 생활협동조합 운동도 마찬가지다.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그 과정에서 생산농민과 소비자 조합원, 생협조직간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경제적 이해관계의 충돌이 표면화되고, 농민과 먹거리를 대상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출발한 학교급식운동에 대해서는 ‘보편적 복지의 실현’이라는 큰 성과에도 불구, 여전히 식재료 조달체계에 있어 생산농가의 주도권이 온전하게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사회적·심리적·물리적 거리를 축소하고자 했던 로컬푸드 운동도 진정한 관계시장을 만들기보다는 단순한 유통 개선운동으로 축소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윤 교수는 “대안 운동이 관행화로 들어섰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그 가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왜 관행화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이를 통해 또 다른 형태의 실천을 모색하고,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게 중요하다”면서 “푸드플랜이 이를 엮어 내고 풀어내는 좋은 받침점과 근거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의 공감대부터 넓혀야=하지만 여전히 현장의 공감대는 부족하다. 윤 교수는 “현장에 가보면 푸드플랜을 기존사업의 껍데기만 바뀐 것으로 인식하거나 단순한 유통정책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특히 시설 중심, 개별 경영체 중심의 보조사업에 익숙하다보니 자신이 속한 조직의 시설 확충 예산쯤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 교수는 “푸드플랜은 규모화, 효율화에 방점을 찍어왔던 그동안의 생산주의 농정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면서 “과거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한 유통 중심의 푸드플랜, 행정의 편의나 관행적 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한 푸드플랜으로는 지속가능한 농식품 체계의 구축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푸드플랜을 통해 중소가족농이 먹거리 생산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중소가족농과 지역의 먹거리 수요를 연결 짓고, 더 나아가 지역의 먹거리 빈곤층을 해소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지역농업과 연결짓는 작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농업 문제와 먹거리 문제를 별개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일관된 맥락에서 파악한다면 많은 부분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나올 수 있다”면서 “생명을 파괴하는 자본의 논리에 대항하는 농민의 논리, 생태의 논리, 순환의 논리를 바탕으로 먹거리의 생산-유통-가공-소비-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연결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제1부 식량주권과 농민권리, 제2부 한국의 대안 농식품운동과 푸드플랜으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누가 농업과 먹거리를 지배하는지, 현대 농식품 체계의 특징을 먼저 분석했다. 농산물 무역자유화를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식량안보’와는 다른 개념인 ‘식량주권’ 운동이 갖는 의미와 성과를 정리하고, 식량주권 운동이 2018년 유엔의 농민권리 선언 채택으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살폈다. 

2부에서는 한국의 농업현실에 대응한 대안 농식품 운동의 의제별 궤적을 조명하고, 그동안 이룩한 대안 농식품 운동의 성과를 통합적 푸드플랜으로 연결해야 하는 당위성과 실천적 과제를 담았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