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이 만든 짜 먹는 ‘잼플’…“잼이 아니라 마을을 팔죠”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로주름은 짜 먹는 튜브형 잼인 ‘잼플’에 마을을 담고 있다. 앞으론 마을을 살리는 컨설팅 업체로 나아가려 한다. 사진은 가로주름 황현조 대표(사진 오른쪽)와 이성아 PD가 관련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웃으면 생기는 ‘가로주름’ 따서 
대학생 4명 사회적기업 도전장

지역 특산물 이용해 만든 잼
이름에 담양·여수·함평 등 넣고
홍보 영상 제작해 지역도 알려
유리병 불편함은 튜브로 개선

“로컬에 맞는 기획 제안하는 
마을 컨설팅 업체 나아갈 것”

대한민국인재상 100인 선정도

베스트셀러 책 제목처럼 사회적으로 ‘90년대생이 온다’가 화두인 가운데, 마을 살리기에도 90년대생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짜 먹는 튜브형 잼인 ‘잼플’을 기획해 만들고 있는 광주광역시 소재 가로주름 주식회사엔 20대 대학생 4인이 모여 제품에 ‘마을’을 담고 있다. ‘인상을 쓰면 세로주름이 생기지만, 웃으면 가로주름이 생긴다’는 가로주름의 20대 청년들은 잼플을 시작으로 이들의 설립 모토인 ‘살아있는 마을의 시작(살마시)’이 될 사업들을 착실히 그려나가고 있다.

“저희는 잼이 아니라 마을을 팝니다.”

가로주름의 시작은 대학 동아리다. SK행복나눔재단에서 운영하는 청년 사회혁신가 양성 동아리로 출발해 지난해 사회적기업으로 공식 출범했고, 이와 맞물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시행한 ‘로컬푸드를 활용한 사회적경제모델 발굴 지원사업’에 선정돼 사업의 기틀을 잡았다. 

가로주름의 구성원은 전남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94년생 황현조 대표를 비롯해 96년생 이은강(전남대 경영) 씨, 97년생 이성아(전남대 영어영문) 씨, 98년생 홍시연(성신여대 소비자산업) 씨 등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농촌과는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들이 모여 가로주름을 만들고 마을을 이야기하고 있다. 

황현조 가로주름 대표는 “외할머니댁이 광양 사라실 마을인데, 외가댁을 찾으면 논과 밭, 산밖에 안 보였는데 어느 순간 라벤더가 자라나고 이를 이용한 비누 등 여러 상품이 만들어졌다. 또 어머니 모교는 문화원으로 바뀌었고, 지자체와 함께 짚라인 등 관광 상품을 만들면서 축제도 했다”며 “이를 보면서 지역, 마을이 앞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동아리 구성원들과 상의해 가로주름에 마을을 접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로주름이 현재 만들고 있는 제품은 잼플로 외형적으론 기존 유리병 잼의 불편함을 개선해 튜브형인 잼플을 만들었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특징은 마을을 담는 것으로, 잼플 제품명을 보면 알 수 있다. 담양·여수·함평 담은 잼이 이들의 제품으로 이 중 ‘담양 담은 잼’은 담양 딸기로 만든 잼이다.

또 ‘여수 담은 잼’은 여수 오디, ‘함평 담은 잼’은 함평 단호박으로 만들었다. 이들 잼플은 인터넷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를 직접 연결하여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곳인 오픈마켓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황현조 대표는 “단순히 잼을 만드는 곳은 많다. 하지만 우리는 이 잼에 마을을 넣고 싶었고, 다양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고 싶었다”며 “그래서 가로주름의 홍보는 지역 홍보를 같이하고 있고, 잼에 들어간 원료가 어디서 재배됐고, 어떻게 재배됐는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런 구상 속에 지난해 만든 3개 잼플 외에 올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제품이 제주 바나나로 잼이다.

황 대표는 “제주에는 감귤이 주 특산물이지만 이외에도 여러 특산물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바나나를 선택했고, 제주에서 한때 바나나가 많이 재배되다 수입산에 밀려 줄어들었다가, 다시 회복되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며 “바나나로 잼을 만들면 수입 바나나로 만든 제품과 가격 경쟁에서는 당연히 뒤처질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제주라는 특성을 살리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심혈을 기울이는 게 홍보 영상 부문. 가로주름에서 영상 등을 담당하는 이성아 PD는 “잼을 잘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지역과 함께 거기에 많은 특산물이 있다는 것을 먼저 알리고 싶었다”며 “담양 하면 대나무를 떠올리지만 그 이외 딸기 등 여러 특산물이 있고, 바나나 역시 그런 점을 알려 나가는 쪽에 홍보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함께하는 산지 반응도 좋다. 이번 바나나 잼의 경우 ‘내 아이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바나나를 먹게 하고 싶다’고 시작한 제주 스위트몽키와 함께 하고 있다. 

스위트몽키 송용준 과장은 “달기만 한 바나나가 아니라 깊은 풍미까지 느낄 수 있는 바나나를 생산하고 있다. 바나나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특히 많은데 가로주름을 통해 바나나로 아이들이 잘 먹는 가공 잼을 만들어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가로주름은 앞으로 잼플 종류를 12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후 가로주름은 잼플을 넘어 지역에 맞는 기획을 제안하는 브랜딩 회사, 한마디로 살리는 마을을 컨설팅할 수 있는 업체로 나아가려 한다. 

황현조 대표는 “잼은 전국 곳곳의 지역 특산물로 12개까지 만들려고 한다. 이후엔 궁극적으로 로컬에 맞는 기획을 제안하는 브랜딩 회사, 마을 컨설팅 업체로 나가려 한다”며 “잊혀가는 마을을 살리는데 가로주름이 앞장서, 지역민과 함께 웃으며 가로주름을 늘릴 수 있는 가로주름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황 대표에게 20대 젊은 청년이 보는 창업에 관해 물었다. 그는 “저희는 창업하면서 지금까지 아직 부모님께 손 벌린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버는 돈을 재투자하고는 있지만 저희 돈이 들어가지도 않았다”며 “여러 사업 공모전에 참석하고, 또 제품에 대한 판로를 탄탄히 구축하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가로주름에 최근 희소식도 하나 들려왔다. 황현조 대표가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수상하는 대한민국인재상 100인에 선정된 것. 

황 대표는 “지역·마을은 한편에선 오래됐고, 낡았다 하지만 또 다르게 보면 우리 청년과 닮았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지역색을 잘 살리면 살아있는 마을이 될 수 있다”며 “지역을 좀 더 지역답게 살리는 데 가로주름이 앞장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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