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고흥딸기영농조합법인 신선식 총무(오른쪽)와 신태식 코디네이터가 고설재배로 생산하고 있는 설향딸기를 선보이고 있다.

200곳 지정 눈앞…‘농집 시스템’ 활용 수출 확대 든든

수출농업의 선봉에 서 있는 ‘농산물전문생산단지’가 200개소 지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1994년 원예전문생산단지로 시작해 생산단계의 조직화 및 규모화를 유도, 신선농산물의 수출기반을 체계적으로 조성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농산물전문생산단지 소속 재배농가의 조직화와 안전성 관리 등 역량강화을 위한 교육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수출확대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농집(NongZip, 수출농가 지원플랫폼)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면서 행정 효율이 높아지고, 농산물의 안전성 관리도 한층 강화돼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바꿔 나가고 있는 농산물전문생산단지를 현장사례와 함께 자세히 소개한다.

#고흥딸기영농조합법인

자격요건 미달로 한 차례 고배
유통공사 꼼꼼한 조언 덕
재수 끝 전문생산단지 지정 

딸기 ‘설향’ 품질 만큼은 자부
항공 수출로 신선도 잡아
‘농집’으로 체계적 관리 후
수출 자신감 더 높아져

고흥딸기영농조합법인은 재수 끝에 최근 농산물전문생산단지로 지정됐다. 딸기 수출 확대를 위해 올 초 농산물전문생산단지를 신청했지만, 자격요건 미달로 고배를 마셨다. 최소 재배면적을 충족하지 못했고, 선별장과 저온저장고 등 시설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시행착오는 오래 가지 않았다. 지역의 딸기농가를 설득해 재배면적을 늘렸고, 고흥군유통(주)의 도움을 받아 선별장 등 시설 문제도 발 빠르게 해결했다.

신선식 고흥딸기영농조합법인 총무는 “딸기 수출을 위해 22농가가 함께 법인을 만들었는데, 처음엔 선별장도 없고, 자본도 없다보니 어려움이 많았다”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단지 지정을 받는데 필요한 사항을 꼼꼼하게 조언하고 챙겨준 덕분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내년에는 기필코 최우수 평가 단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흥딸기영농조합법인의 경쟁력은 단연 품질이다. 설향 품종을 재배하고 있는데, 이미 홍콩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신선식 총무는 “홍콩 딸기시장의 40%를 한국산이 차지하고 있는데, 현지 소비자들이 설향 품종을 알고 있을 정도로 설향 딸기에 대한 인기가 상당히 높다”며 “홍콩의 슈퍼체인점에서 수출물량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으로, 항공편으로 수출할 경우 홍콩까지 하루가 채 안 걸리기 때문에 신선도 면에서도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특히 ‘농집’을 활용하면서부터 수출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높아졌다. 영농일지 작성 등 생산이력이 관리되는 농집 시스템으로 인해 체계적인 단지 관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GAP 인증을 준비 중인데, 농집의 데이터를 활용해 인증을 획득할 계획도 갖고 있다.

고흥딸기영농조합법인 소속 농가이자 농집 코디네이터(농업인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는 신태식 씨는 “스마트폰으로 영농일지를 작성하고 있는데, 적용약제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편하다. 스마트폰 사용이 서툰 고령농의 경우 수기로 적은 영농일지를 대신 입력해 주면서 도움을 주고 있다”며 “향후에 데이터가 쌓이면 작년에는 어떤 농약을 사용했는지, 적과는 언제 했는지, 첫 출하는 언제였는지 등을 한눈에 비교해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신태식 씨는 “농집에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릴 수 있도록 하면 농작물의 상황을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좋을 것”이라며 “날짜 별로 작년에는 어떤 작업을 했는지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있으면 유용할 것 같다”고 건의했다.

신현곤 aT 식품수출이사는 “농집이 수출 신선농산물의 안전성, 생산·수출이력 및 국내외 인증지원 등 수출농업 종합지원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거나 알림기능 추가 등 이용 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농산물전문생산단지 돋보기

11월 현재 총 195곳 운영
해마다 운영실태 조사 거쳐
4등급 평가, 인센티브 지급도

수출농업 육성을 위해 1994년 원예전문생산단지로 시작된 농산물전문생산단지는 2020년 11월 현재 총 195개소(채소류 94개소, 과실류 56개소, 화훼류 25개소, 버섯류 18개소, 곡류 2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품목별 최소 재배면적 요건을 충족하는 사업대상자의 신청을 받아 지자체와 aT 평가를 거쳐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하고 있다. 단지 인적 자원 및 품질향상을 목적으로 농가 인식개선, 정보화, 전문기술 교육 등 단지별 자체 교육 수립·추진 시 소요 예산의 90%를 지원한다. 연 1회 운영실태조사를 통해 최우수·우수·일반·부진 4등급으로 평가하고, 최우수 및 우수 평가단지를 ‘수출전문단지’로 지정해 수출물류비 인센티브(5~7%)를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 2년간 수출실적이 없거나 5년 내 3회 이상 부진 평가 단지, 검역요건 및 보조금법 위반 단지 등은 지정취소 대상이다.

 

수출농업 유용 정보 모아…5000여 농가 활용

농산물전문생산단지 소속 농가들은 농집을 활용해 영농일지를 간편하게 작성하고 있다.

#농집(NongZip)이란?

영농일지 작성현황 54만 여건
인증기관에 제출해 인증 획득
코디네이터가 입력 대행
고령농가도 걱정 없이 사용

농집은 농가집성(農家集成)에 착안, 농업의 농(農)과 컴퓨터 용어 집(ZIP)을 연결해 수출농업의 유용한 정보가 모인 곳을 상징한다. 195개 농산물전문생산단지 및 소속농가 5649호를 대상으로 하는데, 11월 현재 시스템 등록 농가는 5271호로 93.3%이며, 영농일지 작성현황(누적)은 54만3467건에 달한다. 농집을 활용한 영농일지를 인증기관에 제출해 글로벌 GAP 53농가, 국내 GAP 783농가, 유기농·무농약인증 10농가 등이 인증을 획득했다.

농집은 ‘쉬운’ 시스템을 표방하고 있다. 재배지·날씨 자동설정, 간편입력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농가의 경우 농약·재배·출하 등 생산이력 전반을 모바일 영농일지로 입력하는데 1~3분이면 작성이 가능하고, 코디네이터 제도를 운영해 고령농의 영농일지 입력을 대행하고 있다. 단지는 소속 농가 입·출고량, 국가별 수출실적, 단지 행정관리 등을 수행한다. 농집 활용으로 인한 행정 소요 절감 효과는 2만9730시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주요 수출국의 농약 사용 가이드라인(12개국 6만여건)을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 식품안전현대화법(FSMA)에 대응한 안전관리 기능을 구축하는 등 사전예방형 안전관리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편 농집의 이용 대상자는 농산물전문생산단지와 그 소속농가로 한정돼 있지만, 농식품부와 aT는 장기적으로 농집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공동기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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