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농협 온라인농산물거래소가 내년부터 본격 운영된다.

지난 5월 말 개장 이후
4일 기준 양파 누적 1만5000톤
올해 생산량의 1% 겨우 넘겨  
마늘·사과도 개장 때만 ‘반짝’
물류비 지원 소진에 거래 줄어

시범사업 토대 새 품목 지정 등
내년 공격적 마케팅 펼칠 계획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경제지주가 농산물 도매유통의 비대면 시대를 열겠다며 지난 5월말 개장한 ‘농협 농산물온라인거래소(이하 온라인거래소)’의 거래실적이 당초 기대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파, 마늘, 사과 등 3개 품목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거래품목 확대 등 본격적으로 가동한다는 방침이지만 지난 6개월 동안 온라인거래소 운영 실적을 파악해 본 결과 도매유통 참여자들이 여전히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온라인거래소 운영 주체인 농협경제지주는 거래품목을 확대하고, 명절특수를 겨냥한 상품개발, 식자재몰 구축 등 활성화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거래소 운영방식은 산지의 생산자조직이 온라인거래소 시스템에 직접 상품 정보를 등록하고, 다양한 구매자들이 참여해 B2B 도매유통을 하는 ‘비대면 온라인 농산물도매시장’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면서 거래소 상장수수료율은 3%로 공영도매시장 4~7%보다 낮게 적용하고 있다.

개장 최초 거래품목은 양파. 생산량에 따라 심각한 수급파동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품목으로 온라인거래소가 전략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에 12월 4일 기준 거래량 누계 1만5000톤, 거래액 14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양파생산량이 116만8000톤으로 온라인거래소의 양파거래 점유비는 생산량 대비 1%를 다소 넘는 수준이다.

양파에 이어 마늘도 8월 18일부터 거래가 시작돼 지난 4일까지 거래량 1542톤, 거래액 85억7000만원의 실적을 보였다. 또한 사과도 10월 28일부터 거래가 열린 가운데 같은 날 기준 누계 거래량 170톤, 거래액 5억8000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온라인거래소는 개장 직후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는 듯 보였지만, 이른바 ‘신장개업 효과’에 그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양파 월별 거래량을 보니 6월 2440톤, 7월 3351톤으로 증가하더니 8월 2285톤, 9월 2865톤, 10월 1357톤 등으로 꺼지는 추세를 보인 것이다. 마늘 또한 8월 77톤, 9월 314톤, 10월 257톤 등으로 개장 직후 반짝 실적에 그쳤다. 물류비 일부 지원을 활용해 거래자를 끌어들이며 거래량 실적을 올렸지만, 막상 물류비 지원이 소진되자 거래도 줄어든 것이다.

출하자와 구매자 간의 거래 희망가격 격차에 대한 온라인거래소의 중재 기능도 미흡했던 문제점도 나왔다. 농협경제지주 자체 조사 결과 구매자들은 거래 수수료율이 낮은 것을 장점으로 꼽았지만 출하등록 가격이 기존 도매시장 출하가격보다 높은 편이고 산지와의 가격협의에 어려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깐마늘의 경우 도매시장에서 상장예외품목으로 대부분 거래되고 있어 온라인거래소로 끌어들이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양파와 마늘의 경우 수확기 거래량이 급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결과적으로 비대면 도매유통을 내건 효과는 미흡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식자재, 식품기업 등 신규 수요처들로부터 외면 받으며 대형마트, 농협계통매장, 도매시장 중도매인 등 기존 거래처들이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어 거래량을 늘리는데 역부족을 드러냈다. 다만, 온라인거래 방식의 장점인 산지에서 수요처로 바로 배송되면서 일정 부분 물류효율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진단이다.

올해 시범사업을 토대로 농협경제지주는 내년부터 보다 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펼치겠다는 대책을 세우고 있다. 기존 양파, 마늘, 사과에 이어 거래품목 4~5개를 신규로 선정해 품목 구색을 확장키로 했다. 또한 현행 품목별 거래 전용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방식도 재검토하는 등 온라인거래소를 재단장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공판장 중도매인을 위한 온라인 식자재몰도 구상되고 있다. 식자재용 농산물이 도매시장을 통해 상당량 공급되는 점을 감안해 민간기업들이 주도하는 온라인 식자재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적극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라인유통이 더욱 급팽창하고 있어 이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며 “온라인농산물거래소가 올해 시범운영을 거울삼아 앞으로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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