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코로나19에도 농식품 수출은 라면 등 가공식품의 호조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

이 같은 농식품 수출 실적을 마주하면 반가우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교차한다. 코로나19의 여파에도 농식품 수출 증가에 안도하면서도, 속을 들여다보면 ‘속빈 강정’처럼 느껴지는 까닭에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1월 23일 발표한 올해 10월 누적 농식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하는 높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 수출실적 가운데 하나인 가공식품 수출액은 7.8%로 크게 성장했다. 반면 농가 소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신선농산물 수출은 0.7% 증가에 불과했다. 10월 누적 신선농산물 수출액은 11억1020만달러로, 전체 농식품 수출액 비중 가운데 18%에 그쳤다. 결국 가공식품이 농식품 전체 수출 실적을 끌어 올린 셈이다.

물론 가공식품이라도 국내산 원료로 제조, 수출된다면 농가소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대부분의 가공식품이 수입산 원료로 제조된 탓에 국내 농가의 소득 향상에는 큰 영향이 없다. 실제로 최근 5년 동안 가공식품의 국산 원료 사용비율은 평균 31.3~31.5%에 불과했다. 이를 단순하게 비율로만 보면 열 가지 제품 중 일곱 제품은 해외 농산물로 만들어지는 격이다. 농식품 수출의 가장 큰 목적이 ‘농가소득 향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공식품 주도의 수출 성장세가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실적 상승을 주도한 가공식품을 들여다보면 아쉬움은 더 커진다. 수출 실적이 크게 증가한 가공식품이 그나마 국내산 원재료를 많이 사용한 제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가공식품 가운데서도 실적이 크게 증가한 품목은 라면(47.7%)과 식초(58.7%), 과자(26.5%) 등으로 국내 농가 소득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지는 제품이다. 정부의 식품산업 원료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 제품은 원료의 90% 가량이 수입산이다.

농식품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에 공감하지 않았을 리 없다. 국내산 농산물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이 증가해야 수출이든 내수판매로든 농가소득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2012년 당시 이른바 ‘10-10프로젝트’라며 29.7%였던 가공식품 내 국내산 원재료 사용률을 2022년 39.7%로 올릴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아무리 수출 실적이 올랐다 한들 농가 소득에 긍정적인 영향이 없다면 빛바랜 성과다. 농식품부는 올해 4분기에 포도 등 신선농산물 수출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농가 소득과 직결되는 수출 성과가 나오길 바라본다.

최영진 국제부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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