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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의 시선] '농협회장 직선제' 발목 잡는 농식품부이상길 논설위원, 농정전문기자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농협은 농민의 협동조합이다. 그런 농협의 중앙회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농협 조합장은 농협중앙회장이 임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1962년 군사정권이 ‘농업협동조합 임원 임면에 관한 임시조치법’이란 것으로 26년간이나 그래 왔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대통령도 체육관에서 간선제로 뽑았다. 1972년 박정희 군사정권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유신헌법을 만들어 박정희, 최규하가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전두환이 대통령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로 당선됐다. 일명 ‘체육관 선거’로 불린 역사의 오점이다.

우리 국민들은 1987년 민주항쟁으로 대통령 간선제를 직선제로 바꾸었다. 이 때 농협 선거제도도 임명제에서 직선제로 바뀌었다. 88년 농협법이 개정되면서 조합장은 농민조합원이, 중앙회장은 조합장들이 직접 선출하게 된 것이다.

군사독재 시절 농협은 농민을 통제하는 도구였고, 농협민주화 이후에도 농협이 농민 위에 군림하는 구조로 왜곡됐지만, 그나마 농협중앙회장과 조합장 직선제는 조합은 농민 조합원이, 농협중앙회는 농민과 조합이 주인임을 상징하는 제도이다. 식민지 지배와 독재에 시달려온 우리나라에서 직선제는 국민의 힘으로 얻어낸 자랑스런 성과이자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런데 농협중앙회장 직선제는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09년, 역사를 거슬러 후퇴했다.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을 조합장들이 직접 투표하던 직선제에서 대의원 조합장들이 선출하는 ‘대의원 간선제’로 개악한 것이다. 이로써 군사독재 시절의 ‘체육관 밀실 선거’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조합원 212만 명, 1118개 조합을 대표하는 농협중앙회장을 300명도 안 되는 대의원 조합장 이 선출하는 체육관선거는 민주주의의 후퇴였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에는 한 술 더 떠 중앙회장을 이사회에서 호선하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하려다 논란 끝에 실패하기도 했다.

농협법 개악 이후 농민들과 시민사회는 줄기차게 농협중앙회장 직선제를 요구해 왔지만 법은 개정되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농업분야의 대표적인 적폐인 중앙회장 간선제를 폐지하고 직선제로 바꾸리란 기대는 커졌다.

농협중앙회장 직선제를 담은 여러 건의 농협법 개정안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의원 입법으로 발의됐고, 대통령 직속 농특위도 2019년 9월 농협중앙회장 직선제를 만장일치로 의결하면서 힘을 실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장 직선제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회기를 넘겨 폐기됐고, 올해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 역시 대의원 간선제로 치러졌다.

직선제가 무산된 것은 농림축산식품부의 반대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2019년 11월 13일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부가의결권 적용 △위탁선거법 개정 △중앙회장 권한집중 방지 방안 등 3개 선결과제를 제시하면서 법 개정에 제동을 걸었다. 농특위에서 직선제로 중앙회장 선거제도 개선방안을 의결할 때 농식품부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가결된 것을 국회 논의 중에 농식품부가 뒤집은 것이다.

새로 구성된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중앙회장 직선제를 조기 관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서삼석, 이원택, 위성곤 의원 등이 직선제를 담은 농협법 개정안을 냈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 논의에서 농식품부가 부가의결권을 직선제 도입의 선결조건으로 걸고 나오면서 정기 국회 기간 중 처리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부가의결권이란 중앙회 총회에서 조합의 의결권을 그 조합의 조합원 수에 따라 1표~3표까지 차등을 두는 제도다. 현행 농협법 122조 5항에는 “조합의 조합원 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총회에서 한 표에서 세 표까지의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돼 있다. 농식품부는 조합원 수 편차가 큰 조합들이 모두 1표를 행사할 때 표의 등가성 문제, 국제협동조합연맹(ICA)도 단위조합 이외 단계인 2차 3차 협동조합은 부가의결권을 선택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점을 논거로 부가의결권 적용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직선제 시 회장 권한 집중 방지 방안, 조합 규모화 저해 우려에 대한 보완책 등도 선결조건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부가의결권은 그동안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되는 방식인 직선제를 요구해온 농민조합원이나 조합장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다. 그래서 이번에 제출된 농협법 개정안들은 중앙회장 선출의 경우 1조합 1표를 행사하는 내용이다.

이원택 의원은 “조합원 수에 따라 의결권을 차등하는 부가의결권은 소수인 대규모 조합에 유리한 제도”라며 “중앙회장 권한이 막강한 우리나라에서는 회장 선출시 각 조합의 의사가 동등하게 반영되는 것이 중요한데, 부가의결권을 적용하면 다수인 소규모 조합의 의사가 뒷전으로 밀려나 현행 간선제의 문제점을 되풀이하게 된다”고 부가의결권에 반대했다. 지난 9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조합장 직선제에 98.3%의 조합장이 찬성했고, 부가의결권 적용은 79.3%가 반대했다.

이호중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정책센터소장은 “ICA가 부가의결권을 인정하지만, 그것은 협동조합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나라의 얘기”라며 “민주적 운영이 정착되지 않고 중앙회장의 권한이 과도한 한국에서 농협 민주화의 상징인 1회원 1표가 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경제사업 관련 의결 시 부가의결권을 시행중이므로 회장 선출시 부가의결권은 불필요하다”면서 “농특위 1호 의안인 중앙회장 직선제를 농협 개혁 측면에서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가 주장하는 회장 권한 문제 역시 선거와 별개의 문제다. 직선제를 도입한다고 제도적으로 회장의 권한이 확대되는 것이 아닌데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농식품부가 직선제 도입에 과연 찬성하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농식품부는 중앙회장 직선제 주장에 대해 부가의결권을 주장하며 ICA 원칙을 들먹이고 있다. 그러나 ICA 원칙은 동등한 투표권을 기본으로 하면서, 연합 단계의 협동조합도 민주적으로 조직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이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가의결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농협을 통제해왔고, 농민조합원을 위한 농협 개혁에는 농민들과 늘 다른 입장이던 농식품부가 ICA 원칙을 들먹이는 게 남사스럽다. 언제까지 농협 개혁의 발목을 잡을 것인가.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촛불로 집권한 민주정부를 자임한다면, 즉각 농협중앙회장 직선제를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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