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두 / GS&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

[한국농어민신문]

이제 농지임대차를 효율적인 농지이용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 방향은 경자유전 원칙을 유지하면서 경작자 간의 농지임대차는 허용하며, 나아가 농업생산법인 등 경영능력이 뛰어난 농업경영체에게 농지이용이 집적될 수 있도록 농지임대차를 조정하는 것이다.

현행 헌법 제121조의 농지에 관한 규정은 다음과 같다. “①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②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

제1항은 원칙 규정이며, 2항은 그에 종속되는 단서 조항에 해당된다. 즉, 헌법은 경자유전 원칙의 틀 안에서 농지임대차를 법률로써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곧 경자 간의 농지임대차는 허용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으며, 따라서 현행 헌법이 규정하는 농지제도는 자작농주의라기보다는 경작자주의 농지제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헌법 제121조 2항에서 법률로써 인정하도록 한 농지임대차의 기준은 두 가지로 명시되어 있다. 첫째는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한 임대차, 둘째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임대차가 그것이다.

 

농지제도에 관한 법률로서 농지법은 제23조 제1항에서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농지를 임대하거나 무상사용하게 할 수 없다”고 하고 9호까지 사유를 열거해놓았다. 이를 시행령 내용까지 포함하여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1. 농지소유 특례: 국가·지방자치단체 소유 농지, 1ha 이내 상속농지와 이농 후 보유농지, 금융기관 등의 담보취득농지, 농지전용 허가·신고협의 농지, 영농여건불리 농지, 매립농지·수용농지 등을 임대 또는 사용대하는 경우

2. 농지이용증진사업 시행계획에 따라 임대 또는 무상사용하게 하는 경우

3. 질병·징집·취학·선거공직취임 등 일시적으로 농업경영에 종사하지 않게 된 자가 소유하고 있는 농지를 임대 또는 무상사용하게 하는 경우

4. 60세 이상인 사람이 계속하여 5년 이상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한 농지로서 거주지 시·군 또는 이에 연접한 시·군에 소재하는 농지를 임대 또는 무상사용하게 하는 경우

5. 주말·체험영농을 하려는 자나 주말·체험영농을 하려는 자에게 임대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에게 임대 또는 무상사용하게 하는 경우

6. 한국농어촌공사에 위탁하여 임대 또는 무상사용하게 하는 경우

7. 상속농지로서 소유상한 초과 농지와 8년 이상 자경 농업인이 이농 후 소유 상한을 초과하여 소유하는 농지를 한국농어촌공사에 임대하거나 무상사용하게 하는 경우

8. 자경농지를 이모작을 위해 8개월 이내로 임대 또는 무상사용하게 하는 경우

9. 농지 규모화, 농작물 수급 안정 등을 목적으로 농산물의 생산·가공·유통 및 수출 시설 단지를 조성·지원하는 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자경 농지를 임대하거나 무상사용하게 하는 경우

 

이상의 농지법이 인정하는 1∼9호까지의 농지임대차 사유를 헌법 제121조 제2항에서 법률로 인정하는 농지임대차 기준에 따라 분류하면 2호와 9호가 첫째의 농업생산성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 이용을 위한 농지임대차에 해당될 뿐 나머지 7가지 사유는 둘째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임대차에 해당된다. 이처럼 농지법이 인정하는 농지임대차 사유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임대차에 집중된 것은 농지법이 헌법 제121조 제1항의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최대한 농지임대차를 억제하는 방향을 기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과 농지법의 원칙적 농지임대차 금지 규정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농지임대차는 일반화·보편화되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8년에 임대차 농지는 전체 농지의 45%, 임차농가는 전체 농가의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농지개혁이 실시되기 전의 1947년에 전체 농지의 60%가 소작지였으며, 전체 농가의 48%가 순소작농이었던 것과 비견된다. 그러나 농지임대차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일부 시설농업에서 시설 투자 기간과 임차 기간을 둘러싸고 갈등과 분쟁이 있지만 그리 많지 않다.

농지임대차의 필요성은 두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현실적인 필요성으로서, 농지 경작자는 농지가격이 농업소득에 비해 너무 높기 때문에 농지를 매입하지 못하고 임차할 수밖에 없으므로 임대농지가 있어야 하는데 임대농지는 농지법이 인정하는 임대차 사유만으로도 점점 확대되도록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정책적·경제적 필요성으로서,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경영 능력이 우수한 농업경영체가 경작 농지를 한 곳에 집적하여 대규모로 경작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는 농지임대차의 조정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농지임대차를 효율적인 농지이용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 방향은 경자유전 원칙을 유지하면서 경작자 간의 농지임대차는 허용하며, 나아가 농업생산법인 등 경영능력이 뛰어난 농업경영체에게 농지이용이 집적될 수 있도록 농지임대차를 조정하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2단계 접근 방안을 제안하하고자 한다.

먼저, 농지법 제23조 제1항의 농지임대차 허용 사유를 헌법 제121조 제2항의 두 가지 기준에 따라 구분하고 농업생산성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 이용을 위한 농지임대차 사유를 농업진흥지역과 농업인에 한해 크게 확대하도록 한다. 다음 단계로는 ‘(가칭) 효율적인 농지이용의 촉진에 관한 법률’ 등을 제정하여 현행 농지법의 제3장 제1절 농지의 이용증진에 편성된 전체 조항을 이관 및 개정하고 농지임대차 관리제도를 추가하도록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