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농부의 삶이 예술작품 주인공으로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완주문화재단의 ‘완주로컬푸드, 예술이되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예술가들. 이들은 완주 봉동생강 재배 농가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들의 삶을 다양한 장르의 예술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선영·김민경·박두리·이지희·오정균.

수묵화·애니메이션·무용 등에
농부의 가치 자연스레 녹여 

올해는 봉동 생강농가가 주인공
작곡가·동양화가 등 작업 참여
작품 완성되면 마을잔치 계획


젊은 예술가들이 전북 완주군에 모여 농부들의 삶을 예술로 담아내고 있다. 대중음악에서부터 수묵화와 에니메이션, 현대무용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재)완주문화재단이 2017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완주로컬푸드, 예술이 되다. 예술 농부’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작품이 완성되면 마을 잔치를 열고 노래와 영상, 그림으로 기록한 봉동 농부들의 삶을 함께 나누며 즐기는 자리가 열릴 것이다.

완주문화재단이 시작한 ‘예술 농부’ 프로젝트는 도농복합도시로 변한 완주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찾고자 시작됐다. 특히 완주는 전국에서 로컬푸드 운동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곳으로, 지역 먹거리와 예술이 결합해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송은정 완주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완주군의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은 농업이 기반이다. 농부의 필요성과 가치를 억지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문화적으로 해석해 영상과 그림, 글로 자연스럽게 공유하기 위해 사업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참여 예술가들은 작품의 주인공이 될 농부를 수시로 찾아가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일상을 작품으로 그려낸다. 농부의 삶이 예술이 되는 시간이다. 

지난해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시행한 ‘로컬푸드를 활용한 사회적경제모델 발굴 지원사업’에도 선정돼, 농부의 삶을 담은 콘텐츠 제작은 물론, 제철 식재료를 담아낸 ‘농부의 밥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로컬푸드 직매장에 출하하는 국화옥 농부, 호기심이 많아 뭐든지 탐구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홍학기 농부, 40~50여 가지 작물을 재배한다는 이종란 농부가 주인공이 돼 농부의 인생과 지역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각각의 작품으로 진솔하게 담아냈다. 

송은정 사무국장은 “작품 발표회 때는 마을 주민과 주인공 주변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영상을 보고 대담도 하는데, 어렸을 적 부모님이 농부라는 직업을 부끄럽게 느꼈던 한 자녀가 예술작품으로 탄생한 어머니의 인생을 보고, 너무나 훌륭하게 살아오셨다는 걸 느끼며 눈물을 흘리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올해는 완주 봉동읍 생강 재배 농부가 주인공이다. ‘완주 생강 전통농업 시스템’은 지난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완주 지역에서 토종생강을 생산했다는 기록과 ‘토굴’을 이용해 생강을 저장하는 독창적 방식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온돌식 토굴 저장방식’은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예술농부’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곡가 김민경 씨는 “작품의 주인공인 어르신이 어릴 적 생강을 팔러 다른 마을에 갔다 팔지 못하고, 빈 손으로 돌아온 얘기를 듣게 돼 음악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작업 활동을 하며 어르신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삶의 깊이가 굉장히 깊고 단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돼 나의 인생이 이 분들만큼 무게가 있었을까, 부끄럽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양화를 전공한 이지희 씨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처음엔 농부의 삶과 예술을 하는 나의 삶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매주 만나고 이야기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며 “농부의 삶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의 삶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농부의 삶과 내 삶이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들과 함께 ‘예술농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김해경 완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 담당자는 “예술가들의 작품이 완성되면 마을 주민들과 함께 발표회를 열 예정”이라며 “작품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예술가와 지역 주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잔치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완주문화재단은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생강을 비롯한 완주 로컬푸드의 브랜드 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로컬푸드와 예술이 결합한 고유의 농촌문화 콘텐츠가 생겨나고 이를 기반으로 농가 경영 다각화와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송은정 사무국장은 “올해 생강 저장 작업까지 마치고 내년 3월 경 예술 작품 작업을 마무리해 발표회를 열 예정”이라며 “작품을 발표하는 예술가들이 주인이 아닌 예술농부와 마을주민이 주인이 되는 발표회가 되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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