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 ‘코로나19 사태와 북한 식량수급 동향과 전망’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고강도 방역 조치로 교역 제한
시장 활동 위축돼 식량난 가중
자연재해 피해 복구도 난항
어린이·노인 등 취약층 더 고통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8~9월 여러 차례 수해까지 겹치면서 내년도 북한 내 식량 사정이 크게 악화될 우려가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용호 연구위원은 11월 27일 발간된 농정포커스 ‘코로나19 사태와 북한 식량수급 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외생적 충격으로 만성적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최 연구위원은 “강도 높은 방역조치로 인한 대외 교역 제한과 시장 활동의 위축이 식량난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특히 국제사회 대북 지원활동의 위축은 상대적으로 북한 내 취약한 계층에 훨씬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한의 취약한 농업생산 기반=북한은 기본적으로 농업 생산을 위한 농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전 국토의 15~17%만이 농작물 경작에 적합하며, 논 면적 비중은 30%에 불과하다. 가뭄,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가 빈발해 농업생산기반이 크게 훼손되고 있으나 복구대책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농업생산성 제고를 위한 종자, 비료, 비닐 등 농자재, 장비·설비, 연료 및 전력 등 농업 투입재 공급도 부족한 형편이다. 과거 외부로부터 지원 받거나 수입했던 농기계도 경제재재의 영향으로 수리부품 공급이 부족해 노후화가 심각하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코로나19 사태는 지속적으로 약화돼 온 북한의 식량 사정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가 발생한 직후인 1월22일 전격적으로 국경봉쇄조치를 단행했다. 북중 무역이 어려워지면서 대외 수출입 물량이 크게 감소했다. 강도 높은 방역조치로 북한 내 일반주민들의 사경제활동이 크게 위축, 소득 감소가 구매력 저하로 이어져 식량난을 가중시키고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이동 제한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활동에 제약이 가해지면서 어린이, 산모, 임산부, 노인 등 취약계층이 훨씬 큰 고통을 겪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내년도 식량위기 우려 증가=코로나19 사태는 농업생산 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고강도 방역 조치로 인해 노동력 투입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북한 내 공장가동률 저하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감소로 화학비료 공급도 대폭 줄었다. 여기에 8~9월 장마철 폭우와 여러 차례 태풍까지 겹쳐 북한의 곡창지대인 남서부는 물론 동부지역까지 농경지 침수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연구위원은 “당장은 식량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올 가을 식량생산량 급감은 내년도 식량 사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면서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과 비료 지원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남북이 협력해야 할 현안인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과 함께 산림병충해 방제, 자연재해 예방, 가축질병 방역사업 등을 매개로 지자체나 민간단체가 나서 교류협력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쌀 5만톤 대북지원은 결국 무산

하지만 남북협력 재개는 좀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통일부는 30일 대북 쌀 5만톤 지원사업과 관련, 지난해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보낸 사업비 환수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북한의 식량난 해소를 위해 WFP를 통해 쌀 5만 톤을 지원하기로 하고 사업관리비 138억원을 우선 송금했다. 정부는 올해라도 북한이 쌀 지원을 수용할 경우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일환으로 국경을 봉쇄하고 외부 지원을 거부함에 따라 결국 사업비 환수에 들어가게 됐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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