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무역의 날 기념식서 공식화
RCEP 서명 한 달도 안돼
초대형 FTA 가입 또 검토
한농연 “당장 중단” 목청


문재인 대통령이 8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계속 검토해 나가겠다”고 언급해 CPTPP 참여 추진을 시사했다. 농민 단체들은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서명 후 한 달도 되지 않아 또다시 초대형 FTA(자유무역협정) 참여에 나서고 있다”며 “가입 검토를 당장 중단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미래 수출 동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CPTPP 가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사실상 CPTPP 가입 검토를 공식화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CPTPP는 기존에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미국이 빠지며 일본 주도로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내용을 일부 수정해 새로 추진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CPTPP는 미국이 다시 가입하기 전까지만 적용되는 한시적 명칭이다. 미국이 재가입 한다면 TPP로 원상 복구된다.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복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CPTPP 가입은 사실상 TPP 가입으로 볼 수 있다. TPP는 농업 분야에서도 특정 시장의 비개방을 전제로 한다는 예외가 없어 궁극적으로 100% 개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농업계의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돼 왔다.

정부가 지난달 15일 중국 등 15개 국가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FTA’로 불리는 RCEP 가입에 서명한 데 이어 CPTPP 가입 검토를 공식화하자 농촌 현장 여론이 들끓을 조짐이다. CPTPP(TPP)의 경우 높은 수준의 농산물 개방 압박이 예상되면서 국내 농업 피해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9일 성명을 내고 “250만 농업인에 대한 일말의 배려 없이 CPTPP 가입 검토 의사를 밝힌 문재인 정부의 통상정책을 강력히 비판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CPTPP 가입 검토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농연은 “CPTPP는 농산물을 포함한 각종 제품의 역내 관세 철폐를 원칙으로 한다. RCEP보다 개방 수준이 더 높은 데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에는 가입비 조로 농산물 추가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농업 분야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게다가 우리나라는 CPTPP 회원국 중 여러 나라와 FTA를 체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FTA 체결국은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한농연은 “특히 경계해야 할 부분은 SPS(위생과 식물위생조치) 완화이다. 이와 관련해 RCEP 협상에서도 식물 병해충과 가축질병의 발생 범위를 국가에서 지역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중점적으로 이뤄진 바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CPTPP의 SPS 규범은 지역화 개념을 넘어 구획화로 세분화돼 있어 농업통상 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동식물 위생·검역을 이유로 더는 농축산물 수입 압박을 거부하기 어려워 과수·축산 농가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농연은 “농촌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CPTPP 가입을 추진할 경우 농업계와의 마찰이 불가피함을 기억하기 바란다”며 “아울러 2022년에 있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그 책임을 반드시 따져 물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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