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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상 (斷想)김성수 한국식품연구원 박사

[한국농어민신문]

인생의 무상함 잘 느끼게 하는 가을 
주어진 현재 시간과 자신에게 충실
“나는 이 정도면 행복해” 만족 필요

“아 가을인가? 가을 인가봐” 우리의 아름다운 가곡이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계절이다. 맑고 깨끗한 공기를 뚫고 청아한 노랫소리가 멀리 퍼져간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가을은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 때로는 환상적인 꿈길을 걷는 것 같다. 단풍나무, 은행나무, 플라타너스나무, 고목나무, 가을 야생화 등이 잘 어울려 온 산을 천연물감으로 수채화를 그려놓은 듯 색깔의 향연에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더하여 들판의 곡식들이 익어가는 황금들판도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농업인들의 땀과 정성이 배어 있는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여 마음은 풍요롭고 여유가 있다.

퇴근길에 가로수 길을 걷다 보면 떨어진 낙엽을 밟는 소리가 사각사각, 바스락바스락 거려 그 소리를 듣노라면 계절과 세월의 흐름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가을은 존재와 삶에 대한 의미를 맑고 고요한 자연환경 속에서 오롯이 반추해보고 철학적 감상에 젖어볼 좋은 기회이다. 우리는 평상시에 매우 많은 사람과 서로 만나고 헤어지고 수많은 일과 관계들을 만들고 추진하면서 잠시도 혼자 조용히 두지 않고 자신에 대해 생각만을 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번거롭기 짝이 없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어느 조용한 혼자만의 시간이 오면 결국은 모두가 고독한 존재로 남게 된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 무엇인가? 우주 혹은 지구상 모든 생물, 무생물 등 모든 존재와 형태는 항상 그대로 있는 것이 없고 변하고 소멸하고 다시 생겨나고 그야말로 무상(無常)하다는 것이다. 가을은 정말 인생의 무상함을 가장 잘 느끼게 하는 계절인 것 같다.

코로나-19로 온 세계가 감염자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세계의 경제도 대유행으로 좀처럼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상황도 크게 위축되고 있는 국면이다. 유행성 질병이 국민들의 마음도 크게 힘들게 만들어 많은 사람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하고 소비심리도 크게 위축되어 경제 활성화의 선순환 궤도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제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백신개발이 완료되어 대량생산에 돌입할 때까지 참고 기다려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나라가 백신 개발 및 제조기술 선도국가가 되어 하루빨리 백신을 국민들이 정부의 국민복지비로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보지만 현재로서는 남의 나라 백신을 사 와야 할 것이라는 뉴스가 나오고 있어 아쉽다. 그동안 정부는 바이오기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하여 매우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연구소, 학교, 기업이 모두 참여하여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이처럼 과학기술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고 매우 장기간에 걸쳐서 계획하고 준비하고 실행하여 기술이 축적된 후에 나오는 열매와도 같은 것이라서 지금이라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다 같이 살찌고 행복해지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아직도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나라라고 하니 정말 그렇게 스스로 삶을 포기할 정도로 살기 어려운 국가인가 하고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이 답답해진다. 이 문제만은 국가적 중요과제로 삼고 원인과 대책 및 실행방안을 철저히 파악하여 자살률을 급속히 낮춰야 한다. 자살자들의 심정이야 산자가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이것은 제대로 가는 국가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실제 산업사회로 급속히 발전하면서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매우 심한 환경이 조성되었고 또한 개인 간, 소득 간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경쟁에서 탈락하면 극도의 스트레스와 함께 영 쓸모없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탈출구 없는 사회 환경이 더욱더 이들을 우울의 극치로 가게 만든다. 아무 일 하지 않고도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편히 살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마련되면 좋겠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하여 대학교, 직장, 결혼, 자녀교육, 집 장만, 사회생활, 노후 등 일련의 삶이 다 만만치 않고 힘든 나라가 아닌가? 정말 살기 좋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과거 우리나라가 무척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이 경제적으로는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 아직도 극도로 취약한 계층도 많고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삶의 의지가 더 약해지고 우울해져서 삶의 끈을 놓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흔히들 인생은 고해(苦海)라고 말한다. 항상 전체의 인생이 행복하고 즐겁고 풍요로운 사람이 있을까?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을 누구나 겪으면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가닥들이 엮여서 실타래처럼 이어져가는 것이 삶이 아닌가? 실제 삶에서 행과 불행의 차이는 약간씩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종국에 늙고 병들고 힘없어 죽음에 이르는 슬픈 길을 홀로 가는 길은 똑 같다. 그래서 이광수 선생은 “중생은 다 슬픈 존재”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런 길을 알면서도 그 길을 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길이 아닌가?

그래도 이 가을에 예정된 그 길이지만 조금이라도 즐겁게 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주어진 현재의 시간과 자신에게 충실하고, 욕심을 줄이고, 건강한 섭생(攝生)을 유지하면서 적당한 여유와 자비심(慈悲心)을 가지고 자주자주 나보다 약하고 가난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남과 너무 비교하거나 경쟁하지 말고 “지금 나는 이 정도면 행복해” 하는 자기만족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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