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한경대 식물생명환경과학과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납품가격에 원자재가격 반영
최저가 입찰방식 지양해야 
무기질-유기질비료, 
각각의 역할 인식 제고를 

한때 녹색혁명에 의한 쌀 자급자족 달성의 주역이었던 우리나라 비료산업은 현재 존망의 위기에 처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식량 증산정책과 무기질비료 구입비 지원으로 1990년까지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1990년대 중반 정부의 친환경정책 본격 추진과 2005년 무기질비료 보조 중단 및 농경지 면적 감소 등으로 무기질비료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다.

특히 국제원자재 가격 및 환율 상승에 따른 제조원가의 증가에 반하는 판매가 정책과 최근 안전과 환경 분야 규제강화로 경영여건이 매우 취약한 상태에 이르렀다. 더욱이 올해 농업직불금을 통합한 ‘공익직불제’ 시행으로 비료 사용기준 준수 의무를 신설함으로써 무기질비료 사용 감축을 유도하는 한편, 환경부 주관, 수질 등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지역단위 양분관리제’와 ‘미세먼지 관련 종합대책’ 등 농업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서 ‘지역자원 기반 경축순환농업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축산 T/F 운영으로 또다시 무기질비료가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수년째 무기질비료산업은 어렵다. 수입원자재는 비료 제조원가의 약 70%를 차지해 영업수지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2016년도 이후 납품가격에 국제원자재 가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생산업체는 비료 영업이익이 4년 연속적자로 2067억원의 누적적자가 발생, 경영 한계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무기질비료가 농협에 의존해 유통되는 점도 우려스럽다. 무기질비료는 농협중앙회에 계통출하 하는 방식이 시장수요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체계가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큰 변화 없이 비료 유통을 주도해 왔다. 과거에는 바람직한 상생관계를 유지했으나, 현재는 비료 유통의 별도 거래시장이 형성되지 못해 비료생산업체의 농협 납품 의존이 심화돼 예속관계로 전락하고 있다.

따라서 농협은 무조건적인 최저가 경쟁입찰 방식을 지양하고 수입한 원자재의 가격 상승분을 납품가격에 적절히 연동시켜 반영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주는 것이 비료업계 생존과 직결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농협의 납품가격 인하 목적은 농가 경영비 부담을 덜어 주는데 있으나, 무기질비료 구입비가 농가경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해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정책적 배려도 수반돼야 하는데, 수출활성화와 비료수급 안정을 위해 지원받고 있는 원료구입자금 금리는 일반 시중은행 금리차가 크지 않아 이자절감 혜택이 미흡한 실정으로 정책자금 금리 인하가 요구되고, 소요자금 전액이 지원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사료원료구매자금 한도는 사료 및 국내 조사료구입 자금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가축 먹이가 사료인 것처럼 농작물 먹이가 무기질비료라고 보면 형평성이 결여된 것으로 생각된다. 덧붙여 요소 할당관세 무세화도 계속 적용돼 농가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비료 지원정책은 2000년초를 기점으로 무기질비료 중심에서 부산물비료 중심으로 지원정책을 전환해 왔는데, 무기질비료에는 50년 동안 2.5조원을 지원했고, 이후 부산물비료에는 20년 동안 3조원을 지원해 왔다. 무기질비료에서 부산물비료로 지원정책이 바뀐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농업구조에서 경종분야에 비해 축산분야가 너무 비대해져서 과도하게 발생되는 축산분뇨 처리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무기질비료가 덩달아서 피해를 보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무기질비료와 부산물비료의 차이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오류에서 비롯된다. 무기질비료는 무기양분이 고농도로 함유돼 있고 속효성이므로 양약과 같이 식물 필수영양분의 직접 공급에 유리하다. 반면에 부산물비료는 탄소골격을 가진 화합물로서 부숙과정에서 토양미생물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부식물질을 생성하므로 한약과 같이 토양 생태계와 물리성을 좋게 하는 물질이다. 부산물비료를 직접적인 주 영양공급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 없이는 경축순환농업이나 친환경농업 및 토양양분관리제 등은 허울뿐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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