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충북 제천에 위치한 중앙누룩 공장 모습.

시, 매입 뒤 주차장 건설 추진
문화재적 가치 커 반대운동
철거 작업 3일 만에 일단 중단


충북 제천시에 위치한 60년 전통의 막걸리 누룩 공장이 철거되고 공영주차장이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 전통주 업계는 누룩 공장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해야 한다며 철거를 반대하고 있다.

충청북도 제천시 명동 194-2에 자리한 중앙곡자는 1962년 지어져 막걸리에 쓰는 누룩을 생산하던 곳으로 지난 2011년 문을 닫았다. 전통주 업계에 따르면 1920년대 3만여 곳에 달했던 누룩 공장 중 현재 남은 곳은 진주곡자, 송학곡자, 금정산성누룩 3곳에 불과하다.

제천시는 예술의전당과 시민주차타워 증축 공사로 인해 도심 내 주차 문제가 우려되자 부족한 주차장 확보를 위해 중앙곡자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45대 규모의 주차장을 조성할 방침으로, 올해 7월 16억원을 들여 이곳 중앙곡자 건물 용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전통주 관계자들은 중앙곡자의 희귀성·역사성·문화재성의 가치를 주장하며 철거 반대에 나섰다. 뒤늦게 시는 지난 10월 7일 관련 사업을 설명하는 시민설명회를 열었지만, “문화재적 가치가 미약하고 향후 활용도 역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판단, 중앙곡자 철거를 결정했다. 다만, 중앙곡자 건물 안에 있는 시설 중 훼손되지 않는 누룩 틀 일부를 한방엑스포공원 발효박물관으로 이전할 계획도 밝혔다.

이에 대해 전통주업계 관계자들은 중앙곡자의 문화재적 가치를 재검토해 시가 추진하고 있는 중앙곡자 주차장화 사업이 전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은 “중앙곡자는 현재 남아있는 누룩 공장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공간 구조와 설계가 철저하게 전통 방식 그대로 보존돼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며 “우리술의 역사 중 끊어진 허리 부분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공간 자료이다”고 강조했다.

박상규 제천전통주연구소장은 “1920년대에는 3만여 곳이 있었지만 이제 3곳밖에 남지 않은 누룩공장이 무관심 속에 쓰러져 가고 있다”며 “이 중에서도 전통방식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중앙곡자는 다른 누룩 공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 중앙곡자 부지를 보존해 사라져가는 막걸리 누룩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근대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시가 이미 중앙곡자 용지 매입 당시부터 문화재적 가치를 검토하지 않고 철거를 결정한 점과 뒤늦게 열었던 시민설명회에서 우리술 전문가의 의견이 수렴되지 못했다는 점 등 절차상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박록담 소장은 “우리술 전문가나 연구자들이 이 건물에 대해 판단을 하고 의견을 냈어야 했는데, 제천시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데 그쳤다”며 “중앙곡자 건물을 보존하고 누룩 박물관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전통주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10일부터 중앙곡자 건물부지 보전을 위한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이며, 23일 기준 약 800명이 철거 반대에 서명했다. 중앙곡자 철거 작업은 지난 15일 이후 3일 만에 중단된 상황이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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