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해법, 친환경농업에서 찾아야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지난 11월 12일 국회 정문앞에서 전국먹거리연대, 농민의 길, 환경농업단체연합회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친환경농업 확대 및 지속가능한 먹거리 보장 등을 촉구했다.

대홍수·산불·메뚜기 떼 습격 등
전세계 자연재해로 인류 위기
자연훼손 줄이고 생태계 보호
‘친환경농업’ 확대 목소리 커져

우리 농민·먹거리운동 단체도
“논 농업 등 친환경 방식 전환
관행농업도 농약·비료 줄여야”

정부 한국판 뉴딜에 농업 빠지고
농업환경보전 예산 삭감 아쉬워

세계경제포럼(WEF)은 ‘2020 세계위험보고서’에서 ‘기상이변’을 지구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기상기후에 따른 기상이변이 인류에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호주의 대규모 산불이 기상이변의 주요 사례이며, 중국 남부 대홍수나 아프리카 메뚜기 떼 습격 등 전세계 곳곳에서 속출하는 자연재해도 기상이변이 불러온 현상이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봄철 이상저온, 이례적인 긴 장마와 폭염, 연이은 태풍 등의 원인이 기상이변이다. 지난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기후변화’를 보다 상위 개념인 ‘기후위기’로 변경할 것을 주장했듯, 지구는 이젠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런 기후위기는 식량위기이자 농업위기이다. 이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대적 과제로 기후위기가 부각됐으며, 어떻게 접근해 나갈 것인지가 농정의 핵심이다. 자연 훼손을 최소한 줄이고, 생태계를 최대한 보호하는 ‘친환경농업’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2018년 국제기후변화협의회(IPCC)총회에서는 ‘유기농 토양이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흡수해 대기권 온실가스를 최대 40%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 기후위기의 대처법으로 유기농 채소농업을 제시했는데, 이는 친환경농업의 중요성이 담긴 메시지로 해석된다. 지난 11월 12일 농민의길·전국먹거리연대·GMO반대전국행동 등 농민·먹거리운동 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진행한 ‘기후위기! 먹거리위기! 친환경농업 확대하고 지속가능한 먹거리 보장하라!’ 기자회견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전 지구적 기후위기에 대응해 농업, 먹거리 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조속히 실시할 것을 촉구하며 △국가먹거리종합전략 수립·시행 △국가먹거리기본법 제정 △GMO 완전표시제 시행 △논농업의 친환경농업 방식으로의 전환 △친환경 쌀 수매 통한 군대 공급 △친환경 공공급식 예산 확대 △친환경직불금 예산 확대 등을 주장했다. 지금이 친환경농정으로의 전환, 친환경농업을 반드시 확대시켜야 하는 골든타임이라는 것이 농민·먹거리운동 단체들의 목소리다.

김영재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은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손실, 환경악화와 같은 지구적 난제를 해결하고 건강한 농업생산과 지속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현재처럼 식량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시급히 바꿔야 한다”면서 “논농업의 친환경농업방식 전환, 소비대책과 더불어 생산기반 확대 등 친환경농업을 확대하고 관행농업에 있어서도 농약과 비료 사용량을 줄이는 등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하고 이를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친환경농업을 향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포스트코로나에 대비하자는 차원에서 최근 정부가 내놓은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농업·먹거리 대책은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신규사업 예산이 삭감된 점도 아쉽다. 기획재정부 등 예산당국은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이 공익직불제와 차별성이 없다는 이유로 신규사업 예산에서 제외했다.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이 현행 공익직불제에는 없는 활동, 즉 농촌 내 멸종위기 생물 보전, 온실가스 감축 농법 활용, 농지 주변 둠벙 등 토양, 용수, 경관, 생태환경, 문화보전 분야에서 ‘개인’ 또는 ‘공동’ 활동으로 구성돼 있어 법적 근거는 물론 사업추진 방식과 형태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친환경농업계가 국회에서 예산에 추가 반영하기 위해 각별히 노력했음에도 결국 실패로 끝났다.

2019년 12월 18일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열린 친환경농업 해외전문가 초청 세미나에서 정학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선행연구 사례를 통해 친환경농업이 가지는 비시장적 가치, 예컨대 생태환경 보전 및 지역순환 강화 등의 가치를 3조3000억~3조5000억원에 달하지만 그동안 친환경농업의 재정규모가 턱없이 낮다”고 진단했다. 친환경농업의 ‘가치’에 합당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친환경농업 확산과 이에 따른 재정확대는 반드시 이뤄야할 필연적 과제라는 생각을 더했다.

주형로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코로나19 발생에서 봤듯이 21세기는 미생물의 시대로, 미생물 생태계 균형을 맞추려면 친환경 농법이 생태계 순환을 이끌고 생물다양성을 보존해야 한다”며 “친환경 농업은 단지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생태계에 일조하는 산업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해 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는 내년에 교육과 농업이 함께 가는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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